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서유리 기자] 지난 7일 한 소비자가 축 쳐진 목소리로 <여성소비자신문>에 제보전화를 걸어왔다. 다소 두서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정리해보면, 한 화장품 업체에서 샘플을 무료로 사용해보라며 배송비만 지불하라더니, 일방적으로 본품을 끼워 보낸 후 본품에 해당하는 가격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 제보에 따라 통화를 해본 기자 역시 적반하장식의 업체 측 대응에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소비자가 원치 않는 계약을 맺게 된 경우 14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하던 원치 않았던 본품을 사용했으면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며 오히려 “우린 아무 잘못이 없으니 이 사건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시 고발조치하겠다”고 협박했다.

최근 이처럼 화장품 무료체험을 빙자해 본품을 끼워 넣은 후, 구매를 유도하는 무료체험 마케팅 사기가 성행하고 있다. 더불어 피해를 입고 억울하게 돈을 지불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사례만 해도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기 전 소비자들 스스로가 주의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해놓은 기준에 따르면, 원치 않는 계약을 맺게 되면 계약서나 재화 등을 공급받은 지 14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 청약을 철회하기 위해서는 제품을 사용하지 않은 그대로 돌려줘야 한다. 이 때문에 업체 측에선 소비자에게 이 같은 상황을 명시하지 않거나 소비자에게 흘리듯 언급, 상황을 모르는 애꿎은 소비자만 고통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보호 받을 수 있는 별다른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이를 개선할만한 다양한 구제방안이 마련돼야한다. 더불어 소비자들은 이와 같은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서유리 기자  yulee@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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