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남도훈기자] 화학업계가 불황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업계 1, 2위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향방이 갈렸다. 업계 1위인 LG화학은 소폭의 흑자 영업이익을 거두었지만, 2위 롯데케미칼은 영업이익이 40% 이상 폭락했다.

LG화학의 2분기 매출은 5조9172억원, 영업이익은 50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3% 줄어들었지만, 영업이익은 도리어 0.5% 늘어났다. 수치상으로는 0.5%지만, LG화학의 영업이익률은 그 이상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롯데케미칼의 2분기 실적은 정반대의 분위기다. 매출 4조1592억원, 영업이익 695억원이 그 성적표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0.3% 떨어진 반면, 영업이익은 40.8%나 줄었다.

이에 대해 업계는 해외 경쟁업체의 추격이 거세진 가운데 무리한 인수합병을 추진한 것이 화를 불렀다고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아직 호남석유화학이었던 2010년, 회사는 말레이시아 최대 석유화학업체 타이탄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인수가액만 1조5200억원. 롯데케미칼은 타이탄을 기점으로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좀처럼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업계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으면서 영업손실만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과 중국 등 경쟁업체들이 폴리올레핀(PO) 관련 생산량을 대거 확충하면서 롯데케미칼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폴리올레핀 제품 생산비중이 높은 편이다.

롯데케미칼도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기 위해 경기 변동에 예민한 범용제품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꽃 피우기엔 이른 단계다.

2018년까지 매출 40조원, 아시아 3위의 화학그룹을 만들겠다던 허수영 사장의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허 사장은 지난해 말 ‘롯데케미칼 합병 및 CI 선포식'에서 수 년 안에 매출액을 두 배 이상 끌어 올리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 화학업계 시장 상황을 보면 만만한 상황이 아니다.

롯데케미칼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셰일가스를 등에 업고 전진하는 미국 석유화학업체들이다. 지난해 미국은 화학분야에서 8억 달러의 상품수지 흑자를 거두었는데, 미국 내 생산된 값싼 셰일가스 덕분이었다.

코트라가 발간한 ‘북미 셰일가스 개발 동향 및 한국기업 진출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셰일가스 붐으로 국내 경쟁업체가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타이탄에 발목이 걸리고, 경쟁 업체들이 쟁쟁한 범용 화학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롯데케미칼에겐 기존 실적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다.

남도훈 기자  hund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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