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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 읽기] '나팔꽃'구명숙의 행복한 시 읽기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1.05.21 23:21

[여성소비자신문] 나팔꽃

               이윤학

​나팔꽃은 시름시름 앓다가도

동이 트면 훌훌 털어버린다.

 

후회란 원래 그런 졸속이다.

 

​괜히 피었다 싶다가도

피기 전으로 돌아가려 하다가도

 

​​어느 순간,

언제 그랬냐 싶게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나팔꽃은

뻥 뚫린 목구멍으로

자기 몫인 햇살을 받아 삼킨다.

아침을 가져오는 꽃, 나팔꽃은 새벽부터 기쁜 소식을 안고 달려오지만 오후가 되면 꽃잎을 오므리고 맙니다. 시들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시인의 말대로 시름시름 앓다가도 동이 트면 훌훌 털어버리고 우렁찬 나팔소리를 들려주는 꽃이지요. 사람들은 그 짧은 영광을 아쉬워하며 덧없는 사랑을 노래하기도 합니다.

저녁이면 시들어 떨어질 운명임을 알지만 개의치 않고 필사적으로 줄기를 뻗쳐 올려 내일을 위한 또 한 송이 꽃을 피웁니다. 환한 생명력으로 아침마다 부지런히 꽃을 피우는 나팔꽃, 후회란 없어 보입니다. 이윤학 시인은 “후회란 원래 그런 졸속”이라고 전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언제 그랬냐 싶게 벗어날 수 있고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이라며 “나팔꽃은/뻥 뚫린 목구멍으로/자기 몫인 햇살을 받아 삼킨다.”고 묘사합니다.

나팔꽃은 햇빛을 받아먹으며 '기쁨'을 발산합니다. 넘치는 기쁨을 선사하는 것으로 그의 존재 가치는 충분한 것이 아닐까요. 나팔꽃처럼 짧은 삶이 후회 없이, 수많은 가슴에 그저 기쁨을 새기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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