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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부작용 소비자 피해구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의약품 부작용 무엇이 문제인가?
연기영 동국대 명예교수 | 승인 2020.09.12 21:07
[여성소비자신문]최근 고혈압 치료제 발사르탄 원료의약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사건 등 의약품 사용 관련 피해 및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의약품이 사용되었음에도 의약품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가 사망과 장애를 초래하거나, 입원 또는 입원에 준하는 중증도로 발생한 경우도 있다, 암 치료제나 예방접종 의약품의 사용 후에도 부작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피해 구제는 충분하지 않다.

의약품은 치료적 효능뿐 아니라 원하지 않는 이상반응이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에 개발 당시의 기술로 완전하게 제거되지 못한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의약품을 제조, 수입한 제약사, 이를 처방한 보건의료인 등 어떤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부작용이 나타난다. 물론 환자의 기저질환 또는 개인적 특성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본다.

의약품사고는 생명과 신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중대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자와 소비자 사이의 정보격차가 크고 피해발생 시 의약품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의약품 제조업자의 고의·과실 등 피해구제를 위한 귀책사유 입증이 어렵다.

일반적으로 의약품에 관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이의 피해구제를 위해 의약품 소비자가 활용할 수 있는 제도는 소송과 대체적 분쟁해결제도이다. 민법 및 제조물책임법은 소송을 통한 분쟁해결제도이다. 그러나 소송의 장기화와 고비용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대체적 분쟁해결제도인 소비자분쟁해결제도와 의료분쟁조정 제도를 활용하여 구제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분쟁조정이나 중재 모두 분쟁당사자의 조정안이나 중재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즉, 분쟁당사자 중 일방이 조정안을 거부하거나 중재합의에 이르지 않은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강제할 수 없다.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의약품 제조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의약품 부작용 피해의 경우 과실이 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적용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제조물책임법’ 상으로는 무과실책임원칙이 적용되지만 고의 또는 과실에 대한 입증 대신에 제조물인 의약품에 대한 결함은 입증해야 한다. 2012년 3월 감기약 복용 후 스티븐-존슨증이 발병한 환자가 약사, 의약품 제조회사, 병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

당시 원고는 의약품 제조회사에 대하여는 해당 감기약이 ‘제조물책임법’상 ‘표시상의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 이유로 제조회사가 해당 의약품에 부작용으로 표시한 설명서에 스티븐존슨 증후군 내지 독성 표피 괴사용해증의 위험성을 적절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기재하였다고 보았다.

이러한 법원의 판례를 보면 의약품 부작용에 관하여 제조물책임법상의 결함을 인정받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의약품 부작용에 의한 피해의 경우 분쟁당사자 중 일방에게 귀책사유가 없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대체적 분쟁해결제도가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에 있어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현행 피해구제제도의 문제점은
 
의약품 피해구제의 특성을 반영한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가 오랜 논의 끝에 2014년부터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는 소비자가 정상적인 의약품을 사용한 후 발생한 부작용 피해에 대해 공법상의 국가가 보상하는  피해구제를 하는 방법을 도입한 것이다.

이 제도는 국민의 생명 및 신체의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될 수 있는 의약품 부작용의 극복을 민사소송 등 개인 차원의 사법상 권리구제 수단에만 맡겨두지 않고, 제약사들의 비용 부담으로 전 사회적 차원에서 조력하겠다는 정책적 결단에 따라 도입됐다. 이는 보상의 사각지대에 놓인 의약품 부작용 피해자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목적을 두고 설계되었다.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는 의약품 사용 후 예기치 않은 사망, 장애, 입원 진료 등 피해가 발생했을 때 환자와 유족에게 피해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과거에는 피해자가 소송으로 의약품 부작용 피해를 입증해야 했으나 제도 시행 후에는 소송 없이 국가기관의 도움을 받아 보상받을 수 있게 됐다.

보상범위는 사망보상금에서 장애보상금 및 장례비, 진료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된 지 6년이 지났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수차례 제도개선 필요성을 제기된 바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부담금의 적법성, 추가부담금 폐지, 피해구제대상의 확대(한약 포함), 피해구제급여 지급방식의 다양화, 부작용보고 대비 피해구제비율 제고 등이 있었다. 이러한 제도개선 논의는 재원조성방식 관련 문제, 피해구제 범위 관련 문제로 구분될 수 있다.
제도 개선방안을 제시해 보자.
 
첫째, 이의신청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피해구제급여 지급결정에 대한 재결정 요청제도가 이의신청절차로 보아야 하는데 재결정 요청의 주체를 의약품 안전관리 원장으로 한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

피해구제급여 신청인의 항소권을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이의신청제도의 법리에 따라 신청인(피해당사자인 의약품 소비자)에게도  최소한의 절차적 적법절차인 항소권을 보장해야 한다.
적법절차는 모든 국가작용에 적용되며, 행정법상 법의 일반원칙으로 해석해야 마땅하다. 우리 헌법의 해석과 대법원 판례에서도 그렇게 판시하고 있다. 재결정 요청을 피해구제급여 신청인에게 허용하기 위해서는 ‘약사법’ 제86조의4제8항을 개정해야 한다.

둘째, 피해구제급여 종류와 지급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 의약품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도록 피해구제급여의 종류를 현재 4개에서 일본처럼 7개로 늘려야 한다. 물론 이에 수반되는 재원이 필요하며, 이에 따라 부담금 등의 부과액이 증가하기 마련이다.

현재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방법을 일본처럼 장애연금, 장애아동 양육연금 등 연금방식의 지급방식도 도입하여 재원충당과 연계하여 정책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책임준비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 제도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의 장기인 존속을 위해 꼭 필요한 재원조성 방식이다. 즉, 장래의 피해구제 급여지급에 대비하여 일정한 금액을 별도로 분리하여 매해 적립하여 피해구제 급여가 미지급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책임준비금 적립제도를 시행하고 있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매해 피해구제 부담금으로 징수되는 액수 보다 지급액이 적어 일정한 금액이 적립되고 있다.

따라서, ‘약사법’ 제86조의2에 추가하여 규정하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본다.  약사법에서 책임준비금 적립제도의 원칙을 규정하고 부담금 징수액의 일정비율 등 적립할 책임준비 금액에 대한 상세한 사항은 시행령에 위임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물론, ‘약사법’에 86조의2에서 “부담금의 부과·징수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하여 부담금의 관리에 관해 위임의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에 시행령인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에 관한 규정’의 개정을 통해 책임준비금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입법기술상 법치행정의 원칙에 위반되지는 않다고 할 것이다.

한편 부담금 부과와 관련하여 (사)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추가부담금을 부과하면  제조사의 이미지가 손상되고, 추가부담금은 ‘무과실보상’ 보다는 ‘무과실 손해배상’의 성격이 강하므로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추가부담금은 특별부담금이 아닌 원인자 부담금이므로 무과실책임을 기반으로 한 보상제도와 추가부담금 부과제도는 직접적 관련성이 없다, 일본, 대만 등 우리와 동일한 무과실책임의 보상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추가부담금을 부과·징수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이러한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고 본다.

연기영 동국대 명예교수  yeunky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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