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섞어 비비는 한국적인 패스트푸드 비빔밥박혜경의 음식이 약이 되게 하는 약선밥상 33-타임캡슐에 담아 후대에 전하고 싶은 우리 음식 2
박혜경 요리연구가/푸드스타일리스트 | 승인 2021.04.12 15:59

[여성소비자신문]비빔밥은 흰 쌀밥 위에 갖가지 나물, 고기 등을 얹고 양념을 넣어 섞어 비빈다는 뜻으로 색과 맛 지역과 계절, 자연과 인간이 한데 어울려 조화와 융합을 이어온 한국밥상의 철학적, 실체적 요소가 모두 들어 있는 우리 나라의 대표 음식이다.

하루 종일 일에 쫓겨 점심도 못 먹은 채 지친 몸으로 퇴근을 할 때면 허기가 몰려온다. 외투도 벗지도 못한 채 냉장고 문을 열어 만들어 놓았던 갖은 반찬을 큰 양푼에 한꺼번에 쓸어 넣고 밥을 퍼서 담아 고추장, 깨소금, 참기름을 듬뿍 넣어 비벼낸 후 빨갛게 비벼진 밥을 한 숟가락 퍼서 입속으로 넣는 순간 힘들었던 응어리진 마음이 풀리고 모든 시름이 잊혀진듯 행복한 순간이 된다. 그 순간 비빔밥은 소박하지만 최고의 음식이 된다.

원래 비빔밥은 흰 쌀밥 위에 야채로 만든 가지각색의 나물, 고사리나물, 숙주나물, 황청포, 고기 등을 색을 조화시켜 가지런히 둘려 놓고 고추장,깨소금, 참기름을 얹어 내놓은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고 아름다운 음식이다.

비빔밥은 언뜻 보면 밥과 반찬을 섞어서 쉽게 만든 음식처럼 보이지만 재료의 맛을 잃지 않고 다양한 재료와 어울려 조화로운 맛을 내고 있고 밥 위에 올린 채소와 고기로 단백질, 탄수화물, 식이섬유가 가득한 균형 잡힌 식단이 된다.

비빔밥의 유래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비빔밥은 우리 조상의 지혜가 모여 만들어진 음식이다. 비빔밥은 1800년대 요리책인 ‘시의전서’에 처음 나오지만 그 역사는 더 오래 되었을것으로 본다.

‘시의전서’에는 “밥을 정히 짓고  고기는 재워 놓고 간납은 부쳐 썬다. 각색 남새를 볶아 놓고 좋은 다시마로 튀각을 튀겨서 부숴 놓는다. 모든 재료를 다 섞고 깨소금, 참기름을 많이 넣어 비벼서 그릇에 담는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비빔밥에 대한 유래는 다른 음식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기원이 전해진다.

첫 번째는 제사 풍습에서 비빔밥이 시작됐다는 설로 비빔밥의 유래에서 가장 유력하다. 밥, 고기, 생선, 나물 등을 제사상에 올려 놓고 조상에게 제사를 지낸 다음 올린 음식으로 밥을 비벼 먹었다는 데서 유래되었다는 설이다.

제사를 지낼 때는 일가친척이 모두 모여서 제사를 지낸 뒤에 빠짐없이 ‘음복례’를 하는데 제사에 올린 음식을 큰 그릇에 넣고 각색 나물을 넣고 비벼서 한 대접씩 담아 먹은 데서 유래되었다는 설이다.

또한 많은 손님들에게 일일이 음식을 대접하기 어려워 제사에 오른 모든 재물을 고루 섞어서 비벼 먹었다는 설도 있다. 정성을 다해 제사를 지낸 뒤 남은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은 유교 기본 원리의 충실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두 번째로는 모내기나 추수를 할 때 이웃끼리 서로 일을 도와주는 품앗이라는 풍습 속에서 시간과 노동력을 절약하기 위해서 음식 재료들을 들로 가지고 나가 한꺼번에 비벼서 나눠 먹은 데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세 번째는 한 해의 마지막 날 먹다 남은 반찬이 그대로 해를 넘기는 것을 꺼려서 남은 밥에 반찬을 모두 넣고 비벼 밤참으로 먹었다는 설이다.

‘동국세기’에는 섣달 그믐날 저녁에 남은 음식은 해가 넘기지 않는다고 하여 그것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궁중에서도 '비빔'이라 하여 섣달그믐에 먹었다고 전해진다.

지역에 따른 비빔밥

비빔밥은 한국인이라면 즐겨 먹는 음식답게 전국적인 음식이다. 전주, 진주, 함평, 서울, 평양, 해주까지 예전부터 비빔밥으로 유명한 지역이 많았고 각 지역마다 고유 특징을 가지고 있어 소개해 본다.

전주비빔밥

전주는 예로부터 풍류와 맛의 고장으로 이름 난 곳으로 온갖 산물이 모이는 음식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비빔밥의 대명사가 된 전주비빔밥에는 20여 가지의 재료가 들어가는데 양지머리를 푹 끓여서 만든 육수로 밥을 짓고 녹두 녹말에 치자물을 들여 만든 노란 묵을 얹는 것이 특징이다.

전주비빔밥은 일제 강점기부터 유명했다. 전주 남부시장의 시장 음식인 '뱅뱅 돌이' 비빔밥은 지금처럼 고기나 고명이 많지 않고 소박한 서민들의 한 끼 식사였는데 1960년대 이후 변화하기 시작하여 점점 전문화되고 고급화되었다.

1960년대 비빔밥은 뚝배기에 담았는데  금방 식어서 뚝배기보다 보온성이 좋은 곱돌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따스한 것’의 한국인들을 정서의 맞아 인기가 많았지만 지금은 유기대접을 사용하고 있다. 전주 비빔밥은 1980년대 이후 비빔밥 분점들이 서울에 많이 진출 되었는데 교통의 발달, 지방 음식에 대한 관심, 외식 성장 등에 힘입어 전주 비빔밥은 전주만의 깊은 넓은 음식 문화을 바탕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성장되었다.

진주비빔밥

진주비빔밥은 ‘잘 가꾸어진 화원을 옮긴 듯 아름답다’하여 옛날부터 ‘화반’이라고 불렀다. 진주비빔밥은 나물을 손 사이에 뽀얀 물이 나오도록 까부러지게 무치고 보탕국을 얹은 특징이 있다.

보탕국은 바지락을 곱게 다져서 참기름으로 볶다가 물을 붓고 자작하게 끓인 탕국을 말한다. 또한 소고기 육회를 사용한 것과 ‘엿꼬장’이라고 하여 특별하게 만든 고추장을 쓰는 것도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진주비빔밥에 따르는 국이 서울 해장국과 같이 건더기가 많고 재료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진주비빔밥은 30~40년 전에 헛 제삿밥이라는 별호를 붙여 밤중에 음식장에서 팔았다고 한다. 밤에 출출한 사람이 밤참을 먹는 시각이 제삿집에서 비빔밥을 먹는 시간과 같다고 하여 붙은 별칭으로 많은 사람이 즐겨 찾았다고 한다.

이처럼 경상도 지방에는 헛제사가 있었는데 말 그대로 제사를 올리지 않고 먹는 가짜 제삿밥을 말한다. 제사 때 먹었던 비빔밥을 먹고 싶어서 제사를 지내는 시늉을 한 후 먹었다는 설로 전해진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살 빼기 노하우가 공개되었던 TV 프로그램에서 기네스 팰트로는 날씬한 몸매의 비결을 우리나라의 비빔밥으로 꼽을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1990년 초에는 대한항공 기내식으로 채택되어 단시간 내에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아 세게 기내식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음식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2010년에는 미국 타임스퀘어 광장의 전광판에 등장하여 뉴요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예쁘고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말처럼 비빔밥은 우리의 전통음식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비빔밥은 이것 저것 막 섞어서 얼렁뚱땅 만든 듯하지만 각각의 재료가 자시의 맛을 잃지 않고 다양한 재료와 어울려져서 조화로운 맛을 내는 신기한 음식으로 현대에는 비빔밥의 종류가 다양해져 있다. 화려함 속에서도 정겨운 소박함이 있는 비빔밥이 대대로 전해지기를 바래 본다.

박혜경 요리연구가/푸드스타일리스트  Openhp9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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