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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 '안전불감증' 비판 증폭
박지혜 기자 | 승인 2013.05.13 09:35

 
   
 
 
 
[여성소비자 신문=박지혜 기자] 지난 10일 현대제철에서 가스 누출 사고로 하청업체 근로자 5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산업현장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현장에서는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공기단축을 위한 무리한 공사와 '안전불감증'을 지목하고 있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여기다 회사측은 사고가 발생한지 1시간 가량이 지나서야 119에 신고를 했고, 사고 발생 4시간 뒤에야 고용노동부 천안고용노동지청에 사고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늑장대응' 논란까지 가열된 상황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실을 인지한 후 곧바로 담당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장에게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고용부 측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한 뒤 안전관리 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 하청업체인 한국내화뿐 아니라 원청인 현대제철에도 법적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가벼운 작업"... 안전장비도 없이 덤비다 참사

이날 새벽 1시40분께 충남 당진제철소에서 발생한 사고는 전로제강공장 3전로 내부 보수작업 장비를 철거하던 과정에서 아르곤 가스 누기(漏氣)로 전로내부에 산소가 결핍돼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르곤 가스는 무색무취의 무독성 물질이지만, 공기보다 무거워 아래쪽에 가라앉아 산소 결핍 상황을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 현장에서는 근로자들은 가스 누출에 대비한 산소마스크 등의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번 작업이 가스 점검 관련 작업이 아닌 단순 내화물 교체 작업이다보니 산소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철저한 안전조치를 취했다면 충분히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현대제철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번에 사고를 일으킨 보수작업은 보통 2달에 한 번씩 시행되는 작업"이라며 "통상 실시하는 작업이다 보니 현대제철측에서는 별다른 위험의식을 갖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의 또 하나의 핵심은 아르곤 가스의 주입 경로. 아르곤 가스의 경우 보통 전로 가동 직전에 주입되며, 보수공사를 위해서도 사전에 제거를 한 뒤 공사가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가동시작 시간 한참 전인 새벽에 아르곤 가스가 3전로에 유출됐다는 것은 이미 가스가 주입됐거나 남아있었다는 것으로, 결국 이번 사고가 관리감독 부실에 따른 인재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 뿐인 '재발방지' 노력… "사고낸 곳, 또 사고내"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기업들은 재발방지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외치지만, 같은 사고는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을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관계 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점검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지난해부터 10명이 넘는 사망사고가 이어졌다. 심지어 '하청업체 근로자의 무덤'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사고에 앞서 지난해 9월 오후 시공업체 직원 A(51)씨가 철 구조물 해제작업 중 구조물이 쓰러지면서 현장에서 사망했고, 10월엔 외주공사업체 B(43)씨가 전로제강공장 야드장에서 크레인 전원공급 변경 개선작업 중 감전 추락해 사망했다. 같은 달 25일엔 하청업체 근로자 C(56)씨가 기계설치 작업 중 추락해 의식불명이 됐다.

11월 초엔 외주공사업체 D(54)씨가 작업발판이 붕괴돼 해상으로 추락 사망했으며 같은 달 하청업체 근로자 E(43)씨가 풍세설비를 설치하다 추락사망했고 같은 달 F(33)씨는 현대하이스코 신축현장에서 사망했다. 이밖에 지난 3월엔 고로3기에서 작업을 하던 G(54)씨가 근무 중 현장에서 쓰러져 숨졌다.

현대제철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에서도 같은 사업장에서 불과 3개월여만에 같은 사고가 되풀이 돼 재발방지 노력은 '말뿐인 구호'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는 지난 1월27~28일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 수리작업에 나섰던 협력업체 STI 서비스 소속 직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그런데 이로부터 96일이 지난 이달 2일 또 다시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해 인부 3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 3월에는 여수산업단지 대림산업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 6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같은 달 LG실트론 구미 공장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불산 혼합액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포스코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1공장에서는 화재가 발생했다. 파이넥스 공장은 2009년에도 2공장 성형탄설비(HCI)에서 화재가 발생, 직원 3명이 다치는 등의 피해를 입어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됐던 곳이다.

현장에서는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주 원인을 '무리한 작업'으로 보고 있다. 원청은 비용절감을 위해 안전관리를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또 하청업체는 공사기간을 앞당기기 위해 안전지침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고 서둘러 작업을 진행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전로 보수공사는 사고 당일인 오늘(10일) 오전까지 보수작업을 마치고 오후에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청 근로자들이 시간을 맞추기 위해 새벽시간대 서둘러 진행하다 사고가 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지혜 기자  pjh@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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