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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 읽기]이영도 '진달래 -다시 4.19날에'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0.04.16 14:12

[여성소비자신문]진달래

-다시 4.19날에

         
 이영도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爛漫)히 멧등마다,
 
그날 스러져 간
젊음 같은 꽃사태가,
 
맺혔던 한이 터지듯

여울여울 붉었네.
 
그렇듯 너희는 지고
욕처럼 남은 목숨,
 
지친 가슴 위엔
하늘이 무거운데,
 
연연히 꿈도 설워라,
물이 드는 이 산하.

-시 해설-

진달래 피는 4월이면 떠오르는 시가 있다. 이영도(1916~1976) 시조시인의 ‘진달래-다시 4‧19날에’라는 시조가 가슴에 뭉클 솟아오른다. 봄이 오면 앞산 뒷산 지천으로 피어나는 연분홍 진달래꽃, 누구나 반기고 좋아한다.

그 옛날 상춘객들은 진달래화전을 부쳐 먹으며 꽃놀이를 즐기고, 아이들은 입가가 붉도록 꽃을 따 먹으며 봄을 만끽했다. 진달래는 삼천리강산 방방곡곡에 피어나는 다분히 서민적인 우리 민족의 꽃이다.

시인은 산하에 활짝 피어 있는 진달래를 보며 4‧19 혁명 때 희생당한 젊은이들의 넋을 떠올린다. “그날 스러져 간/젊음 같은 꽃사태가,//맺혔던 한이 터지듯/여울여울 붉었네.”불의에 항거하다 총탄에 피 흘리며 죽어간 젊은 넋들의 한이 무더기무더기 꽃처럼 붉게 물들어 있는 형상으로 그려져 있다. 얼마나 많은 목숨의 희생인가? 피로 물든 그날의 목숨들이 꽃사태로 비유되어 속절없고 황망하고 애잔한 분위기를 연상하게 한다.

시인은 “그렇듯 너희는 지고/욕처럼 남은 목숨,”이라 현실의 삶을 부끄러워한다. 다른 한 편, 역사 속 숭고한 넋들을 간절히 추모하며 그 죽음을 결코 헛되이 하지 않아 살아있음이 욕되지 않겠다는 절규로 들린다.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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