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여성소비자신문=김은석 기자]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LG상사 대표이사에 오른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5월까지 STX중공업과 STX건설을 관장하던 그가 STX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할 때에 한 기업의 경영 일선에 다시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STX그룹 각 계열사들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와중에 이 회장이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게 되자 업계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LG상사, STX에너지 인수전 참여에 이 회장 네트워크 활용?

이 회장은 지난 5월까지 STX그룹의 에너지·중공업·건설 부문 총괄 회장직을 맡았다. 그러다 STX그룹이 유동성 위기로 구조조정을 본격화하자 그는 일신상 이유를 들어 사표를 제출했다.

이후 사표를 낸 지 보름 만에 LG상사 상근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고 불과 몇 개월만에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직에 올랐다. LG상사 측은 ‘에너지 해외사업에 대한 경륜과 전문성, 글로벌 네트워크 겸비’를 영입 이유로 들었지만 재계에선 STX그룹의 위기를 책임지기보다 자기 안위만 챙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흘러나온다. 경총 회장도 맡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적절치 않은 행보라는 지적이 많다.

경실련 관계자는 “STX그룹 문제에는 분명 경영자에게도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보여진다”며 “그런 이 회장이 STX위기가 발생하자마자 STX를 떠나 타 기업과 인연을 맺고 대표이사로 가는 것은 양심이나 포괄적인 가치판단 측면에서 부적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애초부터 대표이사 부회장 자리를 약속 받고 STX를 떠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린다. LG상사의 STX에너지 인수전 참여에 대해 이 회장의 네트워크가 작용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LG상사는 GS에너지와 컨소시엄을 구성, 본 입찰에 참여해 최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LG상사 관계자는 STX에너지 인수는 GS에너지가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이 회장 영입과 STX에너지 인수를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대표적 관료출신인 이 회장은 행정고시를 통과한 후 서울산업대 총장, 산자부 장관, 한국무역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무역협회장 임기를 마친 후 2009년 곧바로 STX그룹의 STX에너지 회장으로 영입됐다.

2010년 STX중공업 회장, 2011년 STX건설 회장에 선임돼 STX그룹의 에너지·중공업부문 총괄 회장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의 중책을 맡았다. 하지만 STX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허덕이기 시작하던 지난 5월 이 회장은 중공업·건설 회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당시 STX측은 “이 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회사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LG상사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경총 회장직도 내년 2월까지의 임기까지 겸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석 기자  kesh@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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