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여성소비자신문=김은석 기자]동양그룹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조만간 현재현 회장을 소환할 방침이다.

동양그룹 사태가 증폭되던 지난 10월부터 시민단체로부터 배임 혐의로 고발당한 현 회장에 대한 검찰 소환 소식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러나 정작 2달이 지난 12월이 돼서야 현 회장 등 총수 일가와 핵심 관계자에 대한 소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촉망받는 검사에서 경영인으로 ‘변신’

동양그룹은 분식회계, 허위공시 등을 통해 회사의 부실을 감춘 뒤 기업어음과 회사채 2조원어치를 팔아 5만여명의 피해자를 낳았다. 특히 기업어음을 사들인 투자자는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듯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동양그룹에 대한 조사에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과거 대기업 수사에서 통상 압수수색 이후 한 달 만에 총수 일가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졌으나 이번 동양그룹 사태는 이례적이라 할만 하다. 이에 대해 동양그룹의 기업어음 불완전판매 등에 대해 특별검사를 벌이고 있는 금융당국은 검찰의 수사 의지에 대한 의문을 갖기도 했다.

검찰의 더딘 수사를 두고 일각에서는 검사 출신인 현 회장을 예우하는 차원이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대선배 격인 현 회장을 검찰이 함부로 소환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동양그룹과 인연을 맺기 전에 촉망받은 검사였던 현 회장은 당시만 해도 현 회장은 경영인이 될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다고 알려졌다.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의 장녀인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과 연을 맺으면서 현 회장은 잘나가는 법조인에서 경영인으로 변신을 하게 됐다. 슬하에 아들이 없던 장인이 현 회장을 후계자로 삼은 것이다. 경영인으로서 첫 받을 내딛게 된 현 회장은 동양그룹의 모태인 동양시멘트에서 사장을 거쳐 1986년에 동양증권 회장에 취임했다.

이양구 회장이 타개한 1989년 현 회장이 동양그룹 총수로 등극했고 이후 그는 1984년 인수한 일국증권을 동양증권으로 바꾸며 시멘트 기업이었던 동양그룹을 금융기업으로 변신시켰다. 또한 동양생명, 동양자산운용, 동양투자자문 등을 설립해 금융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2006년에는 한일합섬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법적으로 금지된 차입인수 방식을 이용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배임혐의로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이때 현 회장을 수사했던 곳이 현 회장이 검사 생활을 했던 부산지검이었다. 결국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고 그 이후로 현 회장은 불미스러운 일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기업어음 피해자 급증… 현 회장 책임론 대두

하지만 동양그룹의 자금난에 이어 동양증권의 기업어음 피해자가 급증하면서 그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경실련과 동양 노조 등은 동양증권이 법정관리 신청이 임박한 회사의 기업어음을 일반에 판매한 데에 현 회장의 책임이 있다며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10일 금융감독원 관계자에 따르면 동양 계열사의 CP판매를 허위사실을 근거로 독려한 것에 대해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정진석 전 동양증권 사장의 정보를 검찰에 전달했다. 정 전 사장은 산업은행·오리온 그룹의 자금 지원 등을 근거로 CP 판매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이 경실련 고발건을 특수1부에 배당함에 따라 나머지 고발·수사의뢰 건도 특수1부가 맡게 될 전망이다. 사건이 배당된 특수1부는 최태원 SK 회장 형제 횡령사건,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사건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안을 주로 담당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다수 발생했고 사회적 관심과 파장이 커 특수부에서 배당한 것 같다”며 “동양노조의 고발이나 금감원의 수사의뢰 역시 병합해 수사를 진행하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정 전 사장이 기업어음 발행을 지시하는 등 깊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사법처리 여부를 검토 중이다.

앞서 검찰은 동양그룹이 동양네트웍스를 매각할 것처럼 공시를 띄워 기업어음을 판매하는데 활용한 혐의와 관련해 김철 전 동양네트웍스 대표를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김 전 대표에게 당시 실제로 매각절차가 이뤄지지 않을 것인데도 기업어음 판매를 위해 이같은 사실을 공시한 것이 아닌지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현재 정 전 사장을 포함해 그룹 내 재무담당 임직원, 관계사 임원 등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끝마쳤고 검찰은  현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만 남겨 놓은 상태다.

 

김은석 기자  kesh@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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