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남도훈기자] 한국도로공사가 최근 한숨 돌리게 됐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6월 18일 발표한 2012 공공기업 경영평가에서 도로공사는 기관 평가에서 B등급, 기관장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수익성에 높은 평가를 주는 현행 평가체제에선 내부 악재를 진단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내부기강 해이·채용비리·비정규직 갈등 등 도로공사는 적지 않은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장원효 한국도로공사 사장

공공기관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국내 공공기관에서 2012년 동안 각종 비리와 업무 착오로 징계·경고 등 신분상 조치를 받은 임직원은 2011명 중 10.8%에 달하는 217명은 도로공사 소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파면, 해임 등 중징계를 받은 직원 수는 2011년 15명에서 2012년 27명으로 80%나 증가했으며 경고 및 주의를 받은 임직원의 수도 같은 기간 12.4% 늘어난 190명에 달했다.

도로공사는 지난해 4월 자체감사와 10월 기획재정부 감사에서 임직원들이 법인카드를 개인적 용도로 남용한 사실이 지적됐다. 지적된 사례로는 개인적 식사비용, 양주 등 고가 주류 구입 등이 있었다. 이중 근무시간 외 음식점에서 사용한 금액은 2529건 총 4억2800만원에 달했다.

일부 직원들은 견인업체로부터 상습적으로 향응과 성상납을 제공받았고, 또 다른 직원들은 해외출장 중 회의에 불참한 동안 라스베이거스 등을 전전하며 관광을 즐긴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 명목으로 뒷돈 챙겨

일선 현장에선 비정규직 및 채용비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월 도로공사 외주업체 소속 고속도로 안전순찰원들이 채용비리와 임금횡령의혹을 폭로하면서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

이들에 따르면 노조에 소속된 도로공사 27개 지사 중 10개 지사의 외주업체 운영자들은 고용승계나 채용을 명목으로 개인당 적게는 300만원, 많게는 1000만원을 요구했다.  

한 외주업체 운영자는 순찰원 면접을 본 사람으로부터 성의 표시란 명목으로 현금 1000만원을 받았으며 또 다른 외주업체 운영자는 고용승계를 빌미로 10여명의 순찰원에게 300만원을 받아 챙겼다.

대가성 뇌물수수 비리에 대해 청주지방검찰청은 지난 2월 노조를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실시했으며 이 과정에서 금품이 오간 계좌 내역을 입수했다.

위장도급 의혹

도로공사의 과도한 외주 또한 위장도급, 불법파견 의혹을 받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원청은 도급업체 법인 및 직원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관리·감독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불법파견으로 보며 직접고용을 해야 할 사유 중 하나로 인정한다.

전국톨게이트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570여명은 지난 2월 8일 서울동부지법에 도로공사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유는 도로공사가 자신들을 지휘·감독하고 있기 때문에 공사의 정직원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 실제로 도로공사는 전국 모든 톨게이트 수납업무를 외주로 돌렸으나, 각 톨게이트에 소장 등 본사 직원을 파견해 이들의 업무를 직접 지휘·감독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하이패스를 탑재하지 않은 차량이 하이패스 도로로 요금을 내지 않고 도주하는 등 미납률이 증가하자 일부 톨게이트에서 본사 소장이 외주직원에게 지시해 몸으로 미납차량을 적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가 여론의 지탄을 맞고 철회했다. 올해 4월에도 북수원 IC 톨게이트에서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다시 언론의 지탄을 받았다.

두 사례 모두 본사에서 하이패스 미납률을 지적받은 본사 소속 소장이 현장의 외주직원들에게 위험한 단속 업무를 지시한 것으로 이들은 상부 보고없이 직권을 남용했을 뿐더러 하도급법을 벗어난 지휘업무를 수행했음에도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미옥 전국톨게이트노동조합 위원장은 “업무지침이 도로공사에서 내려오고 직원 명단도 도로공사 내부 통신망인 ‘하이포탈’에 등록돼 있다”며 “고객 만족도 모니터링도 도로공사에서 실시해 각 영업소를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력과 관계없이 매년 같은 급여를 받고 있다며 정직원 초임을 기준으로 최근 3년간 차액을 계산해 50억여원의 미지급 임금 반환 소송도 함께 낸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공사는 외주업체가 해당 직원들의 인사관리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도로공사 소속은 아니라고 전했다.

남도훈 기자  hund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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