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김은석 기자]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남긴 차명재산을 둘러싼 장남 이맹희씨와 삼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4차 공판이 3일 열렸다. 상속분쟁 항소심에서도 양측이 팽팽히 맞서 판결로 결론이 내려질 거란 전망이다.

이맹희 측 “삼성전자 차명주주 68명, 주주명부 분석할 것”

공판에서 이건희 회장 측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가 그룹의 주요 계열사로 경영권 승계를 위해 차명주식이 반드시 필요했다”고 주장한 반면 맹희씨 측은 “두 회사가 그룹의 하위기업일 뿐으로 경영권 승계를 위해 결코 필요하지 않았다”라는 논리를 펼쳤다.

서울고법 민사14부 심리로 열린 4차 공판에서 이건희 회장 측은 “상속 개시 당시 차명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것은 관행이었다”며 “원고의 아들인 이재현 CJ 회장도 형사재판에서 차명주식 관행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재현 회장은 수천억원대 비자금 조성혐의에 따른 재판에서 ‘국내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국내 차명주식 거래는 선대로부터 내려온 차명거래 행위를 그대로 이어온 것으로 2008~2009년 국세청 세무조사시 전액 납부했다”고 무죄를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원고인 이맹희씨 측은 “원고가 이맹희씨인지 이재현 회장인지 알 수가 없다”면서 “아들이 차명주식 존재를 알았다고 하더라도 아버지가 다 알 수는 없지 않냐”고 반박했다.

이날 원·피고 양측은 이건희 회장의 차명주식 단독 상속과 경영권 승계의 연관성, 이맹희씨가 차명주식 존재와 이건희 회장의 상속권 침해를 알았는지 등을 주제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특히 이맹희씨의 대리인은 오는 24일까지 상속 개시 당시의 삼성전자 주주명부를 집중 분석하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 차명주주 68명의 주주명부를 분석한 뒤 청구 취지를 변경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 이맹희씨 측은 실제 1987~1989년 삼성전자 주주명부와 명의개서 서류, 주주 68명의 인적사항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이건희 회장의 차명주식 관리 방법 등을 분석할 예정이다.

삼성 특검이 2008년 밝혀낸 과거 삼성전자 차명주주는 16명에 그쳤지만 이맹희씨 측은 특검 수사 결과와 달리 차명주주 68명이 삼성전자 주식 131만여주를 보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맹희씨 측이 지목한 68명의 보유 주식을 상속재산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맹희씨 측의 증거 신청을 일단 받아들여 최종 판단을 유보한 바 있다.

 

 

김은석 기자  kesh@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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