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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하면 애 안 낳는다?...' 선진국, 경제활동하는 여성이 출산율 높아
한고은 기자 | 승인 2020.01.28 14:07
사진제공=뉴시스

[여성소비자신문 한고은 기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경제학자 게리 베커는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의 출산율이 더 낮다’고 주장해왔다. 우리 사회 역시 이 주장을 사회 통념으로 오랜 시간 받아들여 왔으나 OECD에 가입된 선진국의 경우는 이와 반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경제활동을 할수록 안정된 환경 안에서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경제정책이 절실한 이유다.


일 하는 여성이 아이를 낳는다

한국재정학회의 재정학연구 보고서 ‘OECD 국가들의 합계출산율’에 따르면 1990부터 2016년까지 출산율의 결정요인을 분석한 결과 여성의 경제활동이 많아질수록 출산율 역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일을 안 하는 전업주부들이 출산에 적극적일 것이라는 통념과 정반대의 결과다.

합계출산율에 대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 탄력성은 0.09∼0.13으로 여성의 근로시간이나 육아휴직, 임금 격차 등의 변수를 적용해도 일관되게 ‘플러스 효과’를 보였다. 특히 2000년 이후부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도가 높아지면서 합계출산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면서 결과적으로 가구소득이 늘어나면 출산율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여성의 실업률이 높거나 근로시간이 길어질수록 합계출산율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가정 양립 정책지원이 다양화 및 강화되고 남성은 생계를 부양하고 여성은 양육을 책임진다는 사회적 구분이 흐려지기 시작한 2000년대 베커 가설이 힘을 잃게 된 것이다.

아울러 가족 정책에 따라서 국가별로 가족수당 및 육아휴직, 보육 서비스가 미치는 영향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북유럽 국가는 가족수당의 급여 대체율이 25% 증가하면 합계출산율이 1% 높아졌다. 동유럽 국가는 육아휴직 기간이 일주일 증가하면 합계출산율이 0.0029명 늘어났고 남유럽국가는 0.0014명 증가하는 효과를 보였다. 아시아 국가의 경우 보육 서비스 이용률이 25% 높아지면 합계출산율이 7%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 상황에 적용해보면 여성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도록 근무시간 유연화 등 노동시장 여건을 확충하는 것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합계출산율 0.98명 ‘쇼크’
텅텅 비는 학교·변화하는 소비문화

2018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채 1명도 못 되는 0.98명으로 집계됐다. 가임기 여성 1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기가 1명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적은 수치면서 OECD 35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것이다. 지금의 인구수를 유지하기 위한 최저 수치가 2.1명이기 때문에 ‘1명’이라는 마지노선이 무너지면서 저출생 문제는 걷잡을 수 없는 수령에 빠지게 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3포(연애·결혼·출산 포기) 현상이 심화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임 여성의 수도 줄어드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올해 울산지역 초등학생 수는 전년보다 무려 946명 줄어들기도 했다.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2020년 전체 초등학생 수는 2019학년도 6만8406명보다 946명이 감소한 6만7460명이었고 초등 신입생 수도 1273명 감소했다. 학급수로 따지면 52학급이 줄었다. 물론 울산의 경우 지역 인구 유출이라는 부가적 요인까지 더해져 나온 결과이지만 서울도 2017 서울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2007년에는 66만5227명이었던 서울 지역 초등학생 수가 2017년 현재 42만8333명으로 10년 사이에 35.6% 급감했다. 

이에 기존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합치는 식의 ‘통합학교’가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에 있는 창천초등학교가 올해 9월 창천중학교와 통합한다고 밝힌 것이 그 사례다. 창천초의 초등 1학년생 수는 2009년 45명이었지만 2019년에는 13명뿐이었다.

앞서 지난 2017년 서울 은평구 은혜초등학교는 폐교를 결정하기도 했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지방 교육청 재정이 남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지난 12일 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지방교육재정 운용실적 및 향후 전망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4년에 지방교육재정 수입의 20%인 19조 2,960억원이라는 ‘잉여 재정’이 생길 것으로 내다 봤다. 

소비 형태가 달라지는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 11월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국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소비 트렌드 변화’ 보고서를 보면 1990년 전체 가구 소비지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은 식료품 구입으로 26.6%이었으나 2018년에는 14%로 하락했다. 반면 외식·숙박 지출 비중은 동 기간 8.2%에서 14.0%로 높아졌다. ‘비혼 문화’가 만연해지면서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늘어나고 핵가족화가 심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가장 보편적인 가족 형태였던 ‘4인 가족’은 이제 옛 풍경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평균 가구원 수는 1970년 5.2명에서 2018년 2.4명으로 축소되고 있다. 4인 가족 역시 2000년에는 31.1%였지만 2017년에는 17.7%로 줄었다. 1인 가구는 동기간 15.5%에서 28.6%로 급증해 ‘나 혼자 사는’ 가구 형태가 많아지고 있다.

교육비 지출 비중 역시도 교육열이 높아지던 2009년에 13.8%까지 올라갔지만 2018년에는 7.2%로 내려갔다. 

연구소는 “초저출산과 고령화 및 만혼과 비혼주의 확산으로 인구구조에 상당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모성모호 뒷전, 남성들은 돌봄 ‘무임승차’

하지만 저출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은 여전히 선심성 정책에 머물러 있거나 청년들의 불안정한 삶의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헛다리’를 짚고 있다는 것이 보편적인 시선이다. 아울러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들을 대상화하는 성인지적 감수성이 부족한 데서 나오는 구시대적인 접근과 가부장적 규범을 고수하며 돌봄을 외면하는 남성들과 기업들의 태도 등이 맞물려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2019 일·가정 양립 지표’를 보면 2019년 4월을 기준으로 15~54세 기혼여성 가운데 경력이 단절된 여성은 19.2%였다. 경력단절이 된 이유 가운데 ‘육아’가 38.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여성이 가사를 담당한다는 응답은 전국 평균 77.5%를 기록했고 특히 대구 경북의 경우에는 이보다 높은 80.8~85%를 차지했다. 기혼남성들이 육아를 여성에게 전적으로 일임하는 가부장적 태도를 견지한데서 기인한 결과로 풀이된다.

경북에 거주하는 기혼여성 S씨(37세)는 “남성들은 가사 및 양육을 ‘도움’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여성들에게는 당연히 해야 하는 책무에 가깝다”며 “맞벌이를 하면서도 여전히 여성이 주도적으로 모든 가사일과 양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데서 기혼의 삶을 선택한 것에 회의감을 느끼는 것이 요즘 기혼여성들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기업 역시 뒷짐을 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기업들의 모성 보호 및 일·생활 균형 제도 활용 실태 등에 대한 일·가정 양립 실태 조사 결과(2017년 기준)’를 보면 육아휴직 활용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의 육아휴직 활용도는 1%로 나타나 세종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 중 가장 낮았다. 가장 높은 활용도를 보인 곳은 6.5%를 기록한 전북이다. 임신 기간 동안 근로시간 단축 활용도도 대구는 2.8%, 경북은 2.4%로 드러나 부산과 대전(5.3%)의 절반 수준이었다.

또한 주거비용 문제 역시 아이 낳기를 꺼려하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 1월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진행한 ‘가장 중요한 저출산 해소정책을 묻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아동수당, 보육시설, 돌봄정책 등 양육 부담 완화 정책’(26.9%)과 ‘전세대출·임대주택 등 주거비 부담 완화 정책’(24.7%)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동시간 단축, 육아휴직 확대 등 가정친화적 노동정책’(18.6%)과 ‘결혼·출산 관련 각종 장려금 확대 정책’(11.8%) 순으로 나타나서 사실상 지원금이나 축하금을 단발성을 지급하는 시혜성 정책에 대해서는 큰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

일·가정 양립은 ‘워킹맘의 희생’이 아니다

기혼여성의 경력단절 해소를 최소화하고 남성이 가사에 참여하는 등 주어진 사회적 과제를 수행하기 앞서서 일과 가정 양립의 모든 책임이 워킹맘인 여성에게만 주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

지난해 12월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19 한국워킹맘보고서’에 따르면 퇴사를 고민했던 경험이 있는 워킹맘은 95%였다. 또한 24시간 가운데 쓰는 시간을 보면 직장생활이 54%, 가정생활이 33.5%, 개인생활이 12.5% 순으로 나타나 하루 24시간을 대부분 오롯이 가정과 일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적 여유시간은 평균 1시간 51분에 불과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진행한 ‘기혼 직장여성의 가족관련 가치관이 일·가정 양립 갈등을 매개로 우울에 미치는 영향’ 연구 결과를 보면 기혼 직장여성의 일·가정 양립 갈등이 늘어나면 직장 여성들의 우울 지수도 함께 늘어났으며 가족 내 성평등 역할에 대한 인식이 높아 평등을 추구할수록 일·가정 양립 갈등도 낮아지고 우울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셸 오바마는 2018년 페이스북 경영진인 셰릴 샌드버그가 쓴 여성 자기계발서 ‘린인(Lean In)’을 언급하며 비속어를 내뱉은 바 있다. 저자는 “협조적인 배우자를 만나서 가사활동을 분담하라”거나 “새벽 5시에 메일을 체크하며 업무를 시작하고 오후 5시 귀가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다가 밤 9시에 업무에 복귀한다”는 등의 경험담과 지침을 담아냈다. 

책을 잃은 독자들 중 일부는 “완벽한 워킹맘이 된다면 아이와 가정이 양립할 수 있겠지만 그로인해 그 워킹맘의 삶은 사라진다”고 비판했다. 구조적 문제를 외면하고 개개인의 노력과 의지 등 역량을 키우도록 한다는 것이다.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지난해 한국을 찾아서 “현재 한국의 사회적 배경에서 일과 양육 모두를 잘해내는 것은 이길 수 없는 게임일 뿐”이라면서 회사에 희생을 하고 가정에 집중하기 위한 육아휴직 등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이상적 노동자상'을 깨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고은 기자  h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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