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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농업의 새로운 기회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1.03.26 11:02

[여성소비자신문]88서울올림픽을 앞둔 몇 년 전에 미국 일리노이주의 소도시를 방문했을 때 어마어마한 규모의 채소재배 공장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세워진 3층 규모의 건축물 안에 들어가 보니 철이 지난 가을인 데도 상추나 파와 같은 각종 채소류가 공중에 매달린 물통에서 싱싱하게 자라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큼직한 오이와 토마토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흙이 없어도 물속에 뿌리를 내린 채소들의 잎이 무성하고 꽃과 열매가 풍성한 수경재배를 대규모로 하고 있었다. 인근에 있는 가축사료용 생균제 배양시설에서 나오는 배양액과 증기를 공급받아 난방을 유지하고 일조시간을 컴퓨터로 조절하며 유입되는 공기도 필터를 통해 유해균이나 바이러스가 차단되고 있었다.

따라서 농약이 필요 없는 무농약 재배이므로 인근에 위치한 시카고 농산물 시장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었다. 성공적인 도시형 스마트팜(smart farm)을 운영하고 있었다. 경지면적이 넉넉하지 못하고 빠르게 도시화되어 가는 우리나라에도 머지않아 이러한 새로운 방식의 농업이 필요한 때가 오리라 생각했다.

그 후 방송매체를 통해 세계 2위 농식품 수출국인 네덜란드에서도 선진화된 스마트팜 파프리카 생산단지가 운영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간척지의 유리온실 단지에서 첨단 기술을 적용하여 파프리카의 생육에 필요한 최적 환경을 중앙관제실에서 조성하고 있었다.

농업생산에 정보통신기술인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기술을 도입하고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로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농사환경을 관측하고 원격관리할 수 있는 지능화 된 농장이나 축산을 스마트팜(smart farm)이라 한다.

즉, 정보통신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농업방식으로 채소 재배를 위한 공장식 온실은 물론 자동화된 가축 및 양어 생산방식도 스마트팜에 해당된다. 기존의 농업 특수성이나 제약을 극복하고 편의성, 생산성 및 수익성을 증진하기 위해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big data), 스마트폰 등의 도움을 받아 정밀 생산관리와 원격조절관리가 가능해진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공산물 생산방식인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와 유사한 개념으로 우리나라 농업기술의 혁신방안으로 쓰기 시작한 신조어이다. 영어권에서는 주로 Hightech greenhouse 또는 Precision agriculture라는 표현을 쓴다.

우리나라에서 농업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은 2014년 시설원예와 축산농가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그러나 대기업의 진출이 어려운 농업에 있어서 연구개발 및 시설 도입의 고비용, 농업인 고령화로 인한 활용인력 부족, 기자재 비표준화 등이 스마트팜 확산에 걸림돌이 되어왔다.

그렇지만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은 물론 농업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농촌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농업에 있어서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외국인 계절 근로자의 입국이 제한되었고 그 결과 농촌 일손 수급의 어려움과 인건비 상승으로 농산물 공급과 가격 인상을 초래했다.

게다가 전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인한 국제물류시스템의 위축으로 농산물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식량안보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편 경제침체와 인공지능 도입에 따른 도시실업자 증가는 고학력 젊은층의 고용율을 저하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급속한 도시확장으로 경작지는 감소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여러나라에서 코로나19 백신접종을 개시했다고 하지만 집단면역에 도달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며 변종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코로나19 이후 즉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19) 시대의 농업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우리 정부에서도 그간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소홀히 다루어왔던 스마트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육성정책을 서두르고 있다. 다소 뒤늦은 감은 있으나 고도의 정보통신기술을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스마트팜 육성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농업의 기회로 인식하고 ‘재단법인 스마트팜 연구개발사업단’을 출범시키는 등 스마트팜을 통한 농업의 국제경쟁력 제고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우위를 지녔음에도 우리나라 농업에 접목이 어려웠던 것은 미국이나 네덜란드처럼 대기업의 농업진출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농업정책의 기본은 강소농 육성에 있다. 따라서 국내 농업에 스마트팜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고 확산하기 위해서는 비닐하우스 위주의 소규모 농작 및 전업 축산인들에게 피해가 크지 않는 스마트팜 육성에 대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스마트팜의 확산이 농업발전에 기여하리라 예상되는 효과는 주로 노동성과 생산성 향상에 있다. 노동력절감, 노동력부족 해소로 인한 외국인노동자 의존도 저하, 여유시간 증가, 삶의 질 향상 등이 기대된다. 경남 진주의 파프리카 농장에서는 스마트팜 도입으로 1년간 1억7000만원의 인건비가 절감되고 생산량이 87%나 증가했다고 한다.

가금인플루엔자나 구제역과 같은 질병이 축사 내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역차원에서도 스마트팜은 매우 효과적이며, 농산물의 품질향상으로 상품성이 높아진다. 이보다 더욱 기대되는 것은 도시의 우수한 고급 인력들이 농촌에 유입됨으로 실업률 감소와 농촌 경제 활성화가 예상된다. 즉, 스마트팜 육성으로 우리나라 농업이 미래성장산업으로 인식되고 국제경쟁력 또한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그런데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들의 스마트팜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문제점이 많다. 이들 나라에서는 농장의 규모가 크고 과감한 기술도입으로 농기업이 육성된데 비해 우리나라는 비닐하우스나 전문 축산농가 형태의 소규모 농가의 보호정책으로 일관되어 왔다.

몇 년 전부터 스마트팜에 뜻을 가져온 건설사들이 관련 기술 개발이나 사업계획 수립에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소농 위주의 규제와 농업정책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쟁력 있는 소농가의 육성에 걸맞는 스마트팜의 연구 개발에 집중해야할 것이다.

정부가 기존의 농업에 기준한 농민보조와 환경보호 같은 천편일률적인 법규나 제도만을 고집해서는 스마트팜의 확산은 기대하기 어렵다. 시설원예, 과수, 축산분야에 따라 차별화 된 규모화 및 분야에 따른 경쟁력 강화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물위에서도 채소 재배용 유리온실 단지를 설립하여 수상농장을 운영하는 네덜란드의 스마트팜처럼 새로운 발상과 전략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농지 면적의 크기가 비슷한 네덜란드가 농산물 수출액으로 볼 때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할 만큼 농식품 수출국이 된 농업 경쟁력은 1950년 대 이후 60여년 간 꾸준히 농업에 첨단기술의 접목으로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켜 농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여온 데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로 네덜란드 농업의 90% 이상이 스마트팜에서 생산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농업지원금을 제공해온 까닭에 기술혁신이 잘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제 지구상의 사회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농업정책은 시대 변화에 맞는 한국형 스마트팜의 연구 개발과 확산에 집중하고 육성에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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