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올해 인천국제공항과 항공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한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하루 20만명이 오가던 인천국제공항의 이용객은 연일 7000명 이하로 떨어져 ‘역대 최저’ 실적 기록이 전망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여객 수요가 줄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고 합병을 준비하는 가운데 인천국제공항은 두 대형항공사 통합 추진에 따른 내부 대책마련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가 인천국제공항을 거점공항으로 사용하고 있는 만큼 두 항공사의 합병으로 인한 공항 내 터미널 사용 방안이 주요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공항의 이용객은 19만8789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557만0470명과 비교해 96.4% 감소했다. 이 기간 도착과 출발 승객은 각각 9만4207명과 10만4582명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일일평균이용객은 6626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18만5682명과 비교하면 역시 96.4% 급감했다. 최근 월간 이용객 수가 예년 일일 이용객 수 만큼 떨어진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 인천공항의 이용객 수도 역대 최저를 기록할 전망이다. 인천공항의 월별 이용객수를 살펴보면 ▲1월 630만9369명(전년대비 -0.9%) ▲2월 338만1632명(-41.5) ▲3월 60만9516(-89.6%) ▲4월 15만3514명(-97.3%) ▲5월 13만7924명(-97.6%) ▲6월 18만2523명(-97%) ▲7월 21만9153명(-96.5%) ▲8월 23만4958명(-96.3%) ▲9월 19만6864명(-96.4%) ▲10월 19만7383명(-96.6%) ▲11월 19만8789명(-96.4%)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총 이용객 수는 1182만1625명으로 집계됐다.

항공업계에서는 12월 이용객도 20만명을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돼 올해 이용객 수가 1200만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세계 각국이 자국민의 감염을 막는다는 이유로 외부로부터의 입국을 차단한 것이 이용객 감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나 최근 미국과 영국 등에서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소식이 들리는 만큼 내년 하반기부터는 수요 회복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국제항공운송협회 IATA는 전세계 공항을 통한 여객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2024년 하반기는 되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인천공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거점공항이다. 최근 양사가 합병을 추진하면서 인천공항도 두 이에 따른 내부적으로 대응책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 공항은 조만간 국내 1, 2위 대형항공사(FSC)의 합병에 따른 1국적 FSC 체제 준비에 착수할 방침이다. 아직 합병 건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양 사와 공항 간의 실무적인 논의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쯤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간 인수합병은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이 사모펀드 KCGI 산하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며 급 물살을 타고 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반발해 가처분 신청을 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 중인 KCGI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방식에 따른 산업은행의 한진칼 투자는 조 회장의 경영권과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한진칼의 5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신주 발행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및 통합 항공사 경영이라는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에 8000억원을 지원하고, 이중 5000억원을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투입하기로 했다.

판결 이후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한 본격적인 인수 절차와 시기를 일부 밝혔다. 우선 대한항공은 다음달 14일까지 해외 경쟁당국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하고 내년 3월 17일 전까지 통합계획안을 완성할 예정이다.

우 사장은 이날 “내년 1월 14일까지 각국의 경쟁당국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라며 “빠듯한 시간이지만 이를 위해 전담 법무법인을 국내외에 선정, 대한항공 전담부서가 팀을 만들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도 내년 1월 14일 전까지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한진칼은 산은으로부터 받은 자금 가운데 약 7300억원으로 대한항공이 진행하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업계에선 인수 작업이 내년 2분기께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시아나 항공은 당초 HDC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에 매각될 예정이었으나 이는 지난 9월11일 공식적으로 무산됐다. 앞서 HDC현산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이후 같은 해 12월 금호산업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아시아나항공과는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HDC현산이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주식(구주)를 3228억원에 매입하고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할 2조1772억원 규모 신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올해 초 코로나19가 확산되며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자 HDC현산은 금호산업 측에 재실사를 요구하며 거래 종결을 미뤘다. 이후 인수조건을 논의하기 위한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회동도 진행됐으나 HDC현산은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이후 산은이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에 아시아나 항공 인수를 제안하면서 양사 합병 논의가 시작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마무리 되면 세계 10위권의 초대형 국적항공사가 출범하게 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해 여객과 화물 운송 실적 기준 대한항공은 19위, 아시아나는 29위지만 양사 운송량을 단순 합산하면 세계 7위권에 들게 된다.

이처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항공의 합병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인천공항도 두 항공사 합병 이후의 운영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특히 두 항공사가 인천공항의 복수 터미널인 제1여객터미널(T1)과 제2여객터미널(T2)을 사용하고 있어 터미널 통합작업이 우선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게 항공업계의 관측이다.

현재 인천공항의 T1은 아시아나항공이 속한 항공동맹체 스타얼라이언스(Star Alliance)와 원월드(one world), 저비용항공사(LCC) 등의 항공사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T2는 스카이팀(Skyteam) 소속인 대한항공과 델타, 에어프랑스 등 11개 항공사가 사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기홍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두 항공사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만큼 아시아나항공이 스카이팀에 합류해 ‘스카이팀 전용 터미널’로 불리는 T2 이전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항공동맹체인 스타얼라이언스를 탈퇴한 후 스카이팀으로 합류하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는 2024년 인천공항의 제4단계 건설 사업이 완공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사 배치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24년 완공예정인 인천공항의 4단계 건설은 사업비 4조80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으로, 인천공항 T2의 확장과 제4활주로 신설 등이 주요 사업이다.

한편 두 항공사의 국제선 정기편은 작년 12월 기준 대한항공이 94개, 아시아나항공이 64개로 서로 중복되는 노선을 정리할 가능성도 있다. 중복 노선이 정비되면 국가 간 항공협상에 따른 신규 취항 확보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는게 항공업계의 분석이다.

올해 10월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항공기는 각각 164대와 79대이며 인천공항의 처리여객(점유율)은 대한항공이 1808만명으로 전체 25.4%, 아시아나항공이 1249만명으로 전체 17.6%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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