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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의 꿈과 증오범죄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1.04.26 12:15

[여성소비자신문]참으로 오랜만에 영화를 보며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을 이루기 위해 미국에 이민 간 병아리 감별사 가족의 꿈과 애환을 그린 영화 ‘미나리(Minari)’이었다.

50여년 전 병아리 감별사가 되어 드넓은 미국 농촌을 달려보고 싶었던 나의 꿈이 ‘미나리’의 주인공 제이콥(스티븐 연)의 아메리칸 드림과 오버랩(overlap)되었다.

광활한 미국땅에서 백인들을 채용한 농장주가 되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인적 드문 아칸소(Arkansas)주에 정착하려는 고집불통의 병아리 감별사 제이콥은 갖은 고난과 역경에 봉착한다.
이러한 남편을 못 마땅히 여겨 화를 내는 아내에게 말한다. “애들도 한번 쯤은 아빠가 뭔가 해내는 걸 봐야할 거  아니야.” 이 말이 50여년 전 나의 독백이었다.

이러한 아빠를 따라 병아리 감별장에 따라간 어린 아들이 왜 어린 수평아리를 버리느냐고 묻자 “맛이 없거든, 알도 낳지 않고. 그러니까 우리는 쓸모있는 사람이 돼야 해”라는 말로 자신과 사랑하는 아들이 지향해야 할 삶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내 자식 하나 잘되는 것 보려고 이 개고생을 할 줄 알면서도 이민 보따리를 싸들고 왔노라”는 수많은 교포들의 넋두리가 되살아났다. 1960년대 후반 대학에서 축산학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세계로 향하는 나의 꿈 실현을 위해 병아리 감별사 양성학원을 기웃거렸던 적이 있었다. 감별사라는 직업이 힘들고 어렵지만 그 대신 유럽과 북미에서 일자리 구하기가 쉽고 돈벌이가 좋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알에서 부화된지 24시간이 채 안된 병아리의 항문을 벌려 3초 이내에 암수 성별을 가려내는 병아리 감별은 고도의 집중력과 섬세하고 빠른 손동작이 필수적이다. 눈에 멜라닌 색소가 많고 손재주가 좋은 동양인에게 유리하며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진출이 많아 지금도 전 세계 감별사의 약 60%가 한국인이다.

이민자들이 꿈과 도전 그리고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이겨내는 데는 끈끈한 가족사랑이 있어야한다. 아내인 모니카(한예리)가 한국에서 모셔온 홀어머니(윤여정)는 노령의 허약함에도 딸과 사위의 아메리칸 드림 실현을 위해 가족 사랑의 힘을 더해 주었다.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손자와 함께 구석진 개울가에 미나리를 심으며 말한다.

“미나리는 아무데서나 잘 자란단다.” 이 영화를 만든 정이삭 감독의 어린 시절 자신의 할머니와 함께 심었던 미나리였던 것이다. 영화 ‘미나리’는 이 작품을 연출 감독한 재미교포 2세인 정이삭 감독 자신의 이야기라고 한다.

정 감독은 미국 동부의 명문 예일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였으나 영화에 빠져 영화감독이 되었다. 이번 작품은 어릴적 한국에서 오신 할머니가 심은 미나리를 통해서 한국인 이민자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그려내고자 했던 것 같다. 그 결과 이 영화가 전 세계 언론과 영화인들의 극찬과 함께 수많은 상을 받으며 영화인으로서 성공을 이루어냈다.

미나리의 꿈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 시키고 있는 것이다. 영광의 주인공은 정감독만이 아니다. 전형적인 한국 할머니로 이민자의 정체성을 실감나게 연기한 외할머니역의 윤여정 배우 역시 선풍적인 인기 몰이를 하고 있으며 명예로운 수상자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빌보드 ‘핫100’ 정상에 오른 BTS(방탄소년단)과 함께 전 세계에 한국문화예술 수준을 드높여 주고 있다.

이처럼 미국에 이주한 한국인들은 어떠한 고난도 이겨내는 인내와 도전정신 그리고 한민족의 긍지로서 꿈을 이루어내고 있다. 이는 마치 미국의 건국 초기에 청교도정신으로 북미대륙에 미국을 세운 것과도 유사하기에 심한 인종차별이나 공격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아시아 황인종들에 대한 혐오감이 증가하고 폭력과 살인 등 증오범죄가 미국의 사회문제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오죽 했으면 미국에 살고 있는 윤여정 배우의 자녀들이 아카데미상 수상 후보로 초청받은 윤여정씨에게 미국 입국이 걱정된다고 했겠는가.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BTS 마져도 “길을 걷다 아무 이유 없이 욕을 듣고 외모를 비하당하기도 했다”라며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를 멈춰 달라고 아시아인 증오범죄 중단 운동에 나섰다고 한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에서 증가하고 있는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과 공격은 2019년 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저명한 국제과학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도 “코로나19 발병 이후 전 세계 아시아계 사람들이 인종차별적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 팬데믹의 책임을 아시아인이라는 특정 집단에 돌리는 과정에서 집단적인 혐오와 인종차별적 공격으로 언어폭력, 상해, 방화, 살인 등의 범죄 즉, ‘아시아 증오범죄(Asian hate crime)’의 폭발적 증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미국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비해 아시아인 증오범죄가 2배 이상 증가하였고 아시아계 미국인 가운데 27%가 증오범죄를 당했다고 한다.

따라서 산책이나 시장 보러 나가는 것조차 불안할 뿐만 아니라 애틀란타 도시에서 한국인 여성 4명이 다른 중국인 여성과 함께 살해되는 참변을 겪기도 했다.

미국내 아시아인 증오범죄 피해자 중 대부분은 중국인과 한국인이고 가해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즉 흑인이 압도적 다수라고 한다. 중국에서 최초로 코로나19가 발생하였기에 중국인 혐오가 생길 수는 있겠지만 한국인들과는 무관함을 모를 리가 없다.

그리고 자신들이 백인계 미국인들로부터 인종차별과 증오범죄의 피해자인 흑인들이 이번에는 가해자로 앞장 서고 있기에 사태의 심각성은 단지 코로나에 국한시킬 수 없는 것 같다.

1992년 LA에서 발생한 4.29 시민폭동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한국계 미국인이고 가해자는 흑인과 일부 히스패닉계 미국인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내가 20여년 이상 미국에 거주하며 미국인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흑인들과 한국인들 간의 많은 갈등을 경험했다.

정이삭 감독처럼 성공한 연예인 및 의사, 법조인 등 고소득전문직 종사자를 배출하여 ‘모범적 소수자’ ‘모델 마이너리티(model minority)’로 평가받고 있다. 2019년 통계에 의하면 아시아계 미국인 가구의 중위소득이 98174달러로 백인(76057달러)이나 흑인(46057달러)보다 높았다.
게다가 한국계 미국인들이 운영하는 가게나 세탁소 등의 영업장소가 흑인 및 히스패닉계 미국인 거주지역에 많이 위치한다.

그러나 한인들은 백인들과 가까이 살고 있다. 따라서 흑인 및 히스패닉계 소수자들은 한국인들이 돈은 자기 지역에서 벌고 소비는 백인사회에서 한다는 질투와 시샘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한국인들은 체제순응적이며 겸양을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 때문에 이들의 언어폭력이나 기물손상 등의 경미한 범죄를 눈감아 주곤 한다. 그 결과 한국계 미국인을 괴롭혀도 반격을 하지 않는 만만한 상대로 여기고 있다.

이제는 이와 같은 미국내 소수민족에 의한 역차별과 증오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한 한인들이 이들 소수자들에게 좀 더 소통하고 배려하며 어려운 소수자들을 돕는 보살핌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범하는 잘못된 혐오 및 증오범죄에 대해서는 강력한 대응책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아울러 모국인 대한민국이 일본처럼 더욱 부강한 나라로 국제사회의 영향력이 높아질 때 한국계 미국인들을 향한 증오범죄도 사라질 것이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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