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여성소비자신문

[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우유가격 안정화 방안 마련 토론회’를 지난 3일 '2021 컨슈머소사이어티코리아'에서 개최했다. 2021 컨슈머소사이어티 코리아는 소비자재단과 소비자권익포럼 공동주최로 소비자단체·정부·기업·전문가 들이소비자 의제를 토론하고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올해 주제는 '기후변화와 소비자'로 선정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토론회에 앞서 “우리나라 백색 시유 가격은 세계적으로 높은 가격을 취하고 있으며 올해 원유가격 인상에 따라 우유 및 유제품 가격이 인상됐다. 현재 국내 우유시장은 1인당 소비량은 증가세이나 원유 생산량과 자급률은 감소 추세이며 수입원유는 증가하고 있다”며 “대체우유 시장과 수입 멸균 우유 시장의 증가세 등은 전반적인 우유 시장의 변화가 필요함을 나타내고 있다. 2026년 수입원유 무관세와 우유의 소비기한 표시제도 도입 등의 정책적 변화도 앞두고 있어 낙농업 발전과 우유시장 경쟁력 향상을 위해 원유가격연동제 및 우유 유통의 개선 등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 관점에서도 안전하고 품질 좋은 우유를 적정한 가격으로 이용하기 위해 합리적이고 타당한 우유 가격 안정화와 국내 낙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매우 중요한 점”이라며 “현재 이 문제에 대해 원유가격의 원인만을 들고 있지만 이뿐만 아니라 우유 유통 등을 포함한 전체 우유 시장의 다양한 영역에서 그 원인들을 파악하고 해결점을 살펴보아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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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제에 나선 동국대학교 식품산업관리학과 지인배교수는 국내 낙농산업과 현행 원유쿼터제도의 문제점으로 ▲원유의 수급 불균형 ▲원유 생산과 소비의 계절성으로 인한 수급 불일치 ▲제도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웅으로 인한 수급불균형 ▲시유 중심의 낙농산업 ▲낙농산업의 낮은 국제경쟁력을 지적했다.

지 교수에 따르면 원유 쿼터제(생산조절제도)는 2002년 10월 도입해 같은해 11월 시행됐다.

낙농진흥회 소속 농가에 기준 원유량을 할당해 그에 한해 정상원유가격을 지불하고, 뭐터를 초과한 생산분에 대해서는 원유값을 차등 지급하는 제도다. 원유 쿼터의 총량은 2011년 224만6000톤에서 2012년 231만7000톤으로 증가했다가 2014년 이후 감산 정책이 도입되면서 219만3000톤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 교수는 “정부의 낙농진흥회 주요 설립 목적은 일원집유 및 일원판매를 통한 집유일원화, 전국단위 수급조절, 원유검사 문제 해결 등이었으나 농가별 납유량 배정에 불만을 품은 서울우유가 낙농진흥회를 탈퇴하면서 집유일원화에 실패했다”며 낙농진흥법과 낙농진흥회 사업의 불명확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지 교수는 “1999년 낙농진흥법 개정 당시 낙농주체의 낙농진흥회 의무가입 조항이 삭제됐다. 서울우유, 부산우유 등 유업체들이 낙농진흥회에 가입하지않거나 가입 후 탈퇴하면서 집유일원화와 집유구조 개선, 전국단위 수급조절에 한계가 발생했다”며 “낙농주체들이 낙농진흥법의 책임이나 의무는 회피하면서 혜택만 누리는 도덕적 해이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낙농진흥법의 모호성을 지적하고 현행 원유쿼터에 대한 해법으로 “낙농진흥법 개정을 통해 ‘중앙낙농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전국단위 쿼터제 도입으로 집유일원화를 재추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원유가격 결정체계에 대해서는 “현 체계 상 가격에 수급상황이 반영되지 않는다”며 “원유가격연동제를 수급상황이 포함되도록 개선하고 계절별, 용도별 차등 가격제를 도입해 유가공산업 육성에도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유가격연동제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원유가격연동제의 문제점으로 수급상황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지적이있으므로 이를 반영할 수 있는 공식을 도입해야한다”며 “현행 원유기본가격은 기준원가에 변동원가를 더해 결정되나 여기에 수급조정가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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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홍연금 본부장은 국내우유가격 및 유통현황에 대해 “현재 국내 우유 시장은 제품 가격을 올릴 때마다 원유 가격 상승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우유는 우리나라의 주요 식품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시유와 가공유를 포함해 우리나라 국내 유제품 시장 규모는 3조 이상이다. 시장 점유율은 서울우유가 41.6%로 가장 크고 총 4개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79.6%로 공정경쟁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 정부와 소비자들의 감시 필요성이 높다”고 말했다.

홍 본부장은 “소비자가 지불한 흰 우유(백색시유) 1리터 가격이 낙농가, 유가공업체, 유통업체에게 나눠지는 비중을 분석한 결과 5년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낙농가에 40.9%, 유가공업체 23.5%, 유통업체 35.6%였다. 2016년부터 2020년 사이 각 단계별 비중을 보면 원유수취가의 비율이 감소, 유통업체의 비중이 소폭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소비자가 지불한 흰 우유(백색시유) 1리터 가격에 대해 낙농가, 유가공업체, 유통업체 수익은 5년 평균 2639원 중 낙농가 1079원, 유가공업체 620원, 유통업체 940원이었으나 2019년 가격 인상 이후부터유통업체의 수익이 1012원으로 인상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백색시유 가격 인상률을 보면 원유수취가는 0.0%(2016년 1082원→2020년 1082원)인상됐으나 출고가는 4.8%(2016년 1699원→2020년 1730원)소비자가는 6.7%(2016년 2639원→2020년 2743원)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우유 가격 인상으로 인해 수익 창출이 일어난 곳은 유가공업체, 유통업체”라며 “원재료 가격의 변동이 거의 없는데 반해 소비자가 가격은 인상되고 있다. 백색시유는 주요 식품군의 하나인만큼 소비시장 내 안정적 가격을 목표로 운영되어야 한다. 우유 가격 안정화를 위해 원유가격연동제 뿐 아니라 유통업체의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한 적정 가격 책정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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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낙농육우협회 배정식 상무는 토론에 나서 “농가 입장에서는 우유 생산의 실직적인 자율권이 없는 상태다. 1톤을 짜고 있는 농가에 ‘이제 앞으로 0.9톤만 짜라’고 한다면 당장 줄일 수 없지 않나. 쿼터가 줄어들면 쿼터 정산금도 줄어든다. 쿼터를 넘겨 생산되는 원유는 100원을 받는다. 이 경우 농가는 생산 수지가 맞지 않으니 소를 도태 시키든지, 또는 쿼터를 추가로 구입, 경영비용을 확대해서 생산량을 맞추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또 원유 생산비용의 55%가 사료 값인데, 올해 물류 대란으로 사료 가격이 올랐다. 소비자들께서는 당연히 유제품 가격 인상으로 부담이 되겠지만 이런 것이 생산 현장의 어려움”이라며 “또 현재 원유시장이 공급과잉 상태인데도 농가에서 증산을 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른 이야기다. 쿼터가 감소했고 공급 받는 업체가 압박하는데 어떻게 생산을 늘리겠나. 실제 올해 생산량이 전년보다 34% 줄었다. 농가 생산 쿼터를 삭감시키면 당연히 생산량도 줄게 되어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농가가 줄어든 쿼터에 맞춰 생산을 줄이려면 소를 팔아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만약 지난 경우처럼 갑자기 우유가 모자라니 생산을 늘리라는 지침이 내려온다면 생산량이 늘어나겠는가”라며 “소를 육성해서 우유를 짤 수 있을 때까지 2년이 걸린다. 즉 우유를 감축한 후 다시 생산량을 추가하려면 2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항상 수급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계절적 요인도 고려하기가 어려운데, 이는 젖소의 분만 주기가 15.2개월 정도이기 때문이다. 분만시기를 소위 성수기에 맞춰 생산량을 늘려도 그다음에는 또 비수기에 새끼를 낳게 되니 분만 시기를 인위적으로 맞출 수가 없는 것이다. 현장에서 계절적 생산량을 맞출 수가 없는 구조”라고 호소했다.

이어 배 상무는 “선진국 낙농제도를 보면 캐나다, 일본과 같은 순 수입국 정부가 자국의 낙농업계를 보호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쓰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외국에서 들어오는 수입량을 일정 부분 제한하는 국경 보호 조치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 또 막대한 정부 재정을 지원함으로써 자국산 원유 가공품 생산을 전국 단위로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수입 우유 가격이 저렴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외국 낙농가들은 원유생산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고, 정부의 직접 지불과 수출 보조금 등으로 소득 보전을 받는 것이다. 그런 메커니즘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단순히 이 같은 제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일본과 캐나다에 대해서는 우리도 순수입국이지만 FT같은 것을 통해 시장을 개방한데다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지도 않을 것이다. 일본은 가공유 지원에만 3600억을 쓰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전체 지원규모가 300억이고 유가 시장을 형성시키기 위해 추가로 재정이 투입되지는 않는다. 이 상황에 일본 낙농가들이 수취하는 원유 가격이 우리보다 높고, 소비자 가격은 우리보다 싸다. 당연히 낙농가들도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지만 (우유가격 상승을 유발하는)근본적인 문제는 유럽과 일본에 비해 과도한 유통마진”이라고 강조했다.

배 상무는 그러면서 “지인배 교수님이 말씀하신 계절별 차등 가격, 용도별 차등 가격 등 이런 제도들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문화적인 측면과 제도적인 측면, 정부의 재정 투입 등 3박자가 맞아야 할 것”라고 주장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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