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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소득보장제도의 필요성과 전국민고용보험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20.09.07 14:04

[여성소비자신문]현행 고용보험제도는 근로연령대 소득보장제도의 근간이지만, 전체 취업자의 절반 이하에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보편적 소득보장제도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향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시작으로 그 적용대상을 넓혀나간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고용되어 있던 자의 실업에만 대응하는 제도란 자신의 고용주를 특정하지 못하는 모든 불안정한 취업자를 보호 대상에서 배제시키는 것과 같다. 고용지위가 모호한 취업자가 날로 증가하는 오늘날 현실에서 기존 고용보험제도의 쓸모는 점점 더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행 가입자 수준을 넘어서는 획기적인 대상확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고용지위'가 아니라 '소득활동'을 기준으로 고용보험의 적용대상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보험료 징수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징수체계를 국세청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득파악 주기를 단축하고 더 정확한 소득파악을 위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하겠으나, 소득기반의 고용보험을 시작할 수 있는 정도의 소득파악 역량은 된다고 보여진다.

현행 고용보험제도

근로연령대 인구를 위한 소득보장제도의 근간은 실업보험이다. 우리나라의 실업보험제도는 '고용보험'이라는 제도의 틀 내에서 운영된다.

근로소득이 있을 때 8개월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던 사람이 실업자가 되는 경우 대략 168만원에서 185만원 정도의 실업급여를 4~10개월 동안 받으면서 구직활동을 할 수 있다. 아주 넉넉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저소득 불안정 근로자의 처지라면 숨통을 틔워주는 사회적 보호제도라고 볼 수 있는 좋은 제도이다.

고용보험제도는 경제의 '자동안정화 장치'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근로자의 고용을 유지시키는 것을 조건으로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제도가 포함되어 있어서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에서 실업자의 폭증을 막는데 기여했다.

그래도 발생하는 실업자에게는 실업급여가 지급된다. 실업급여 지출은 경기가 하강국면일 때 증가하기 마련이므로 수요 위축으로 인해 경기가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라면 이러한 이중의 보호 장치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에서 고용보험은 소득보장과 경기진작이라는 기대했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고용보험의 보호 범위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 많았던 탓이다.

그러다 보니 일회성 재난지원금을 모든 국민에게 지급할 수밖에 없었고, 소득이 급격히 감소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프리랜서, 영세자영자에게는 3개월 동안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하였다. 소득의 단절이나 급감에 대응하는 소득보장제도가 평소에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면 이렇게 허둥지둥 비효율적인 땜질 처방을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실업자 중에서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의 비율은 45% 정도에 불과하다. 사실상 실업자이면서도 비경제활동인구로 간주되고 있는 사람이 매우 많다는 사실까지 고려하면 실업급여 수급율은 이보다 더 낮다고 보아야한다.

실업급여 수급의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원인은 고용보험 적용과 가입의 사각지대 때문이다. 전체 취업자 중에서 고용보험에 가입되어있는 사람은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사람 중에서 380만명(취업자의 13.8%)은 임금노동자이므로 법적으로 적용대상이지만 미가입하고 있는 사람이다. 170만명에서 220만명에 달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정부가 올해 안에 고용보험법을 개정하여 적용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시작으로 프리랜서와 그 외 자영자에 이르기까지 적용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제도개편과 인프라 구축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로 가기 위한 '단계론'의 핵심은 적용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선포에 있지 않다. 법을 개정하여 적용대상을 넓혀 놓더라도 이들이 모두 실제적으로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임금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고용보험제도를 도입한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380만명의 임금노동자가 실질적인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법적인 적용대상을 어디까지로 선언하느냐와는 별개로, 현행 가입자 수준을 넘어서는 획기적인 대상확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고용지위'가 아니라 '소득활동'을 기준으로 고용보험의 적용대상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고용되어 있던 자의 실업에만 대응하는 제도란, 달리 말하자면, 자신의 고용주를 특정하지 못하는 모든 불안정한 취업자를 보호 대상에서 배제시키는 것과 같다. 고용지위가 모호한 취업자가 날로 증가하는 오늘날 현실에서 기존 고용보험제도의 쓸모는 점점 더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소득을 기준으로 적용대상을 정하고 보험료를 부과하며 실업급여 수급액을 정하는 실업보험제도의 모델로 덴마크를 들 수 있다. 이 모델을 참고하여 오건호(2020)는 다음과 같은 제도개편을 제안했다.

실업급여를 수급요건은 현행 가입기간에서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합산한 총소득액으로 바꾼다. 여러 군데에서 조금씩 일했더라도 합산하여 계산되고, 소액 소득자도 가입자가 될 수 있다. 다만, 최소소득 수준은 설정된다.

급여수준은 현행과 마찬가지로 소득대체율 60%에 상하한액을 둔다. 다만 소득기반 고용보험에서 노동시간을 파악하기 어려우면서 소득이 매우 낮은 경우, 현행 하한액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실업급여액이 실업부조 금액보다 적어지는 실업자나 최소소득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실업자는 실업부조를 수령하도록 할 수 있다.

한편, 소득기반 고용보험은 소득이 크게 감소한 경우에도 지원하기 용이하다. 완전한 실업상태에 들어간 것이 아닐지라도, 소득이 이전 소득의 30% 또는 50% 이상 감소하면 지급하는 '부분실업급여'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하면 고용보험이 돌봄, 학습, 쉼 등 개인의 생애주기에서 다양한 이행 과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소득기반으로 전환하여 모든 취업자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고자 할 때 흔히 제기되는 질문은 우리나라가 그만한 소득파악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작할 수 있는 수준은 된다.

2018년에 소득세를 신고한 인원은 3000만명을 넘어서고 이는 15~75세 인구의 72%에 해당한다. 아직까지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많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득을 100% 파악할 때까지 기다려서 제도를 시행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근로장려세제를 비롯하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여러 제도가 이미 소득파악을 전제로 시행되고 있다.

근로장려금제도를 위해서는 6개 업종별로 수입금액에 조정률을 적용하여 '조정사업소득'을 산출하고 있는데, 이를 좀 더 정교하게 발전시키고 업종을 세분화하여 활용할 수 있다.

'소득' 을기반으로 사회보험료를 징수하는 것은 우리나라 사회보험체계의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고, 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보험료 징수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첫째, 징수체계를 국세청으로 일원화 한다. 안정적인 임금노동자를 피보험자로 관리하는 것과는 달리, 고용관계가 불분명하거나 소득이 불안정한 사람을 포함하는 모든 취업자에게 보험료를 부과하고 징수하는 일은 국세청이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세청은 개인이 여러 경로를 통해 얻은 소득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기관이다. 현재 개별 공단에서 징수업무를 하고 있는 직원들을 국세청 산하에 '(가칭)사회보험징수공단'으로 옮겨 통합 운영하는 방안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둘째, 국세청의 소득파악 역량을 획기적으로 제고하여 '실시간 소득파악 체계'를 구축한다.

제기되는 우려에 대한 대답은

전국민고용보험제도의 의의는 일차적으로 대상의 확대에 있다. 기존의 고용보험이 임금노동자였던 실업자만을 보호하는 제도였던 데 비하여, 전국민고용보험은 모든 소득활동자의 소득 단절(또는 급감)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보편적 소득보장제도로의 개혁을 의미한다.

기업이 고용주 역할을 회피하는 다양한 시도를 한지는 오래되었다. 불법적인 사례를 밝혀내고 고용주로서의 책임을 부과해야한다는 당위성은 분명히 살아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모든 국민을 위한 소득보장체계를 갖추어야 한다는 과제 또한 현실적이다.

임금노동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자영자 간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러한 요구는 더욱 분명해진다.

임금노동자와 자영자의 경계가 불분명해진다는 것의 또 다른 의미는 이직의 비/자발성을 단정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기도 하다. 전국민고용보험으로 방향을 잡는다는 것은 급여수급의 요건 중에서 '타의에 의한 실업'을 기준으로 대상을 축소해 나가기 보다는 '기여(contribution)'를 근거로 대상을 넓혀나간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양 편에서 우려의 시선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전통적인 의미에서 보험적 성격을 강조하는 입장인데, 이러한 대상 확대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현행 고용보험제도도 일용노동자와 예술가, 특고로 그 대상을 확대하면서 이미 이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자발적 이직자에게도 급여를 지급하는 다른 나라 사례들이 보여주는 방향도 같다. 게다가 일정한 근로이력과 기여가 있어야만 수급요건이 충족된다는 점에서 무작정 일하지 않으려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 다른 비판은 정 반대편에서의 비판이다. 실업급여 지출을 마냥 늘릴 수는 없으니 실업 상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취업을 강권하거나, 일자리를 수락하지 않는다고 수급권을 박탈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겠는가? 이러한 우려는 최근 프랑스에서 실업보험을 모든 취업자에게로 확대하는 개혁을 할 때 제기되었다.

이 두 가지 우려에 대한 대답은 결국 고용센터의 균형 잡힌 역할과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결합에서 찾아야 한다. 평생직장이 바람직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때로 세상이 변해가는 것을 돌아보고 내게 필요한 능력을 습득하는데 시간을 쓸 수 있어야 한다. 전국민고용보험은 이것이 가능한 사회로 가자는 제안이다.

-좋은 나라 이슈페이퍼-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hello#good21. 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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