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인텔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CEO 서밋' 회의 직후 차량용 반도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날 회의에 한국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참가한 삼성전자가 미국내 투자를 확대하고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나설지 여부에 눈길이 모인다.

14일 업계 등에 따르면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백악관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주재로 개최된 반도체 CEO 서밋 직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 사태를 빚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제조에 인텔이 직접 나서겠다”며 “앞으로 6~9개월 내에 실제 반도체를 생산한다는 목표 아래 차량용 반도체 설계업체와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반도체 업계에서는 “바이든 대토령이 사실상 투자 확대를 요구했고 인텔이 그에 응답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도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부담요소다. 차량용 반도체가 초미세화 공정을 통해 생산하는 고성능 메모리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데다, 추가 투자에 나서더라도 수익을 거두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어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는 ▲'개발-테스트-양산'에 10년 내외가 소요되고 ▲필요수명이 15년 이상인 데다 ▲온도요건 또한 –40~155도로 가혹하다. ▲재고 보유 기간은 30년 이상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해당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던 NXP(네덜란드), 르네사스(일본), 인피니언(독일), ST마이크로(스위스), 마이크로칩(미국) 등 일부 기업 시장 공급량의 대부분을 나눠 갖고 있어 새롭게 시장 영향력을 키우기 어렵다.

이에 더해 이들 업체 역시 미세공정 난이도, 비용증가로 생산 외주화(Fab-lite) 전략을 취하며 세계 MCU 생산량의 약 70% 정도를 대만 TSMC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가 맡고 있는 상황이다. TSMC의 지난해 4분기 차량용 반도체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3% 수준이며, 대부분 MCU 생산용 웨이퍼는 8인치(200mm) 사이즈로 생산성, 수익성이 낮은 편이다.

삼성전자는 우선 현재 운영중인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에 더해 170억 달러 투자에 나서 반도체 공장을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서밋을 계기로 해당 공장 증설 계획은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이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향후 중국 투자를 두고서도 고심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중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만큼, 중국도 삼성전자 등 중국 내 투자에 나서고 있는 업체들을 압박하며 대응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3일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한중 외교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에 반도체와 5세대(5G) 이동통신 분야에서 협력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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