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에 위치한 복합쇼핑몰에서 주말 쇼핑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전통시장 등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대형마트 규제가 앞으로 백화점 등 복합쇼핑몰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이 6월 26일 대표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 일부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대형마트에만 국한돼 있던 의무휴업일 월 2회 지정 등의 규제가 백화점 및 면세점, 아웃렛 등으로 확대되도록 하고 있다.

백화점과 면세점을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대상에 포함시키며 추석과 설날은 반드시 의무휴업일로 지정하게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또 대형유통기업으로부터 상품을 공급받는 상품공급점이나, 매출액 또는 자산총액 규모가 대규모점포나 준대규모점포에 준하는 기업이 직영하거나 직영점형 체인사업 및 프렌차이즈형 체인사업의 형태로 운영하는 점포를 준대규모점포로 포함해 영업시간 제한 등의 법적규제를 받게 했다.

이동주 의원 등은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 “최근 복합쇼핑몰과 같은 초대형 유통매장의 진출 확대로 골목상권과 영세상인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어 중소상인의 보호 및 대·중소 유통업계의 상생발전을 위해 대형마트뿐 아니라 복합쇼핑몰과 같은 대규모점포에 대한 입지 및 영업 제한 등의 합리적인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일에는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도 유통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고 대규모점포의 입지를 사전에 검토해 등록을 제한해 전통시장을 보호하도록 했다.

홍익표 의원 등은 “현재 전통상업보존구역에서는 대규모점포 등의 등록을 제한하거나 조건을 붙일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전통시장 또는 전통상점가 외에는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할 수 없고 대규모점포 등의 입지 선정과 건축단계 이후 등록단계에서 개설과 관련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규모점포 등의 입지를 사전에 검토해 등록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복합쇼핑몰을 영업제한 대상에 포함하며, 대규모점포등의 등록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여 실효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사실상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및 대형쇼핑몰 등이 규제 사정권 안에 들어가게 되면서 유통업계에서는 시대착오적 규제라는 지적과 함께 소비자의 선택권을 고려하지 못한 내용이라는 우려 역시 쏟아지고 있다. 생업으로 인해 주중 쇼핑이 어려운 소비자들은 주말에 주로 쇼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역시 기존 유통법이 현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달 2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진행한 ‘유통 법·제도 혁신 포럼’에서 안승호 숭실대 교수는 “현행 유통규제는 정량적이고 구체적인 정책목표가 없이 도입된 문제점이 있고 그간의 효과도 전혀 실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임영균 광운대 교수도 “유통정책이 국민인 소비자 후생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하는데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을 보호하려는 취지가 너무 앞서 대형 유통 규제라는 카드를 쓰게 된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소비 위축 등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오프라인 유통업계에 오히려 무거운 짐을 지어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진작과 오프라인 유통업 활성화를 위한 입법이 필요한 시점에 시의적절하지 않은 법안 발의로 어려운 시기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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