[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대기환경보전법의 입법 취지를 무시하고 법규를 교묘하게 회피하여 이익을 취하는 업체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019년 개정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은 도료에 대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함유 기준을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약 2년 여간 유예기간을 거친 후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개정안 시행에 따라 자동차 보수용 도료인 상도 베이스코트(색상 도료)의 VOCs 함유 기준은 기존 450g/l 이하에서 200g/l 이하로 강화된 상태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개정 취지는 기존에 통용되던 유성 도료를 수성 도료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유성 도료를 사용하면 VOCs 함유량이 많아지게 된다. VOCs는 벤젠, 아세틸렌 등 대기 중으로 쉽게 증발되는 유기화합물로, 대기 중에서 햇빛과 반응하여 광화학스모그를 유발해 대기를 오염시킬 뿐 아니라 발암성을 지닌 독성 화학물질이다. 유해물질을 줄이고 환경과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VOCs 함유 기준을 강화하고 수성 도료 사용을 권장하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해당사자인 업계가 미리 수성 도료로 전환할 수 있게 상당의 유예기간도 부여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실제 현장에서는 편법이 행해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시장 리딩업체인 N사에서 입법 취지를 무시하고 유성 도료를 지속적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성 도료를 사용할 때 신나(유성도료를 묽게 해주는 용제)와 경화제(도료를 굳게 해주는 물질)를 함께 사용하는데, 유성 도료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개정된 함유 기준을 충족한다는 것이 일부 업체의 입장이다. 다만 신나와 경화제까지 사용하면 VOCs 함유 기준을 초과한다. 법규가 제조업체에만 적용되는 탓에 일부 정비업체에서도 개정 취지를 망각하고 유성 도료를 사용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는 지난해 시행규칙의 빈틈을 확인하고 조치에 나섰으나, N사의 비협조로 인해 난관에 봉착했다. 해당 업체는 환경부의 시행규칙 재개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고 있을뿐더러 시행규칙을 수정할 경우 유예기간 연장을 요구하려 한다"며 "입법 취지를 고려한다면 환경과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유예기간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교묘한 법망 회피와 함께 공익을 담보로 시장의 이익에만 집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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