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상법 개정안이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재계에서는 기업부담을 늘리고 민간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하는 법안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은 ▲사익 편취 규제 대상 확대 ▲지주사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요건 강화 ▲가격·입찰 등 담합에 대한 전속 고발제 폐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사익편취 규제의 경우 규제 대상 상장사의 총수 일가 지분율 기준을 30%에서 20%로 낮춘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가 50%를 초과해 보유하는 회사도 규제 대상에 새롭게 포함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인 상장사, 20% 이상인 비상장사이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올해 5월 1일 기준 210곳인 규제 대상은 591개로 대폭 증가한다. 재계 1~3위 기업 집단인 삼성·현대자동차·SK그룹의 경우 삼성생명·삼성웰스토리·삼성카드, 현대글로비스·현대첨단소재·지아린서비스, SK㈜·SK가스·SK바이오팜 1등이 새 규제 대상에 들어간다.

지주사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요건 강화의 경우 그간 20%만 보유하면 됐던 상장사 지분을 30%, 40%했던 비상장사 지분을 50%까지 확대하도록 하고 있다. 지주사 체제로 새롭게 전환하는 기업 집단 혹은 기존 지주사가 새롭게 들이는 자회사·손자회사에 적용한다. 문제는 아직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다.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올해 6월30일 기준 5.0%, 현대모비스의 현대차 지분율은 21.43%에 그치는 탓이다. SK그룹은 지주사 체제를 구축하고 있지만 향후 기업 인수·합병(M&A)을 추진할 때 이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

이에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이 강화되면 각 그룹은 그 장단점을 따져서 결정하면 된다”면서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전속 고발제 관련 개정안의 경우 가격·입찰 등 담합에 대한 공정위의 전속 고발권이 사라진다는 내용을 담는다. 재계는 경영권을 노리는 펀드나 소액 주주 등에 의해 고발권이 남용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는 전속 고발제는 발생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가격·입찰 등 담합 사건에 한해서만 폐지하는 것이라면서 사회에 감시자 수를 늘려 공정한 시장 경제 질서를 확립하는 데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법무부는 28일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 도입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상법개정안과 관련해 입법 추진 자체부터 전면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총은 “기업으로서는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막대한 소송 부담을 져야 할 뿐만 아니라 회복할 수 없는 수준의 경영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라며 “블랙컨슈머, 악의적인 법률브로커 등의 문제가 우리나라의 소비와 쟁송 분야에 상존하는 상황에서 소송이 남발될 것이며, 기획소송 제기만으로도 감내해낼 수 없는 정도로 기업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총은 특히 “현재 기업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영·고용상의 위기를 어떻게 버텨낼지 절박한 상황에 있다”며 “기업 경영권 규제를 강화하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더해 기업들에게 예상하기조차 힘든 부담을 초래할 수 있는 이 법안들까지 기습적으로 추진해야 하는지 당황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도 제조물책임법, 자동차관리법 등 분야별로 20여 개 법률에서 상거래에 의한 피해 당사자인 소비자, 거래업자 등의 보호는 높은 수준으로 보장돼 있다”며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중심의 일부 국가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제도의 도입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향후 우리 경제와 소비자 문화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발전된 이후에 산업적 영향과 법률적 측면 등에 대한 심도 있게 연구와 국민적 토론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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