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우리나라의 종합 경제활동 자유도가 꾸준히 상승하는 가운데 경제자율성은 정부규모 확대·노동시장 규제로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1일 미국 싱크탱크 해리티지 재단이 매년 발표하는 경제자유 순위를 10년 장기(2011~2020년) 및 3년 단기(2018~2020년)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전경련에 따르면 한국의 종합 경제자유지수는 전체 180개국 가운데 2011년 34위, 2018년 27위에 이어 올해는 25위를 기록했다. 지난 3월 해리티지 재단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경제자유지수는 74점을 기록, '대체로 자유로운 국가'로 분류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42개 국가 중에서는 7위다.

경제자유지수 10개 항목 중 지난 10년 간 재산권·청렴도·기업활동자유도·노동시장자유도·통화자유도·무역자유도는 상승했다. 세금부담·정부지출·투자자유도는 하락했고 금융자유도는 제자리를 지켰다.

최근 3년을 기준으로는 경제자유지수를 구성하는 12개 항목 중 청렴도·기업활동자유도·통화자유도·무역자유도·투자자유도·금융자유도가 상승, 사법효과성·세금부담·정부지출·재정건전성·노동시장자유도가 하락했다. 재산권은 변동이 없었다.

항목별로 정부규모를 나타내는 세금부담·정부지출·재정건전성 등은 장단기 모두 순위가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 2017~2019년 최고 법인세율과 소득세율 인상·정부지출 확대·재정건전성 악화 등이 요인으로 정부규모 확대에 따른 경제자율성은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금부담 항목은 2011년 125위에서 2018년 118위까지 점점 개선됐다가 2020년 158위로 떨어졌다. 조세부담률은 2017년 18.8%에서 2019년 20%까지 매년 상승하고 있다. 또 각종 복지제도 확대로 사회보장기여금 지출이 늘면서 국민부담률도 2017년 25.4%에서 2019년 27.3%로 올랐다. 법인세도 2018년 최고세율이 기존 22%에서 25%로 높아졌다.

전경련은 이같은 순위하락 추세가 향후 더 심화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2020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도 소득세 최고세율은 기존 42%에서 45%로 인상되고 향후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금이 늘어나는 동시에 주식양도소득세도 신설될 예정인 탓이다.

정부지출 항목은 2011년 84위에서 2020년 101위로 하락했다. 2010년대 중반 70~90위권을 기록하던 것이 2020년 들어서며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보였다. 전경련은 최근의 정부지출 증가가 경제자유도 하락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대응·긴급재난지원금 등으로 추경 편성이 3차례 이뤄져 당초 예산안 대비 결산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재정건전성 항목 역시 2018년 21위에서 2020년 25위로 4단계 하락했다. 이 역시 추가 하락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3년 간 국가 채무가 104조6000억원이 증가했고, 올해는 111조원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지난달 내놨다.

노동시장자유도는 2014년 146위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거듭하다 2018년 100위를 정점으로 최근 3년 간 하락해 2020년 112위를 기록했다. 해리티지재단은 보고서에서 "한국은 경직적 노동규제로 노사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고 봤다.

무역자유도 순위는 2011년 122위에서 2020년 71위로 상승했다. 헤리티지재단은 FTA 체결국 확대 등 한국의 지속적인 무역자유화 노력이 무역자유도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코로나19로 불가피한 면은 있으나 최근 재정지출과 국가채무의 급격한 증가로 '큰 정부’로 바뀌고 있는데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며 "세금부담·정부지출이 늘어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면 결국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떨어지고 미래세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올해 들어 코로나19, 역대급 폭우 등 대내외로 어려움이 많지만 힘든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규제를 혁신하고 조세부담을 경감하며 노동유연성과 시장개방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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