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노인이 세상을 떠날 때 가족과 친지들의 환송을 받으며 떠나야 한다. 그러나 청년이 세상을 떠나서도 안 되지만 혼자 고립되어 살다가 혼자 떠나서는 안된다. 노인이든 청년이든 연고없이 고독하게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늘어나서는 안될 일이다. 6월18일 시민단체와 지자체등을 통해 파악된 현황에 의하면 올해 정부가 추계한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 수는 2880명으로 2016년 1833명 보다 무료 57% 가량 급증했다. 관계의 단절이나 장례비용 등을 이유로 가족이 시신 인수를 포기하는 사례는 60%가 넘었다.

서울시의 경우에 2016년 무연고 사망자는 308 명이였으나 667명으로 배 이상 늘었다. 현행법상 무연고 사망자 처리의 주체는 복지부가 아닌 시군구 등 기초지자체다. 중앙정부는 한 발 떨어져 있으며 무연고 사망자를 관리하는 일선 시군구에는 담당 공무원이 없다. 무연고 시망자가 발생할 때마다 다른 업무와 병행해 장례식장을 연결하고 비용을 지불한다. 예컨데 공영장례는 노인복지과, 고독사는 지역복지과, 고독사 예방은 건강증진과에 다루게 된다. 서울시는 2008년 광역단체 처음으로 '공영장례조례' 를 만들었다.

그 후 다른 지자체도 경쟁적으로 조례를 만들었으나 제대로 장례를 치룰수 있는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갈수록 무연고 사망자와 고독사(고립사)하는 사람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무연고사는 가족 등 시신 인수자가 없는 죽음을 말한다. 요양병원에서 사망하더라도 연고자가 죽음을 지자체에 위임한 경우가 이에 속한다. 반면 홀로 사망한 채 발견됐지만 시신을 인수할 연고자가 있으면 고독사로 무연고사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고독사하는 사람의 수자는 노인과 중장년층에 이어 청년층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2019년 서울 성북구에서는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한 네 모녀가 숨진지 한달이 지나 관리인에게 발견됐다. 같은 해 서울 관악구에서는 다세대주택 기초수급 생활자였던 50대 여성이 숨진지 보름이 지나서 발견됐다. 이 여성은 남편과 이혼하고 가족과 지인의 연락을 끊고 홀로 살았다. 당뇨 합병증으로 다리 절단 수술까지 받은 상태였다. 같은 해 부산 사상구에서 발견된 60대 남성의 시신은 사망한지 1년이 지나 백골 상태였다고 한다. 고독한 죽음 너무도 슬픈 일이다. 이같이 처참한 무연고 고독사가 일어나는 이면에는 빈곤과 실직, 가족해체 등 복합적인 경제와 사회적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

노인층은 복지정책의 대상으로 관리하는 반면 자신을 드러내기 꺼리는 장년층과 청년층은 지자체가 파악하는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매년 수천명이 홀로 삶을 마감하지만 아직 무연고, 고독사 관리는 미흡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등으로 실태 파악이 어렵고 정확한 통계가 없어 더욱 예방과 관리가 어렵다고 한다. 무연고 사망자는 지자체에서 화장을 하고 위령제를 지내고 승화원 동산에 산골하거나 유골을 추모의 집에 봉안한다. 5년 정도 보관한다고 하지만 그 후에는 유골이 어떻게 처리되는 지 알 수 없다.

농경시대 대가족을 이루어 살던 사람들이 산업시대로 오면서 핵가족이 되고 이제는 혼자 사는 독가족이 많아졌다. 경제적 환경도 좋아졌지만 인간은 행복하게 살지 못한다. 행복의 조건이 환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먹을 것이 부족해 배고픈 시절을 보냈지만 부모의 사랑과 형제의 사랑, 이웃의 사랑이 넘치던 옛날, 형편이 어렵지만 먹을 것을 서로 나누어 먹으며 지냈던 그때가 더 행복했다.

인간이 인간 다운 인성을 회복하고 상대를 배려하고 조건없이 순수하게 먼저 배풀며 살면 기쁘게 살 수 있다. 세상에는 온갖 야욕이 넘치고 욕심 체우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으니 불만이 가득할 수 밖에 없다. 무연고 고독사와 무연고 장례식과 봉안소가 늘어나면 우울한 사회가 된다. 우리 사회가 인간의 탄생을 기뻐하고 인간의 죽음도 외롭지 않게 되도록 해야 한다.

이동한 헌정회 편집주간/전 세계일보 사장  leedh20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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