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황인자 칼럼] 김치는 한국인의 삶과 지혜가 담긴 전래 음식이다. 세계인의 건강식으로 손꼽히는 한국의 김치를 일본과 중국은 기회 있을 때마다 자기 네 것으로 만들려는 도발을 감행해 왔다. 일본의 기무치 주장은 지난 2001년 김치가 유엔의 국제규격식품으로 공인되면서 비로소 사그라들었다.

그런데 근래에 부쩍 중국은 자기네 파오차이가 김치의 원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중국식 채소절임 파오차이가 작년 12월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국제표준으로 등재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ISO의 국제표준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파오차이 국제표준은 김치에 적용되지 않는다”라는 단서가 붙어있다. 김치와 파오차이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김치에 대한 도발을 막으려면 김치도 서둘러 ISO의 국제표준으로 등재할 필요가 있다.

이에 앞서 유엔의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김치의 국제규격을 공인하면서 “김치는 중국 배추를 다듬어 소금에 절이고 물로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적당히 빼고(prepared), 여기에 고춧가루, 마늘, 생강, 파, 무 등 갖은 양념을 썰어 넣어 버무린 뒤(processed), 젖산 생성에 따른 적정한 숙성과 보존성이 확보되도록 저온에서 발효한(fermented) 식품”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주재료인 배추는 ‘중국’ 배추로 되어 있고 ‘한국’이라는 표현은 그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언젠가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파동이 일었을 때 중국산 배추가 긴급 수입되기도 했는데 중국 배추로 김치를 담그면 물컹해진다고 해서 인기가 없었다. 한국산 배추라야 김치의 제 맛을 낼 수 있는 것이다. 김치에 대한 국제규격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한편,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한국의 김장문화는 2013년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는데 거기서 김치는 ‘갖은 양념과 젓갈을 버무려 담그는 한국의 채소 이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배추에서 채소로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그렇다. 한국의 김치는 배추김치만 있는 게 아니다. 지방마다 향토색을 살리고 주재료도 다양하여 깍두기, 총각김치 같은 무김치가 있는가 하면 오이소박이, 애호박 김치, 가지김치, 갓김치 등 300여 가지나 된다.

Codex의 품질규정에 따르면 김치는 “고추에서 나오는 붉은 색을 띠고 맵고 짠 맛에 신맛이 나기도 하며 단단하고 아삭해서 씹히는” 것이라야 한다. 그런데 고춧가루를 넣지 않은 백김치, 동치미 같이 색이 붉지 않은 김치도 있고 묵은 김치와 달리 막 담아 먹는 겉절이는 신맛이 없기도 하다.

김치는 기무치도 파오차이도 아니다. 김치에 대한 호시탐탐 도발을 막으려면 김치를 ISO의 국제표준으로 새로이 등재하고 Codex의 국제규격식품으로서 김치에 대한 정의와 품질규정을 대폭 수정하여야 한다.

황인자 한국외대 초빙교수/젠더국정연구원 대표  eqhwa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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