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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 소비자피해, 법적 책임 강화해야 한다
연기영 동국대 명예교수 | 승인 2020.10.28 11:10

[여성소비자신문] 지난 10월 14일 인천의 17세 남성이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을 맞고 16일 오전에 사망했다. 질병관리청은 해당 사망자는 접종 전 후 알러지비염 외 특이 기저질환이나 특별한 증상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독감백신 피해 사망자 급증

또한 보건 당국에 따르면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했다는 신고가 10월 25일까지 59명에 이르고 이상반응자 신고는 총1231건이 접수됐다고 한다. 사망자 중 46명은 백신과 사망 인과성이 낮다고 밝혔으며, 나머지 13명은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라 한다.

전국 각지에서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국민 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아직 독감백신 접종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된 건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백신 원료가 되는 유정란의 톡신(독성물질)이나 균이 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톡신이 기준치 이하면서 무균 상태인 청정란으로 유정란을 만들어야 하는데, 1900만 도즈라는 대량의 정부 조달 물량을 맞추기 위해 급히 제조하면서 균이나 톡신이 기준치 이상 존재할 수 있는 일반 계란을 이용했을 경우와 상온 노출 등 관리 부실로 균이나 톡신이 기준치를 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열이 나거나 근육통이 생기는 백신 부작용은 흔하지만, 백신을 맞고 사망할 정도라면 톡신 과다에 의한 면역 반응이 일어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망자를 부검해도 사망의 원인이 백신에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하지만, 정부는 인간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속히 원인규명을 철저히 하여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백신 출하를 승인할 때, 무균검사와 톡신 검사를 하고 있지만 일부 물량의 샘플링 검사만 실시하고, 백신 제조사의 생산 과정이나 유통 및 접종 이전의 과정상 백신의 균 또는 톡신 상태는 따로 점검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당국의 책임은 무거워 질 수 있다.

국가의 피해보상 제도와 손해배상 제도

백신예방 접종으로 인한 국가의 피해보상 제도가 있다. 국가의 적법한 행위에 대한 공법상 손실보상 제도인 것이다.

사망 원인이 독감백신의 접종으로 밝혀지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국가보상제도가 있어서 비교적 피해자의 구제방법은 간단하다.

첫째, 예방접종 백신의 부작용이나 결함 여부를 불문하고 국가가 보상하는 제도이다. 이 경우에는 피해자가 감염병 예방법 제71조(예방접종 등에 따른 피해의 국가보상)에 따라 국가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즉,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 또는 생물테러감염병이나 그 밖의 감염병의 대유행이 우려되어 정부가 의약품 제조업자에게 생산하게 한 경우, 그 생산된 예방·치료 의약품을 투여 받은 사람이 그 예방접종 또는 예방·치료 의약품으로 인해 질병에 걸리거나 장애인이 되거나 사망했을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국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질병관리청장은 보상청구가 있은 날부터 120일 이내에 질병·장애 또는 사망에 해당하는지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장은 보상청구가 있은 날부터 120일 이내에 질병, 장애 또는 사망에 해당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피해자 측은 각 지자체의 보건소에 피해 보상 신청서를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질병관리청장이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를 개최해 120일 이내로 보상 여부를 결정한다.

그런데, 이러한 신청을 기각당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당연히 행정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

최근에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70대인 A씨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씨는 2014년 10월 경기 용인시의 한 보건소에서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다. 그러나 11일 뒤 오른쪽 다리와 허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났다. A씨는 인근 종합병원에서 길랭바레증후군을 진단받았다. 이는 운동신경 등을 마비시키는 신경병으로 바이러스 감염이나 예방접종 후 갑작스럽게 발병하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이 판결은 최근 독감 예방접종 후 사망한 사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은 예방접종으로 인한 발병 및 사망 등에 국가가 직접적인 책임이 없더라도 피해가 확인되면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법원 판결에서도 백신접종으로 사망한 사건에서 피해자 승소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지난 2009년 가을, 독감 백신을 접종 받은 여성이 폐렴 증세가 겹쳐 4개월 뒤 사망한 경우였다. 당시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는 이 여성에 대해 사망과 접종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이 사건도 질병관리당국이 국가보상을 거부하여 해당 거부처분에 대한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대법원에서 원고승소판결이 확정되었다(2014년, 2014두274;, 2019년(2017두52764 등).

둘째, 예방접종이 백신의 부작용으로 인한 경우에는 약사법에 따라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이 제도에 관해 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글, “의약품 부작용 소비자피해구제 제도개선 필요하다”,(여성소비자신문 제182호, 2020.9.15. 18면 참조). 물론 소송 없이 국가기관의 도움을 받아 보상받을 수 있고, 보상범위는 사망보상금에서 장애보상금 및 장례비, 진료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제도는 의약품 피해구제의 특성을 반영하여 2014년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다. 소비자가 정상적인 의약품을 사용한 후 발생한 부작용 피해에 대해 공법상의 국가가 보상하는 피해구제 제도이다.

즉, 국민의 생명 및 신체의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될 수 있는 의약품 부작용의 극복을 민사소송 등 개인 차원의 사법상 권리구제수단에만 맡겨두지 않고, 제약사들의 비용 부담으로 전 사회적 차원에서 조력하겠다는 정책적 결단에 따라 도입된 것이다.

이는 보상의 사각지대에 놓인 의약품 부작용 피해자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목적을 두고 설계되었다.

또한 국가배상 제도도 있다. 국가배상 제도는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나 공공시설의 설치 또는 관리상의 잘못으로 손해를 입은 국민을 위해 국가배상법에 의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적정한 손해 배상을 해주는 제도이다.

정부(식약처)가 독감 백신의 제조·유통하는 과정에서 인·허가와 감독을 하게 되어 있는데, 담당 공무원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망 사고나 다른 질병이 발생한 경우에는 국가배상책임이 문제된다. 최근에 국가접종용 독감 백신이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돼 독감 백신접종 사업이 2주간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해당 백신을 모두 폐기할 경우 엄청난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통업체의 민·형사상 책임과 함께 정부 감독관청의 과실이 밝혀질 경우에는 국가배생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

백신 주사를 맞고 사망한 경우,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역학조사 등 원인규명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하면 역시 국가배상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백신 생산 및 유통업자의 사법상의 손해배상 책임

다음으로 사법적인 손해배상 제도가 있다. 일반적인 구제방법으로는 민법상 계약위반이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생각할 수 있다.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의약품 제조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백신 등 의약품으로 인한 피해의 경우, 과실이 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구제받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민법상의 소비자 피해 구제의 어려움을 완화해 주기 위해 특별법으로 ‘제조물책임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 법에는 의약품 제조업자나 수입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입증하지 않아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무과실책임 원칙이 규정되어 있다.

고의 또는 과실의 입증 대신에 제조물인 의약품에 대한 결함을 입증해야 한다. 의약품의 설계상의 결함, 제조과정상의 결함, 표시나 지시경고(설명)상의 결함 등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법원의 판례를 보면 특히 의약품 부작용에 관해 ‘제조물책임법’상의 결함을 인정받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게 백신 피해로 인한 여러 가지 사후 피해구제 제도가 있지만, 우선적으로 사전예방을 위한 정부당국의 철저한 사전 예방대책이 필요하다. 상습적으로 반복되는 허위·조작에 의한 의약품 허가가 근절되고, 식약처의 허가·심사 제도도 강화해야 한다. 좀 더 과학적인 방법으로 다양하게 역학조사를 실시해서 국민들이 백신 불안으로부터 속히 해방될 수 있도록 마땅한 정부 정책이 실시되어야 한다.

연기영 동국대 명예교수  yeunky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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