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CJ그룹이 사업재편을 추진중이다. CJ푸드빌의 체질개선에 힘을 쏟는 한편 CJ제일제당의 가정간편식을 강화하고 CJ올리브영 상장을 통해 헬스&뷰티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과 CJ푸드빌은 14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CJ푸드빌의 충북 진천 공장의 영업 전부를 CJ제일제당에 207억3700만원에 양도한다고 공시했다.

양수일자는 오는 11월 30일이다. 제일제당은 진천공장을 인수해 가정간편식(HMR)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해당 공장은 빕스(VIPS) 등 CJ푸드빌 외식사업장의 식재료를 생산하는 곳이다. 이번 매각으로 CJ제일제당은 최근 수요 증가세를 보이는 가정간편식 생산을 늘리고, CJ푸드빌은 유동성을 확보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CJ그룹의 사업 재편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패밀리레스토랑과 한식뷔페 인기 하락으로 CJ푸드빌이 실적 악화를 겪은데 더해 코로나19 장기화 영향으로 외식 비중이 줄고 가정간편식 등으로 소비 중심이 옮겨간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진천 공장 양도 공시 이후 업계에서는 그룹이 CJ푸드빌 매각을 준비하는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CJ그룹이 CJ헬스케어나 CJ헬로 등 실적이 부진하거나 핵심적 역할을 하지 못한 계열사들을 정리하는 행보를 보인만큼 장기적으로는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올해 신규 투자·출점 중지 결정을 내린데 더해 투썸플레이스 및 뚜레쥬르 매각에 나선 것을 두고 매각을 위한 몸집 줄이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그룹은 CJ푸드빌 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진천공장 매각은 CJ푸드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향후 체질개선을 통해 정상화에 나선다는 목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K-푸드를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고 한식 세계화란 목표를 설정한 상황에 푸드빌의 역할적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CJ푸드빌은 현재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룹 내에서 CJ제일제당·CJ프레시웨이 등 식품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내는데 효과적이다.

CJ푸드빌은 2015년 이후 4년째 적자를 내고 있다. CJ푸드빌의 매출은 2017년 1조4275억원, 2018년 1조3716억원, 2019년 매출이 890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2017년 38억원, 2018년 434억원, 2019년 4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에 들어서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30% 수준으로 급락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입으면서 부동산 등 고정 자산 매각, 신규 투자 동결, 지출 억제 극대화, 경영진 급여 반납, 신규 매장 출점 보류 등 '유동성 확보'에 전사적 역량을 쏟겠다는 자구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영 정상화가 이뤄졌다고 판단할 때까지 모든 투자를 중단·최소화한다. 안전·위생 및 관련 법규상 불가피한 투자 외 투자를 모두 금지하기로 했다.

채권·채무 관리를 강화하고, 대내외 현금 지출 억제 등 전방위적 비용 지출 억제 조처도 시행하고 있다. 외식 사업 영역에서도 수익성 낮은 매장은 철수하고, 신규 출점은 보류해 현금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CJ그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업 재편 및 수익성 강화를 통한 재무 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을 중심으로 식품, 물류, 문화를 큰 축으로 CJ그룹 경쟁력을 키우고 내실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CJ제일제당은 코로나19로 가정간편식 수요가 늘면서 2분기(4~6월) 식품사업 부문 매출 2조191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1% 증가한 수치다. 글로벌 식품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6% 늘어난 1조485억원에 달했다. 가정간편식 판매가 외식 감소에 따른 B2B 매출 축소를 상쇄했다. 선제적 수익구조 개선 전략이 성과로 연결되면서 영업이익은 134% 늘어난 1264억원을 달성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이 3분기에도 호실적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작년 3분기보다 36.5% 늘어난 3721억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며 가정간편식, 김치 등의 매출이 늘어나는 내식 수요가 커질 것이란 기대가 실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 CJ그룹은 헬스&뷰티 사업을 담당하는 CJ올리브영의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CJ올리브영은 1999년 출범하며 기존에 없던 H&B 시장을 선도해오고 있다. 이에 따라 CJ그룹 역시 올리브영의 성장가능성과 현재의 압도적인 점유율 등에 상장을 추진한다는 분석이다. 그간 업계 일각에서 제기돼 오던 '올리브영 매각설'을 잠재우는 행보다.

오는 2022년 상장을 목표로 2021년부터 구주 매출, 일부 신주 발행 등 형식으로 상장을 전제로 한 투자 유치에 우선 나선다는 계획이다. 성장 재원을 확보하고 미래 성장 기반을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프리 IPO 시 매각 추진 지분 규모나 상대방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다만 “지분을 매각해도 대주주인 CJ주식회사의 지분 규모(55.01%)에는 변동이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 이재현 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17.97%)과 차남인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10.03%) 등이 보유한 지분이 매각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다시 외식 사업 매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CJ그룹은 푸드빌 체질개선을 통해 CJ제일제당·CJ프레시웨이 등 식품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내고 올리브영의 시장 영향력 확대를 통해 건강 및 자기 관리에 관심이 많아진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는 방식으로 미래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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