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확장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정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는 최근 네이버와 손을 잡고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추진 중이고, 정 총괄사장이 맡고 있는 신세계백화점은 보톡스 기업 휴젤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각각 인수가 이뤄지면 이마트는 e커머스, 신세계 백화점은 프리미엄뷰티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게 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1년 이마트와 신세계로 계열 분할했다. 이후 2016년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각자 보유한 신세계·이마트 주식을 맞교환해 책임경영에 들어갔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프라퍼티, 신세계푸드 등을 맡아 이마트·e커머스·스타벅스·편의점·푸드·쇼핑몰·호텔 사업 부문을 경영하고 있다. 정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사이먼, 신세계디에프 등에는 백화점·면세점·화장품·패션·호텔·가구 등 사업이 속해있다.

신세계그룹, 이베이코리아 인수 사실상 확정

네이버와 초대형 쇼핑 연합 탄생…국내 거래액 3분의 1

최근 유통 및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 본사는 15일(현지시간) 이사회를 열고 신세계그룹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사실상 확정했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과 네이버 e커머스 사업부문,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을 합치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총 거래액의 3분의 1에 달하는 상황이라 유통업계의 판도가 변할지 주목된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해 신세계-네이버는 약 4조5000억원을, 롯데그룹은 약 3조5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 본사가 이마트-네이버 컨소시엄에 본입찰 결과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지자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전이 신세계의 승리로 막을 내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그간 업계 안팎에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유통 채널의 중요성이 드러난 상황에 롯데쇼핑의 수장교체,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신세계와 네이버의 지분 맞교환 등 여러 이슈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는 특히 지난해 거래액이 약 20조원으로 네이버(27조원), 쿠팡(22조원)에 이어 세 번째인 것으로 집계되면서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단숨에 확장시켜줄 '비장의 카드'로 꼽혔다.

신세계 SSG닷컴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은 1조2941억원으로 전년보다 53.3% 뛰었다. 영업손실은 469억원으로, 지난해 819억원에서 350억원 가량 손익을 개선했다. 거래액은 3조9236억원으로 37% 늘었다. 다만 이마트와 이마트 트레이더스, PK마트, 노브랜드 등과 SSG닷컴의 시너지를 통해 사업을 성장시켜왔음에도 전체 온라인 유통시장에서의 영향력은 크지 않아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평을 들어왔다.

이 가운데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되면 국내 e커머스 업계는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우선 SSG닷컴의 지난해 거래액은 3조 9000억원 수준으로, 이베이코리아와 거래액을 합치면 쿠팡을 제치고 2위에 올라서게 된다. 신사업 쇼핑부문을 계속해서 강화하고 있는 네이버와 신세계의 연합전선도 온라인 유통 시장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네이버와 신세계가 지난 3월 2500억원 규모 지분 맞교환을 통해 온·오프라인 쇼핑 동맹을 맺은 가운데 양 사의 거래액을 단순 계산하면 약 55조원에 육박해서다. 쿠팡(22조원)을 훌쩍 앞지르는데 더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 161조원 중 3분의 1 이상이 신세계-네이버에 포함되게 된다.

한편 정 부회장은 올해 초부터 활발한 경영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1월에는 강희석 이마트 대표와 함께 경기 성남시에 있는 네이버 본사에 방문, 이해진 네이버 GIO 및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만남을 가지고 e커머스 분야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2월 들어서는 미국 출장길에 올라 현지 사업 현황을 점검했고, 3월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나온 후에는 네이버와 수천억원대 지분 교환을 통해 ‘혈맹’을 맺었다. 이후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이 진행되면서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유통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그간 이마트나 스타필드 등 오프라인 매장의 혁신, 물류 등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미래사업의 핵심축이 될 e커머스 사업을 챙기는 모양새”라며 “유통채널로써 온라인 쇼핑몰의 중요성이 뚜렷하게 드러난 만큼 온·오프라인 사업 연계를 더욱 확장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국내 보톡스 1위 휴젤 인수 하나...뷰티사업 시너지 기대

한편 정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국내 보톡스 1위 기업인 휴젤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휴젤이 에스테틱 전문 제약기업인 만큼 정 총괄 사장이 공을 들이는 프리미엄 뷰티 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털과 휴젤 지분 44%를 놓고 단독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인수 금액은 약 2조원으로 알려졌다. 베인캐피털은 경쟁 입찰을 하지 않고 수의 계약 방식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부 조율을 끝내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 그룹은 이번 인수를 통해 휴젤과 기존 뷰티 사업 부문이 일으킬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이 휴젤을 인수하면 프리미엄 스킨케어 사업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럭셔리 뷰티사업과도 접목해 고급 화장품 및 에스테틱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휴젤은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1위 업체다. 2001년 설립돼 2010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보툴리눔톡신 개발에 성공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2015년 기업공개(IPO)에 성공했으며 2017년엔 공동 설립자 중 1명이 지분 44%를 베인캐피털에 매각했다.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로 지난해 점유율 50%를 넘겼다. 2015년까지 선두였던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분쟁을 벌이고, 품목 허가 취소 이슈 등을 겪는 사이 시장 장악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 2110억원, 영업이익은 783억원을 기록했다. 보톡스 외에 히알루론산(HA, Hyaluronic Acid) 필러도 생산 및 판매하며 고기능 맞춤 케어 화장품 브랜드 ‘웰라쥬(wellage)'를 통해 스킨케어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휴젤의 이같은 사업 포트폴리오는 정 총괄사장이 그간 공들여온 화장품 사업과 맞닿아 있다. 정 총괄사장은 지난 2012년 색조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인수하고 매출액을 19억원에서 2000억원(2019년)으로 키워냈다. 2018년 자체 스킨케어 전문 브랜드 연작을 론칭했고 2020년 오노마를 선보였다. 오노마도 연작과 같은 자체 스킨케어 전문 브랜드다.

정 총괄사장은 같은 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100% 스위스 메이드 명품 스킨케어 브랜드 ‘스위스 퍼펙션’을 인수하기도 했다. 스위스 퍼펙션은 특히 휴젤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가 클 것으로 꼽히는 브랜드다. 식물성 세포 재생 복합체로 이루어진 최첨단 노화방지 솔루션을 통해 유럽, 아시아, 중동 등 약 20개 국가의 최고급 호텔, 프라이빗 클리닉에 고가의 에스테틱 제품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기업이 해외 명품 화장품을 인수하는 첫사례’로 주목 받기도 했다. 인수 당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그간 기업 간 거래(B2B)를 주 사업으로 삼던 스위스 퍼펙션을 국내 주요 백화점과 면세점에 입점시켜 글로벌 소매 시장(B2C)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3년 내 중국에도 진출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키울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더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올해 초 선보인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뽀아레도 색조 화장품뿐 아니라 프리미엄 기초 케어 제품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유럽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 부문 매출액은 2017년 628억원에서 지난해 3293억원으로 확대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관련 업계 성적이 부진했던 것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성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에스테틱, 고급 스킨케어 라인 제품 시장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성장하는 모양새다. 최근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은 로드샵 색조 제품에서 H&B 매장으로, 이어 백화점에 입점한 명품 브랜드 화장품과 스킨케어 제품으로 옮겨가며 꾸준히 고급화를 이뤄가는 중”이라며 “정 총괄사장이 10년 가까이 화장품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시장 흐름을 읽고 에스테틱 케어 영역으로의 사업 확장을 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