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엉뚱 캐릭터들이 만든 ‘힐링’ 뮤지컬

현실 풍자와 언어 유희 가득
정준하·서영주 등 뮤지컬 감초 열연
원작을 한국적으로 잘 살려내

[여성소비자신문=강지원기자]뮤지컬 <스팸어랏>의 시작은 영국이다. 1969년 BBC의 코미디 쇼의 작가였던 6인조 코미디 그룹 ‘몬티 파이톤’이 영화를 제작했는데 그것을 뮤지컬로 제작한 것이 바로 <스팸어랏>이다.

코미디 그룹이 만든 작품이라 그런지 이 뮤지컬에는 현실 풍자와 언어 유희가 가득하다. 제목만 해도 그렇다. 몬티 파이톤이 만든 작품 중 하나인 <스팸 스킷(Spam Skit)>에서 등장한 단어 ‘스팸(Spam)’과 아더 왕과 원탁의 기사들로 상징되는 지역인 ‘캐멀럿(CAMELOT)’이 합쳐져 ‘스패멀럿’이 됐다.

이 말은 ‘스팸이 많다’(Spam a lot)라는 뜻인 ‘스팸어랏’으로 불리게 됐는데, 이처럼 언어적 재미가 가득한 뮤지컬이 국내에서 인기리에 공연 중이다.

똑똑하지는 않지만 의지는 강한 아더 왕(King Arthur)은 그의 시종 팻시와 함께 거룩한 성배를 함께 찾아 나설 원탁의 기사들을 모집한다.

그런데 모인 사람들을 보면 앞뒤 안 가리고 용감한 랜슬럿 경, 겁 많은 로빈 경, 농부에서 갑자기 기사가 된 순수한 갈라하드 경, 슬기로운 방귀쟁이 베데베르 경, 돈키호테처럼 치장한 이쇼에등장안한다 경 등 5명의 엉뚱한 기사들 뿐이다.

이들이 왕과 함께 신의 계시를 따라 성배를 찾으러 떠난다. 하지만 기사들은 쇼걸과 도박에 빠져들고 소동만 일으키고 다닌다. 호수의 여인이 기사들을 재촉해 다시 성배를 찾아 나서지만 용맹한 만큼 멍청한 기사들은 결국 프랑스 군대로부터 조롱만 받고 성을 떠나게 된다.

아더 왕은 로빈 경과 숲에서 헤어진 후 계속 성배를 수색하지만 ‘Ni’라고만 말하는 기사들과 흑기사들만 만나면서 계속 문제만 일으킨다. 용감하기만 한 렌슬럿 경은 게이 왕자 허버트를 돕다가 동성애자임을 들키고 ‘Ni’기사들의 요구에 따라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만들면서 팻시가 유태인임이 드러난다.

아더 왕은 마녀의 점괘에 따라 동굴에 사는 살인 토끼를 만나게 되고 아더 왕은 ‘성스러운 수류탄’을 이용해 살인 토끼를 무찌르게 된다. 아더 왕과 기사들은 성배를 발견하지 못하자 신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의지만 강한 아더 왕과 엉뚱한 원탁의 기사들은 과연 어디에서 성배를 발견할 수 있을까.

바보스러운 아더 왕 역할에 정준하

아더 왕에는 개그맨 정준하와 뮤지컬계의 감초 서영주가 캐스팅됐다. 정준하는 뮤지컬 <헤어스프레이>, <라디오스타>, <형제는 용감했다> 등에 출연해 호평을 받아왔다.

이번 공연에서 정준하가 맡은 아더 왕은 개그맨인 그가 지닌 ‘바보스러움’과 딱 맞아 떨어지는 캐릭터로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서영주는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완득이> 등에서 감성 어린 연기를 펼쳐왔다. 이번 뮤지컬에서는 지금까지 쌓아온 내공을 아낌없이 발휘해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하고 있다.

이 공연에서 관객들의 시선을 가로챈 또 다른 캐릭터는 바로 호수의 여신이다. 이 호수의 여신 역에는 카리스마 여왕 이영미, 차세대 디바 신의정이 캐스팅됐다. 호수의 여신은 <스팸어랏>에 등장하는 유일한 여자 캐릭터다.

이영미는 객석을 휘어잡는 폭발적인 가창력과 카리스마를 선보이고 있으며 신의정은 <지킬앤하이드>, <페임> 이후 펼치는 첫 코미디 역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치유 메시지 관객에게 선사

이 공연은 2010년 한국 초연 당시 국내 정서와 문화에 기반한 수정 작업을 통해 원작의 다양한 웃음 코드를 한국적으로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공연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유 원트 석시드 온 브로드웨이(You Won't Succeed on Broadway)’에서는 당시 한국 뮤지컬 시장의 과도한 연예인 캐스팅을 꼬집는 내용으로 절묘하게 바꿔 많은 관객의 공감과 호응을 얻었다.

이처럼 <스팸어랏>은 웃음 속에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담고 있다. 특히 대표적 넘버라고 할 수 있는 ‘올웨이즈 룩 온 더 브라이트 사이드 오브 라이프(Always Look on the Bright Side of Life)’는 이 뮤지컬이 전하는 메시지를 유쾌하게 담고 있다.

곡 중에 등장하는 ‘인생 별 거 없죠, 웃어봐요’라는 가사는 인생을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보다 작고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고 항상 인생의 밝은 면을 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5월 21일부터 시작한 이 공연은 9월 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펼쳐진다. 팍팍한 일상에 지친 이들이 함께 보면 저절로 마음이 치유되고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강지원 기자 jiwon512@wsob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