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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결실로 차린 풍요로운 한가위 음식박혜경의 음식이 약이 되게 하는 약선밥상 26
박혜경 요리연구가/ 푸드스타일리스트 | 승인 2020.09.25 16:15

[여성소비자신문]추석은 가을 한가운데라 하여 한가위 또는 중추절이라고도 했고 어느 명절보다도 풍요로움이 가득하여 명절 중에서도 가장 큰 명절로 꼽혔다. 추석 차례상은 한해의 농사가 잘되게 도와준 조상님께 감사의 마음을 올리고 이웃간에 첫 수확의 기쁨을 나누어 먹는 데에깊은 의미가 있다.

"누나~ 추석이 다가와서 내일 형님들과 선산을 찾아 벌초를 하려 하는데 누나도 매형과 함께 내려오실래요? 벌초 끝나고 막걸리도 한잔 하시게요…." 쉰살이 넘은 막내 동생이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정겨운 목소리로 전화를 준다. 추석이 돌아오면 벌초를 하러 가시는 친정아버지 손을 잡고 따라 나서곤 했는데….

선산으로 가는 길목에는 밤나무가 많아 떨어져있는 밤을 줍기도 하고 밤송이를 따서 가시로 덮힌 밤송이를 두 발 사이에 넣고 살짝 벌어진 곳을 눌러서 통통한 알밤이  툭 튀어나오면 그 중 제일 큰 밤을 골라 껍질을 벗겨 오독오독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막내동생은 속껍질을 벗기지도 않은 채 급하게 먹어 떫은 맛에 캑캑거리는 모습을 보고 놀리며  모두 웃음이 가득한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옛날에는 풀을 쉽게 자를 수 있는 예초기가 없어 낫으로 풀을 베어야 했다. 낫질이 서투른 오빠가 아버지를 돕는다고 나섰지만 오빠가 자른 곳은 잘못 자른 머리카락 처럼 듬성듬성 했는데 아버지께서는 웃으시며 '조상님께서 손주가 이발해 주셨다고 좋아하시겠구나' 하시며 칭찬을 해주시곤 하셨다.

벌초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소나무가 많은 곳을 찾아 송편을 찔 때 사용할 소나무의 부드러운 솔잎을 바구니에 가득 따오기도 헸다.  추석이 다가오면 온 가족이 모여 예쁘게 빚었던 송편이 지금은 제일 좋아하는 떡이 되어 종종 직접 빚어 먹기도 한다.

한가위가 벼가 익기 전에 돌아오면 아버지께서는 추수를 앞둔 황금빛 들녘으로 나가 덜익은 올벼를 베어오셨는데 명절에 사용할 오례쌀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올벼를 베어 건조시킨 후 솥에 넣고 찌고 다시 햇볕에 말려서 찧으면 오례쌀이 만들어졌다. 어머니 뒤에 서서 서성이면 오례쌀을 한 음큼 집어주셨는데 입안에 넣고 씹으면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가득 머금어졌다.

한가위는 만들어 놓은 오례쌀을 이용하여 송편을 만들었다. 송편을 만들기 전에 어머니는 쑥, 치자, 대추 등을 물에 우려내셨는데 오례쌀 가루에 우린 물을 넣고 치대면 고운색의 반죽이 만들어졌고 찌고 나면 더 색이 고운 송편이 되어 신기했다. 거피팥, 검은깨, 청대콩, 햇밤 등을 소로 넣고 반달 모양으로 빚어 시루에 솔잎을 깔고 송편 사이사이에도 솔잎을 두고 찌면 솔내음이 스며들어 더욱 맛있는 향긋한 송편이 만들어졌다.

송편을 빚을 때마다 송편은 왜 반달 모양으로 빚을까? 하는 궁금증이 남아 그 근원을 찾아보았는데 삼국사기의 백제본기(百濟本記)에 실린 백제 말기 의자왕 때의 설화에 그 근원이 있었다.
이야기를 간추려보면 한 무속인이 백제는 가득 차 무너지는 둥근달이고 신라는 점차 가득히 차게 될 초승달이라고 비유해서 말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백제가 망하고 신라가 삼국통일을  했는데 그 후 기우는 보름달 모양보다 차오르는 반달로 송편을 빚어 복을 기원했다는 설화가 있었다.

송편에 소를 넣고 접기 전에는 보름달 모양이었다가 소를 넣어 접으면 반달 모양이 되므로 송편 한개에도 달의 발전 과정과 변화를 담아 복을 빌었던 선조들의 깊은 뜻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현재는 지역에 따라 모양을 다르게 만들기도 한다.

한가위에는 바쁜 생활 속에서 자주 만나지 못했던 가족 친척들까지 모여서 못다 한 얘기 꽃을 피우고 수확한 풍요로운 햇 재료로 만든 음식을 만들어 조상님께 차례를 드리고 기쁨을 나누는 뜻깊은 날이지만 올 한가위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로 인하여 그 기쁨을 같이 나누지 못하는 가정이 많을 것 같아 아쉽다.

그래서인지 차례상에 차려져 올려지면 온라인상으로 차례를 지나는 영상들이 만들어져서 곳곳에 올라온다. 차례의 상차림이나 차례의 의식은 지방마다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다.

차례가 가진 뜻을 되새겨 보면 다른 의식에 큰 의미를 가질 필요는 없다. 한가위 차례 특징은 밥 대신 송편과 토란국을 올리는 것이다. 술은 제사 때처럼 세 번에 걸쳐 올리는 것이 아니라 한 잔만 올리고 축문은 생략하고 올리는 음식은 절대로 높게 쌓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의복은 제복을 입거나 깨끗한 평상복을 입어도 좋지만 붉은색은 입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차례상에는 소주나 양주는 올리지 않으며 외국에서 들어온 과일 바나나, 자몽, 오렌지, 토마토 (일본에서 온과일) 등을  차례상에 올리는 것도 어긋난 일이다.

차례 음식을 만들 때는 고춧가루, 마늘, 파를 쓰지 않고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밤은 껍질을 벗겨 모양을 다듬고 과일은 위 아래를 동그랗게 도려내 꼭지가 위로 가게 담아 올린다.

차례상에 꼭 올라야 하는 밤, 대추, 곶감에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대추는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그 꽃이 열매가 맺어야 떨어진다고 한다. 씨밤을 땅속에 심으면 가장 먼저 열린 씨밤은 아름드리 나무가 되어도 썩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한다.

따라서 대추는 자손번창의 염원을 담았고, 밤은 조상과의 영원한 연결을 뜻한다고 한다. 조상을 모시는 위패나 신주를 밤나무로 만드는 이유도 밤나무 신비한 생리를 사람에게 비유했기 때문이다.

감도 씨를 심으면 감이 열리는 것이 아니라 고욤이 된다. 3~5년이 지나서 그 줄기에 다른 감나무 가지를 접 부쳐야 좋은 감을 얻을 수 있는데 이처럼 사람도 태어나서 가르침을 받아야 올바른 인간이 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선조님들은 차례상의 음식 하나하나에도 상징적인 의미를 두고 준비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차례는 정성과 깨끗함이 먼저이다. 차례에 올린 음식은 자손들이 먼저 먹어서는 안된다.

차례 음식을 만들 때는 몸을 깨끗하고 머리카락도 단정히 하고 말을 하다가 음식에 튀지 않도록 조심하며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한해의 수확을 감사하는 날인 만큼 모든 부분에서 정성을 다 해야 한다.

차례상에 올려지는 음식 놓는 방법은, 차례상 가운데 신위가 놓인 곳 부터 첫째 줄로 하여 신주 쪽에서 봤을 때 오른쪽은 송편 왼쪽은 토란국을 넣는다. 돌아가신 분은 좌우가 바뀌기 때문에 송편 앞에 술잔을 놓고 국그릇 앞에 찻잔을 넣는다.

둘째 줄에는 가운데는 육전을 올리고 고명으로 화양적(소고기 산적에 통도라지, 당근, 오이, 달걀을 양념하여 볶아 꼬치에 색색이 꿰어서 화려하고 영양면 에서도 좋다)을 얹으면 맛이 담백하니 잣가루, 참기름 소금 후춧가루로 잣즙을 만들어 얹어내면 좋다.

셋째 줄에는 왼쪽 끝에 머리와 꼬리를 다듬은 명태포를 놓는데 꼬리는 서쪽에 두고 머리 쪽은 동쪽을 보게 한다. 명태포의 배를 위로 향하게 놓고 그 옆으로 삼색나물, 식혜 등을 올려놓는다.
마지막 줄에는 밤, 배, 곶감, 대추, 다식(대추는 곱게 채 썰고 검은콩 갈아서 사용하고 밤은 삶아 으깨서 모양틀에 찍어낸 것) 등을 올린다. 홍동백서(紅東白西)라는 말처럼 동쪽은 홍색, 서쪽은 흰색 과일을 놓는다.

차례상에는 햇살로 빚은 신도주를 사용했으나 지금은 직접 빚을 수 없기에 청주나 약주를 많이 이용한다. 한가위에는 자연이 베푸는 풍요로움이 담겨 있다. 옛날에는 한가위가 되면 담장 넘머로 햇먹거리로 주고받던 정이 가득했는데 지금은 점차적으로 희미해지고 있어 아쉬워 진다.
올 한가위에는 풍요로움이 듬뿍 담긴 햇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서로의 한해의 수고를 격려해줄 수 있는 따뜻한 정을 나누어 보면 좋을 것 같다.

박혜경 요리연구가/ 푸드스타일리스트  Openhp9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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