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삼성바이오에피스

[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기존 화학합성 의약품을 생산, 판매해온 전통적 의미의 제약사들이 최근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사업 영역을 키우면서 해외시장 선점을 통한 미래먹거리 확보에 나서고 있다.

먼저 종근당은 28일 황반변성치료제 바이오시밀러 ‘CKD-701(주 성분: 라니비주맙)’의 임상 3상을 완료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황반변성은 눈 망막에서 빛을 받아들이는 조직인 황반이 노화와 염증으로 기능을 잃거나 심할 경우 실명에 이르게 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특히 비정상적으로 생성된 혈관(신생혈관)에서 누출된 삼출물이나 혈액이 망막과 황반의 구조적 변화와 손상을 일으키는 습성 황반변성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3대 실명 원인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흔하다.

종근당에 따르면 환자에게 CKD-701과 오리지널 약물을 각각 투여해 3개월이 지난 후 최대교정시력(BCVA)을 비교 분석한 결과 15글자 미만으로 시력이 손실된 환자 비율이 CKD-701 투여군에서 146명 중 143명인 97%로, 오리지널 약물 투여군에서 145명 중 143명인 98%로 나타났다.

종근당은 지난 2018년 국내에서 빈혈 치료 바이오시밀러 ‘네스벨’을 허가받으며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첫 진출한 바 있다. 뒤이어 이번 CKD-701를 통해 국내시장 선점과 동시에 동남아 및 중동지역으로 시장을 더욱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최근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자회사인 디엠바이오의 주식 111만7200주를 약 421억원에 추가적으로 취득하며 지분을 확대했다. 디엠바이오는 동아쏘시오홀딩스와 일본 메이지세이카파마의 합작회사로, 현재 동아쏘시오홀딩스가 51%, 메이지세이카파마가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과 같은 지분구조는 의사결정 시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내부적인 공감대가 있어 메이지세이카파마가 보유한 지분 49% 중 60%를 추가 취득해 지분을 80.4%까지 확대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메이지의 나머지 지분 40% 역시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강정석 전 회장이 인수할 예정이다. 메이지는 지분 매각 대금을 DMB-3115 개발에 투입하는 등 양사의 전략적 제휴 관계를 지속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동아쏘시오그룹의 전문의약품 기업 및 연구소인 동아에스티도 최근 메이지세이카파마와 함께 다국적 제약사 인타스에 현재 개발 중인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DMB-3115’의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2013년부터 건선치료제 ‘스텔라라’의 바이오시밀러(DMB-3115) 공동 개발을 추진해 왔다. 작년 7월 동아에스티로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권리가 이전돼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이번 계약으로 두 회사는 DMB-3115의 연구개발과 완제품 독점 공급을 맡고 한국과 일본, 일부 아시아 국가를 제외한 글로벌 지역에서의 허가와 판매에 관한 독점 권리를 인타스에 이전한다.

우리나라 바이오시밀러 분야는 셀트리온이 주도하며 해외시장에서도 순항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2019년부터 바이어시밀러인 트룩시마(항암제)와 램시마SC(피하주사제형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등을 지속적으로 출시 중이다.

이 제품들은 이미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며 효자 노릇을 하고 있기도 하다. 유럽 시장에서는 작년 3분기 기준으로 램시마는 52.8%, 트룩시마 38%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미국에서는 작년 4분기 기준 인플렉트라(램시마 미국 수출명) 점유율 11.8%, 트룩시마 19.8%을 기록하면서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우리나라 바이오의약품 수출 전년대비 140% 증가

이처럼 우리나라 제약사들은 현재 바이오의약품 수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26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전 세계 의약품 공급망의 변화와 우리 수출의 경쟁력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바이오의약품 수출은 전년 대비 139.1% 증가한 51억 달러를 기록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망 구축이 중요해진 시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으로 평가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중심이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개척자인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수출경쟁력 측면에서도 미국·중국·일본 등보다 우위를 보이고 있어 이같은 현상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김경훈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2위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고 글로벌 기업들과 백신·치료제 위탁생산 계약을 다수 체결하는 등 세계적 수준의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기회삼아 우리나라가 첨단 의약품의 글로벌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 지원과 민간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신약개발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부 규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미래시장 대비와 해외진출을 위해서 국내 전통제약사들이 바이오시밀러 분야에 도전해왔는데, 현재 임상 및 수출에 속속 성과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도 영역을 확보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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