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국무총리는 17일 “불법 사금융은 우리 사회를 파괴하는 ‘독버섯’과 같은 존재”라면서 “정부는 서민생활 보호를 위해 이 문제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서민생활 보호를 위한 불법 사금융 척결방안’을 발표하며 “경제적 약자를 더 큰 궁지로 몰아세우고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마저 짓밟는 매우 파렴치하고 흉악한 범죄인 불법 사금융은 반드시 척결해야 할 ‘사회악’”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 동안 실물경기의 회복 지연, 청년 실업, 물가 불안 등으로 서민들의 형편은 여전히 어렵고 이에 따라 서민금융 수요도 계속 커지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감안해 그동안 정부에서는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 확충을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지난달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어 ‘서민금융 확대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이자부담이 큰 대부업 거래나 사금융 시장이 커지고 있다.

또 이와 함께 불법 사금융 피해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불법사금융 가운데는 연 이자율이 수 백, 수 천%에 달해 서민들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피해자들을 납치해 인신매매하고 성폭행을 자행하는 경우도 있다.

300만원을 갚지 않는다고 강제로 유흥업소에 나가게 하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가 딸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마저 있었다.

이번 대책은 피해사례 일제 신고 및 특별단속을 통해 불법사금융을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고 이를 철저히 뿌리 뽑는데 주안을 두고 있다.

또한, 신고-상담-피해구제 간 연계를 강화해 신고자가 금융지원·신용회복·법률 지원을 받아 실질적으로 재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불법사금융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불법 유형별로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세부대책을 설명 드리자면, 먼저 정부는 4월 18일부터 5월 말까지 전국적으로 일제히 피해신고를 접수할 계획이다.

신고 대표전화는 ‘1332번’. 금감원, 경찰청에 설치되는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서 직접 신고도 받는다. 인터넷으로도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신고대상은 법정 최고이자를 초과한 불법고금리 대부, 폭행·협박·심야 방문 및 전화 등 불법채권 추심, 대출사기와 보이스 피싱, 불법광고 등 모든 불법사금융 행위다.

신고가 접수되면 피해구제를 위한 상담을 실시하고 수사가 필요한 사항은 검찰과 경찰에 통보해 엄정히 처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불법사금융 특별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검찰청은 4월 18일부터 ‘합동수사본부’를 가동하며, 경찰청은 총 2천500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운영하고 5천여 명의 형사인력까지 총동원해 단속을 편다. 국세청도 세금탈루 혐의가 있는 불법사금융업자에 대해 세무조사에 나선다.

금감원과 지방자치단체는 불법 대부행위를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에 적발된 불법 사금융 행위에 대해 법정 최고한도의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고, 배후조직까지 파악해 이를 끝까지 척결할 방침이다.

또한 이번 대책에는, 신고자들의 피해를 구제하고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을 담았다. 먼저, 고금리 대출이 저금리로 전환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상환조건 조정, 소액대출 확대 등을 통해 신용회복도 도울 계획이다.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피해신고자의 민·형사 소송에 대한 법률 지원도 강화한다.

또 신고자가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신고자 신분 등의 정보 유출을 방지하고 보호조치도 철저히 하겠다. 아울러 정부는, ‘불법 사금융 일제 신고’로 서민들에 대한 금융공급이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충분히 대비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3월 30일 마련된 ‘서민금융 확대방안’을 차질 없이 시행해 서민들이 보다 안전하고 싼 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을 통해 총 3조원을 공급한다.

아울러 서민금융시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필요하면 추가적인 보완대책도 강구한다.

정부는 불법사금융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금년 중에 불법 사금융 유형별로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먼저, ‘법정 최고금리를 위반한 대부행위’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초과이익을 전액 환수하고 이를 피해자 구제에 활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 ‘불법 채권추심행위’의 경우 피해신고 빈발업체는 명단 공개 및 현장검사를 단행하고, 불법추심으로 제재 받은 업체는 3년 간 추심위탁을 받지 못하게 할 방침이다.

또한 불법대부광고 사전 차단을 위해 광고에 사용된 전화번호를 이용 정지하고, 생활정보지 등의 불법광고 게재도 중단토록 한다.

각종 신종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보이스 피싱’ 문제는 발신번호가 조작된 국제전화를 차단하고 ‘지연인출제’를 도입해 계좌이체 시 일정 시간이 지나야 인출할 수 있게 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 추진한다.
 
한편, 현재 대부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이 권한 분산, 담당자의 전문성 취약 등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도 개선한다.
이를 위해, 자치단체 담당자의 전문성을 높여 이들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대부업체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검사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송현아 기자  wsobi@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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