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의 재판이 다음달 중순 시작된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지난 1일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 부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 3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는 다음달 22일 오후 2시 이 부회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등 10명도 이날 함께 재판을 받는다.

다만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에 앞서 향후 심리 계획 등을 정리하는 절차로, 검찰의 공소 요지와 이에 대한 이 부회장 등의 입장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고인들의 법정 출석 의무가 없어 이 부회장 등이 참석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 등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프로젝트 G’라는 승계계획을 마련하고, 미래전략실 주도로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도록 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하면서 그 목적을 은폐하고,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을 상대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등 사기적 부정거래나 시세조종을 했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또 이 부회장이 이같은 불법행위들을 공모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제시할 수 있을지에 시선이 모인 가운데 현재까지 거론되는 핵심증거는 삼성그룹이 2012년 12월 작성한 ‘프로젝트 G(거버넌스)’ 문건과 이 부회장이 삼성바이오 관련 현안을 직접 논의한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 등이다. 이 외에 검찰은 다수의 문건과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프로젝트 G’는 정부 규제를 준수하기 위한 합법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문건일 뿐, 이번 의혹의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녹취파일 역시 이 부회장이 사업의 큰 틀을 보고받는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합병에 대해서는 ▲정부규제 준수 ▲불안한 경영권 안정 ▲사업상 시너지 효과 달성 등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 경영활동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또 검찰이 배임 혐의를 추가한데 대해 ‘구속영장 청구서나 이 부회장 피의자 신문조서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이라며 방어권 침해 등 절차적 문제부터 지적하고 있다. 또 “합병의 본질상 합병 당사자인 회사에는 손해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며 “삼성물산은 오히려 합병으로 인해 이익을 얻었다”며 배임혐의를 부인했다.

앞서 기소 직후 이 부회장측 변호인단은 자료를 내고 검찰이 기소를 목표로 정해두고 수사를 벌였다고 지적하며 이같은 입장을 전한 바 있다. 기소 과정에서 업무상 배임 혐의가 추가된 점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당시 “공소사실인 자본시장법 위반, 회계분식, 업무상 배임죄는 증거와 법리에 기반을 두지 않은 수사팀의 일방적 주장일 뿐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구속 전 피의자심문 뿐만 아니라 투기펀드인 엘리엇 등이 제기한 여러 건의 관련 사건에서의 법원 판결 등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은 정부규제 준수, 불안한 경영권 안정, 사업상 시너지효과 달성 등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 합법적인 경영활동”이라며 “수사팀이 주장하는 공소사실은 범죄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설명한 내용과 증거들은 모두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나 수사심의위심의 과정에서 제시돼 철저하게 검토됐던 것이고, 다시 반박할 가치가 있는 새로운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며 “검찰의 공정한 의사결정 절차를 믿고 그 과정에서 권리를 지키려 했던 피고인들로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고 승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수사팀도 그동안 이사의 주주에 대한 업무상 배임죄를 인정하지 않는 일관된 대법원 판례에 반한다는 법리적 이유 등을 고려해 의율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기소 과정에 느닷없이 이를 추가한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수사심의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팀은 수사심의위 심의를 신청하니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수사심의위에서 압도적으로 수사중단·불기소를 결정하니 수사심의위에 상정조차하지 않았던 업무상배임죄를 추가하는 등 무리에 무리를 거듭해 왔다”며 “처음부터 삼성그룹과 이재용 기소를 목표로 정해 놓고 수사를 진행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다음달 첫 재판에 대비해 판사 출신 변호사들로 재구성 된 상태다. 지난 9일 법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7일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하상혁(48·사법연수원 26기)·최영락(49·27기)·이중표(47·33기) 변호사를 추가 선임했다.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송우철(58·16기)·권순익(54·21기)·김일연(50·27기) 변호사도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이들 역시 전부 판사 출신 변호사다. 특히 송 변호사와 권 변호사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공모' 혐의 1심을 변호한 바 있다.

다만 송 변호사는 '국정농단 공모' 항소심에서 서울대 동기인 정형식 부장판사가 재판장인 서울고법 형사13부에 배당되자 사임했다. 이후 김 변호사가 새롭게 투입됐고, 권 변호사를 포함해 '국정농단 공모' 파기환송심을 여전히 변호 중이다.

이 부회장은 승계건과 별개로 '국정농단' 사건으로 지난 2017년 2월 기소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삼성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총 298억2535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다.

1심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2심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8월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현재 특검팀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면서 대법원의 재항고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