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철회 어려운 상황에서 유리한 서비스
가입증서 없으면 통신판매업 등록 불가
공정위 “개인 사업자 일일이 확인 어려워”

[여성소비자신문=강지원기자]전자상거래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피해 구제 방법과 에스크로 제도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으로 <여성소비자신문> 제보 접수 결과 밝혀졌다. 특히 정부의 안일한 관리·감독이 소비자 피해를 더 키우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소비자가 온라인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전자상거래라고 한다. 이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직접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져보지도 않은 제품을 화면상으로만 판단하고 구매한다.

이렇게 구매 하면 제품에 대한 품질은 직접 물건을 받아 봐야 알겠지만 소비자들은 직접 매장을 방문하는 것보다 손쉽게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만으로 전자상거래를 많이 이용한다.

2011년 기준으로 국내 온라인 쇼핑몰 시장규모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크게 앞질렀다. 전자상거래의 거래 규모가 커지면서 소비자 피해도 함께 많아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제품을 화면상으로 보는 것은 직접 눈으로 보는 것과 차이가 크기 때문에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도 많아지고 있으며 쇼핑몰도 교환과 환불 시스템을 편리하게 제공하고 있는 편이다.

이에 대한 법률도 강화되고 있다. 소비자가 온라인 결제 후 물건을 손에 받아본 뒤부터 7일 이내에는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 소비자 과실로 상품이 훼손된 경우는 제외된다. 만약 상품의 내용이 광고나 계약 내용과 다를 경우에는 상품을 받아본 날부터 3개월 이내 청약철회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청약철회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고 하더라도 판매자가 환불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소비자는 또 다른 피해를 입게 된다.

김모(28)씨는 첫 아이 출산을 기다리면서 들뜬 마음으로 유아용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김 씨는 해외 유명 브랜드의 유모차를 국내보다 4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온라인 쇼핑몰을 찾았다. 현금 입금이라고 해서 찝찝했으나 김 씨는 게시판에 우호적인 구매 후기가 많은 것을 보고 안심하고 주문했다.

그런데 막상 상품을 받아보니 정품이 아닌 ‘짝퉁’으로 보이는 상품이 배송된 것이다. 김 씨는 판매자에게 연락해 환불을 요청했으나 판매자는 차일 피일 미루기만 했고 쇼핑몰 운영자는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회피했다.

대금 맡아두는 ‘에스크로’

국내에서는 모든 온라인 판매 사업자들이 ‘에스크로 서비스’에 가입해야 하며 가입하지 않고 판매행위를 할 경우 위법에 해당한다.

에스크로(Escrow)란 구매자와 판매자 간 신용관계가 확실하지 않을 때 제3자가 중계를 해주는 매매 보호 서비스다. 법률적 용어로는 ‘조건부 양도증서’라고 불리며 주로 부동산 거래에서 쓰이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경우 에스크로는 ‘결제대금 예치’를 의미한다. 거래대금을 제3자에게 맡긴 뒤 물품 배송을 확인하고 판매자에게 지불하는 제도다. 즉 소비자가 물건 값을 은행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인 제3자에게 보관했다가 배송이 정상적으로 완료되면 은행에서 판매자 계좌로 돈을 입금하는 것이다.

에스크로 관리 절차는 복잡하지 않다. 판매자는 결제대행 상점관리 사이트에서 배송정보입력, 즉시취소, 정산보류 등 에스크로 상태를 관리하게 된다. 이후 소비자의 결제가 확인되면 물품 배송시 운송장번호, 택배회사명 등을 입력하면 된다.

따라서 소비자가 물품을 받지 못하거나 반품할 경우 금융기관이 즉시 환불해 주기 때문에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사기피해 등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판매자도 후불제를 했을 때 겪을 수 있는 채권추심 등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에스크로 제도는 1997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했으며 국내 정부에서도 전자상거래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에스크로 제도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전자상거래법에 의해 5만원 이상의 결제금액은 의무적으로 에스크로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규정돼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 8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인터넷 쇼핑몰의 에스크로 시스템 가입을 의무화했다.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할 때 에스크로 가입 증서가 없으면 통신판매업 등록이 불가능하도록 조치를 강화했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가짜 에스크로 사이트를 만들어 현금결제를 유도한 후 ‘먹튀’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에스크로 마크가 있다고 안심하기 전에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업체인지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공정위, “가입여부 확인 불가”

공정거래위원회의 단속 또한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소비자신문>과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되는 소비자 피해 가운데 상당수가 전자상거래로 인한 피해이며 이 중 다수가 판매자의 환불 거부로 인한 것인 만큼 보다 강력한 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국 전자거래과 이숭규 과장은 “대형 온라인 쇼핑몰은 에스크로에 가입이 돼 있다”면서도 “개인 사업자의 경우에는 에스크로에 가입을 안 했을 수도 있으나 이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개인 사업자들이 많아지고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많아지면서 정부의 안일한 대처 때문에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정부의 강력한 제제가 생기기 전까지 스스로 주의하는 수밖에 없다. 우선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물품을 받은 뒤 7일 이내 청약철회를 요청했으나 판매자가 거부하는 경우 즉시 한국소비자원이나 전자문서·전자거래 분쟁조정위원회, 또는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등에 신고해서 구제를 받아야한다.

또한 해당 사업자 홈페이지에 에스크로 마크가 없거나 가짜 마크가 있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서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강지원 기자  jiwon512@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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