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다. 지난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한 지 700여 일 만이다.

양사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재가치 기준 총액 2조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을 합의된 방법에 따라 지급하고 ▲관련한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 설립 및 배터리 생산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양사의 고객사 폭스바겐과 포드 등에 대한 배터리 공급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은 지난 2년간 숨가쁘게 이어져왔다. LG에너지솔루션 전지사업본부 연구개발(R&D),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 분야에서 근무하던 직원 80여명이 지난 2017년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게 시작이었다.

업계 후발주자였던 SK이노베이션이 2018년 말 폭스바겐의 배터리 수주를 따내자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이직한 직원들을 통해 LG의 납품가 및 영업비밀을 알아내 최저가격 입찰 후 수주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한 후 5월 서울경찰청에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등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은 6월 “서울중앙지법에 LG에너지솔루션에 의해 명예가 훼손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9월 ITC에 LG에너지솔루션을 상대로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분쟁이 심화되면서 신학철 LG에너지솔루션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CEO가 회동에 나섰지만 성과는 없었다.

한편 9월에는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팀과 국제범죄수사대가 잇따라 SK이노베이션 본사를 압수수색 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같은달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ITC 특허침해 맞소송과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지법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ITC는 지난해 2월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조기패소 결정을 내렸다. 이후 6월 LG에너지솔루션은 서울중앙지검에 SK이노베이션을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등 혐의로 고소했다. 8월 서울중앙지법은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원고패소 결정했다.

양 사의 분쟁은 올해 2월 ITC가 “SK가 LG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이 맞다”는 내용의 최종 판결을 내리며 LG엔솔이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2019년 9월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이 각각 제소하고 맞소송을 한 '특허권 침해' 소송과 관련해선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를 침해한 것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ITC는 앞서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최종 판결하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품, 소재에 대한 10년간의 미국 내 수입금지를 명령했다. 포드와 폭스바겐 일부 차종에 대해 각각 4년과 2년의 유예기간을 결정했지만 SK이노베이션은 이같은 최종판결이 확정되면 미국 내 사업이 무의미해진다고 우려하며 백악관의 비토권 행사를 요청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 조지아주 배터리 1, 2공장에 1조5000억원을 투자했으며 최소 2600여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3차례에 걸쳐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SK이노베이션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 가운데 미국 정부는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거부권 행사에 나서는 대신 양사 합의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양 사가 11일 합의에 이르면서 ITC의 'SK측의 배터리 미국내 10년간 수입금지'판결은 무효화된다.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 진행중인 '영업비밀 침해' 관련 실질적인 손해배상 관련 재판과 국내에서 진행 중인 고소건도 취하된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 설립 및 배터리 생산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양사의 고객사 폭스바겐과 포드 등에 대한 배터리 공급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 김종현 사장과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은 11일 오후 공식입장을 통해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며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합의는 공정경쟁과 상생을 지키려는 당사의 의지가 반영되었으며, 배터리 관련 지식재산권이 인정받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특히 이번 합의를 통해 폭스바겐과 포드를 포함한 주요 고객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 공장도 정상적으로 운영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양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공존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앞으로도 전세계적인 친환경 정책에 발맞춰 글로벌 선도기업으로서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대규모 배터리 공급 확대 및 전기차 확산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이번 합의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개화기에 들어간 배터리 분야에서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공식자료를 내고 “이번 합의로 미국 배터리사업 운영 및 확대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 미국 조지아주 1공장의 안정적 가동 및 2공장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며 “미국은 물론 글로벌 전기차 산업 발전과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내외 추가 투자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은 급성장하는 전기차 및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리게 됐다”며 “이번 분쟁과 관련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정책, 조지아 경제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더 큰 책임감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무엇보다도 2022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앞둔 포드 및 폭스바겐 등 고객사들의 변함 없는 믿음과 지지에 적극 부응해 앞으로 더 큰 파트너십으로 발전해 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게 된 점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ESG 경영 강화와 사업가치·기업가치 제고에 전념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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