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 신문=김은석 기자]포스코 에너지 한 임원이 항공사 승무원을 때린 사건을 시발점으로 최근 남양유업 영업직원의 대리점주 욕설사태까지 ‘갑’의 횡포 사례가 잇따라 터져 나오자 ‘갑을관계’가 경제민주화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국회에서 열린 을들의 성토대회는 식품업체뿐만 아니라 금융권, 제약 도매 업계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만연해 있는 ‘갑을관계’의 심각성을 일깨워 이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금융권에서도 ‘갑’ 횡포 사례 잇따라

금융사에 대한 소비자 민원은 끊이지 않고 있다. 보험 가입의 경우 실제 보상 내역은 생각했던 것에 못 미치는 경우가 다수며 가입하면 달마다 수수료는 내야하는 신용카드의 부가 서비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보험사들간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정작 상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된 것. 특히 판매를 위해 과장되게 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 불만은 줄지 않고 있다.

카드 상담원들에게 제휴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상담사 평가에 반영해 월급을 깎겠다고 협박한다는 사례도 있어 실적을 강조하는 ‘갑’의 횡포는 여전하다. 

제약 도매업계 역시 제약사와 도매상의 불합리한 관계가 오래전부터 지속되고 있다. 이는 현재 정부가 이전보다 더 강력하게 나서고 있는 리베이트와 연관되어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 매출 목표를 정해주고 못 채우면 불이익을 주고, 유통기간이 다 돼가는 제품을 떠안기는 경우는 허다하다. “상당수 중소자영업자들이 대기업 본사의 수익보장 허위광고로 일을 시작했다가 매일 죽지 못해 사는 삶을 살고 있다”는 한 국회의원의 말은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여야 팔 걷고 나서

남양유업의 대리점 횡포를 계기로 '갑-을' 관계 개선을 위한 논의가 정치권에도 불고 있다.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도급법 개정안과 정년 60세 연장 법안 등은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편의점 업주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가맹점 법에 대한 성과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이에 새누리당은  남양유업의 사태에 주목하며 당내에 있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을 중심으로 입법화에 재시동을 걸었고 민주당은 ‘갑-을관계’ 청산을 위한 ‘을 지키기 경제민주화 추진위원회’를 신설,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지난 10일 여야는 ‘상생을 위한 경제민주화’ 한국사회학회 토론회에서도 ‘갑-을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강하게 피력했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인 남경필 의원은 “남양유업 사태와 같은 경제민주화 관련 불균형 행위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재천 의원 역시 사회적 계약 관계일 뿐인 고용주와 노동자,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자 관계가 왜곡돼 약육강식 시장경제로 변질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표준근로계약서에서 ‘갑’과 ‘을’ 단어를 ‘사업주’와 ‘근로자’로 바꿔 보급한다고 13일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근 포스코 에너지 임원 사건 등으로 인해 '갑'이란 단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돼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고용부가 만드는 서식인 표준근로계약서는 회사와 직원이 작성하는 고용계약서다.

 

김은석 기자  kesh@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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