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6·17 부동산 대책 이후 주요 은행의 신용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7월 월 순증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저금리 기조에 정부 부동산 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신용대출로 옮겨갔다는 분석이다. 신용대출이 급증하며 건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은행들은 대출 문턱을 높이며 리스크 관리에 돌입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19조227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보다 1조7043억원 늘어난 수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달 31일까지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지난달 증가 폭(2조8374억원)을 넘어서는 사상 최대 증가 기록을 세울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대 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증가 폭은 지난 2월 1조1925억원에서 3월 2조2409억원으로 2배가량 늘었다. 4월에는 5000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였다가 5월 1조원, 6월 2조8000억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올해 6개월 동안 주요 은행들의 신용대출이 7조6000억원 증가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약 9000억원 가령 늘어난 것과 비교해서 8배 넘게 폭증했다.

신용대출 증가폭은 인터넷은행에서도 가파르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14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말과 비교해 약 12.8%(1조6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이달 15일까지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51조5766억원으로 전달보다 1208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6개월간 약 14조779억원(3.2%) 증가했다. 올 2월 9563억원이었던 주택담보대출은 3월과 4월 각각 4조6000억원에 달하는 증가폭을 보였지만 5월에는 1조8000억원으로 꺾였고, 지난달에는 8000억원까지 줄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한 달 새 오히려 1조4026억원 (-1.2%) 감소했다.

이처럼 신용대출이 급증하고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둔화된 것은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부동산 대출 규제 강화에 아파트 등 주택담보대출이 막히자 관련 수요가 신용대출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연속 인하 등 초저금리 환경 속에서 신용대출 금리가 최저 2%대까지 하락한 영향도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상황에 신용부실로 인한 금융권 건전성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들은 일제히 대출 문턱을 높이는 등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중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태도는 일제히 하락했다. 주택대출은 -7에서 -17로 대폭 하락했고, 신용대출을 포함한 일반대출도 3에서 0으로 떨어졌다.

한은은 이런 현상에 대해 금융사의 신용위험지수가 최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금융권의 대출 부실 우려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 3·4분기 국내은행의 신용위험지수는 45로 전분기(42)보다 3포인트 높아지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주택담보대출이 줄어들고 개인 신용대출이 증가했지만 차주들의 상환능력은 코로나19 영향에 따라 약화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에서는 이로 인한 대출 연체율 상승을 우려, 하반기에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 기준을 강화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이달 1일부터 비대면 신용대출인 '우리원(WON)하는 직장인 대출'의 대출 요건을 변경했다. 이 상품의 최대 대출 한도는 2억원으로 그대로 두되, 대출한도를 산정할 때 연소득으로 인정되는 비율을 하향 조정했다. 신한은행도 올해 상반기에 우량업체 재직자 신용대출 일부 상품의 소득 대비 한도 비율을 낮췄다.

한지안 기자  hann923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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