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선정했다. 이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시작됐던 삼성의 '시스템 반도체2030' 전략에 돛을 달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전망대로...테일러시, '시스템반도체 비전' 핵심 역할 예상

삼성전자는 23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그렉 애벗(Greg Abbott) 텍사스 주지사, 존 코닌(John Cornyn) 상원의원 등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선정 사실을 발표했다. 테일러시에 세워지는 신규라인은 '22년 상반기에 착공해 '24년 하반기 목표로 가동될 예정으로 건설·설비 등 예상 투자 규모는 17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의 제2파운드리가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지어진다는 사실은 이미 유력한 사실이었다. 테일러시는 삼성전자의 미국 첫 번째 파운드리 공장인 텍사스 오스틴시 인근에 위치한 소도시다. 그동안 삼성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이 들어설 후보지 중 한 곳으로 꼽혔다. 이유는 기존 삼성 파운드리 공장과 인접해 있어 이미 공장 운영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지난 9월 4일 미국 텍사스 지역 매체 ‘테일러프레스’는 “8일(현지시간) 오후 5시 텍사스주 윌리엄슨카운티 테일러시의 합동 회의에서 윌리엄슨카운티와 테일러시, 삼성전자 간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테일러시에 들어서는 신규라인은 평택 3라인과 함께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번 라인 건설로 기흥/화성-평택-오스틴/테일러를 잇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생산체계가 강화되며 고객사 수요에 대한 보다 신속한 대응은 물론 신규 고객사 확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와 함께 장기적으로 다양한 신규 첨단 시스템 반도체 수요에 대한 대응 능력을 확대해 4차 산업혁명 가속화 등 차세대 IT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냉혹한 현실에 마음 무겁다"

이번 투자 결정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 역시 가팔라질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2019년 발표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삼성의 '시스템반도체2030'전략은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 달성을 위해 투자 규모를 171조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초대형 투자·고용계획이다. 

24일 방미 일정을 소화하고 귀국한 이 부회장은 이 부회장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오래된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만나서 회포를 풀었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은 출장이었다"면서 이번 투자와 관련해 "투자도 투자지만 현장의 투자자 목소리들,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보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출장 중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반도체와 세트 연구소인 DS부문 미주총괄(DSA·Device Solutions Americas)과 삼성 리서치 아메리카(SRA) 등의 연구원 등과 만나 "다른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며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자"고 당부하면서 '뉴삼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시스템반도체의 글로벌 패권을 두고 기업간 치열한 각축전이 예고된 상태다. 삼성은 대만 TSMC와의 경쟁부터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 등에게 점유율을 지키고 나아가 시장을 주도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영계에서는 그동안 이러한 세계시장 사정을 반영해 이 부회장이 주도적으로 경영을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제기해오고 있다.

경영에 복귀한 지난 8월에는 240조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메모리 절대우위 유지,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도약 기반 마련’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삼성은 거대규모의 M&A전략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8월 서병훈 IR담당 부사장은 삼성의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핵심 역량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전략적인 인수합병(M&A)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여러 분야의 기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년 이내에 의미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 결정권을 쥔 이 부회장이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이러한 움직임이 차질없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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