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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연경 영화감독 "'나를 구하지 마세요'는 반성문 같은 작품"
한고은 기자 | 승인 2020.09.16 16:50
정연경 감독. 사진제공=스콘

[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최근 한국영화계에 여성감독들의 활약상에 눈에 띄는 가운데, 정연경 감독의 '나를 구하지 마세요'가 개봉하며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정연경 감독에게 작품에 관한 이야기와 여성영화 감독으로서의 소회를 들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Q<여성소비자신문> 독자분들에게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나를 구하지 마세요의 감독 정연경입니다. 대면이 어려운 이 시기에 지면으로나마 인사를 드릴 수 있어서 반갑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Q. 정연경 감독님은 충무로에서 많은 경험을 쌓고 이번 '나를 구하지 마세요'를 통해 장편작으로 데뷔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데뷔 전까지 어떤 영화 작업들을 해오셨는지요.

A. 대학 시절에 찍은 단편을 시작으로 일본영화학교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와 '역도산'과 '미녀는 괴로워'의 스크립터, '마이뉴파트너'의 연출부로 현장에서 일을 해 왔고 '바다를 건너 온 엄마'라는 단편을 연출하며 시나리오 작업들을 해 왔습니다.

Q. '나를 구하지 마세요'는 비극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된 이유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A. 부모의 사랑 안에서 아이답게 자라나야 하는 아이들이 자신의 의지와는 별개로 목숨을 잃게 되는 사건들을 보면서, 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안타까움을 느껴왔습니다. 특히 자신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부모의 선택을 따르는 경우들도 있어서 그렇게 되기까지 아이가 얼마나 슬프고 괴로웠을지 생각하면 이 사회의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그래서 ‘단 한명의 아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이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영화를 만들면서 학교선생님, 아동심리상담사, 자살예방 심리상담사 등 많은 분들에게 자문을 받으면서 그 과정에서 자살유가족의 고통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과 사회적 고립에 대해 다루면서 이 힘든 삶 속에서 위기에 처하신 분들에게 진심을 담아 위로를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Q. 어린이의 시점과 눈높이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라는 것 역시 작품의 차별점인 것 같습니다. 아이의 시선을 택한 이유와 연출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A.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되면, 사람들은 그 좌절감과 고통에 시야가 좁아지면서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감정까지 헤아리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아이가 있는 부모들은 자살을 생각하며 남겨질 아이의 인생이 걱정된다는 이유로 아이까지 함께 데려가는 안타까운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 순간에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이의 마음속을 한번이라도 헤아려본다면 혹시라도 생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아이의 시선을 택했습니다.

이 영화를 진행하며 가장 괴로웠던 순간들은 시나리오를 쓰면서 나 자신에게 선유엄마인 나희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사무치도록 깨닫는 과정이었습니다. 오죽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내가 그 상황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니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 준 것이 없는 나 자신이 가장 원망스럽고 미안했습니다.

또한 사람마다 자라온 환경과 성격이 다른데 자신의 기준으로 “왜 힘을 못 내냐, 용기를 내라, 적극적으로 살 방법을 찾아봐라”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말이었는지를 깨달았고, 진심을 담아 누군가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따뜻하게 옆에 있어줄 때 치유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점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나리오를 고치고 또 고쳐 쓰며 그들의 감정 속에 들어가 너무 많은 눈물을 쏟았고 또 나의 부족한 모습을 성찰하며 영화 속 인물들에 반영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어쩌면 나의 반성문과도 같은 영화일지도 모릅니다.

Q. 최근 한국영화계는 여성감독 전성시대를 맞이했다고 할 만 합니다. 여성감독들의 작품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시는지요?

A. 저도 사실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최근 여성감독님들의 작품들을 보면 사실 어떤 공통점으로 분석하여 그 분들을 하나로 묶는 일은 참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감수성과 개성이 있고 모두 실력도 뛰어나셔서 사실 어느 시기였다고 하더라도 그 분들은 영화를 잘 만드셨을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한동안 남성감독님들이 한국영화계의 주류로 활동해 오시면서 강하고 센 남성성을 가진 영화들이 장기간 득세하였고 위로가 필요해진 시대에 따뜻한 시각과 새로운 감수성을 원하시는 관객분들이 늘어나면서 여성감독님들이 주목을 받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움직임이 이제 시작일 뿐 앞으로 더 많은 여성감독님들이 활약을 하게 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나라의 전체 영화시장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연경 감독. 사진제공=스콘

Q. 감독님은 일본영화학교를 졸업하고 첫 단편 '바다를 건너온 엄마'를 통해 이주민 이슈를 다루며 데뷔했습니다. 이번 작품과 마찬가지로 사회현안과 직접적으로 맞닿은 소재를 영화화하셨는데요. 사회적 이슈를 작품화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 보시는지요.

A. 참 어려운 질문인데 제가 이 작품을 하면서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이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들, 꼭 자녀살해 후 자살이 아니더라도 개인의 자살, 우울증, 그리고 그 주변의 사람들을 다루며 이 일들이 특별한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일수 있다는 점에서 함께 고민했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당사자일 때 혹은 주변인일 때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 진심어린 위로란 무엇인지 화두를 던지고 싶었습니다.

누군가에겐 공감되는 이야기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겐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 그런 감정들과 생각들을 서로 나누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사회적 이슈를 작품화할 때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기획의도에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구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으로 이번 작품을 연출하게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어린이와 여성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A.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면, 여성과 아동을 상대로 한 범죄들과 그 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판결, 그리고 노동시장에서의 여성에 대한 차별, 아동학대 등이 끊이지 않는 이상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여성과 아이들이 살아갈 용기를 잃게 되고 포기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이 사회가 여성과 아이들이 살기에 안전하다’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에서부터 개인까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준비 중인 차기작이나 다음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그동안 아이들을 위한 영화를 만든다면서 정작 집에 있는 우리 아이에게는 많이 소홀한 엄마였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늘리며 아이를 챙겨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 속에서 드리는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고 싶습니다. 차기작은 여러 소재를 가지고 고민 중인데 더 나은 연출력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Q. 영화를 보게 될 관객들에게 당부하거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저는 이 영화를 되도록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특히 선유나 정국이와 같은 청소년들이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느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재나 주제는 무겁고 슬프지만 누구나 이 영화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영화 자체로서도 즐기실 수 있도록 톤을 되도록 가볍고 따뜻하게 만들도록 노력했습니다. 주변의 아이들, 또는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영화를 보시면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서로 함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너무 힘든 일이 많았고 그래서 또 극단적인 선택을 하시는 분들이 늘지 않을까 늘 불안하고 걱정이 됩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또 행복하시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영화인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건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이제 막 데뷔한 제가 누군가에게 조언을 할 만한 자격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도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통해서 이 영화를 시작할 수 있었고 많은 여성영화인들에게 격려를 받았고 그 힘으로 끝까지 할 수 있었던 만큼, 저도 다른 여성영화인분들께 제가 드릴 수 있는 도움이 있다면 열심히 돕고 싶습니다. 함께 연대해서 서로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제공=스콘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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