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남도훈기자]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불법파견 의혹에 대해 현직 협력업체 사장들이 직접 증언에 나섰다. 이들이 스스로 자신을 바지사장이라고 폭로하면서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한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경향신문의 28일 단독보도에 따르면 한 삼성전자서비스주식회사 협력사 대표 일동이란 수신자가 위장도급을 입증하는 문서와 사진을 보냈다.

이 문서엔 삼성전자서비스 본사가 협력업체의 모든 인사와 경영전반을 직접관리하고 본사에 받은 수수료를 직원들에게 배분한 내역 등을 매월 본사의 차장급 관리자나 지점장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운영비지출내역과 손익평가는 물론이요 이를 토대로 성과 평가까지 낸다고 전했다.

이들은 본사가 인사도 재무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바지사장이나 다름없다며 “우리는 월급쟁이 사장”이라고 전했다. 수년 전엔 본사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직원 수에 따라 사장 급여는 결정했다는 것이다. 또 “전국 모든 협력사를 실적에 따라 줄 세우고 있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2006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수리비(매출)를 직접 협력사가 받고 15%만 본사로 보내면 됐지만, 2006년 하반기부터 본사가 매출 전액을 회수해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도 지적했다.

본사는 매출에서 직접수수료와 간접운영비라는 명목으로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무려 평균 32%를 차감하고 이제는 다시 통합수수료라는 명목으로 변경돼 40% 정도를 차감하고 나머지를 협력사에 줬다.

그러면서도 본사는 상시 인원 정책으로 인해 불필요한 인건비를 발생시켜 노동자와 협력사  양측에 부담을 지웠다.

이들은 “여름 성수기 3개월이 지나면 일감이 대폭 줄어 월 급여가 150만원도 되지 않는 직원들이 40%는 된다”며 “협력사가 적절한 인력을 운영해 연간 급여를 평준화하려고 노력해도 본사가 인사권을 꽉 잡고 인력을 여름 성수기 수준으로 맞추라고 강요한다”고 말했다.

또 “협력사는 직원들의 복지 혜택은 엄두도 낼 수 없으며 어차피 본사에서 주는 대로 집행해야 하기에 방법이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본사는 서비스회사이면서 지난해 하반기 600억원 이익이 났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대기업이 다 그렇듯 협력회사의 피눈물로 챙기는 돈”이라고 토로했다.

그들은 “직원들의 마음을 백 번 이해한다”고 전했다. 직원들은 일요일도 쌓인 업무가 있으면 전원근무를 강요당하고 법정 공휴일에도 못 쉰다. 본사는 쉴 때 다 쉬면서도 협력회사 직원들이 힘들게 달성한 실적으로 본사는 연말에 PI(특별)수당을 받는다. 이들은 “재주는 곰이 넘는 꼴이며 협력사 직원들이 본사 직원들의 50% 급여와 복지 혜택만 받아도 이렇게 울분을 토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또 “독자적으로 협력사를 운영하면서 경영 간섭 받지 않고 충분한 수수료를 지급해 열 사람 채용할 거 열다섯 사람 채용해 직원들 복지에 힘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삼성전자가 몇십조원씩 이익이 나면 뭐하나. 본사 직원들 배불릴 거고, 삼성전자의 갑을병 중 협력사인 병은 굶어 죽으면서 일만 강요당하는 형국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문서엔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차원에서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움직이는 정황도 담겼다. 본사가 최근 싱글이라는 내부망으로 보내는 모든 지시사항이나 업무 메일을 모두 지우라고 지시하고, 본사 관리직들이 협력사에 찾아와 협력사 사장·경리·팀장 전산을 강제로 로그인해 삭제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들 현직 대표의 편지는 그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협력업체 직원들이 제기한 의혹과 거의 일치한다. 또 지난해 계약해지 당한 전직 협력업체 대표 이모씨의 증언과도 부합한다.

그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를 20년간 운영한 베테랑으로 “경영이나 업무지시 전반이 본사의 관리 아래 이뤄졌다”며 “협력업체 사장은 꼭두각시이고 껍데기였다”고 전했다.

그는 본사가 모든 실질적 업무를 하면서 정작 직원들에게 책임질 일은 협력업체에 떠맡기는 삼섬전자서비스의 행태를 불법도급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20년을 운영해도 내 회사가 아니고 들러리 같은 상황이었다”고 말한 이 씨는 2010년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경영 독립성 확보와 직원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는 ‘삼성전자서비스 대행사협회(삼대협)’의 지역 대표를 맡았다가 지난해 초 삼대협 해산과 더불어 계약해지됐다.

삼대협엔 80여명의 사장들이 모였다고 하나, 이들은 상당수 계약해지되고 빈자리는 본사 출신 임직원이 자리를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남도훈 기자  hundo@hotmail.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