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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경 사무처장 “최저 임금 올라야 노동자들이 산다”비정규직 문제, 정부 솔선수범이 우선돼야
정효정 기자 | 승인 2013.03.29 10:48

   
▲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사무처장
한국여성노동자회는 노동운동이 활발히 일어났던 지난 1987년 창립됐다. 당시 노동운동을 주도했던 남성 노동자들과 일반 노동운동 단체들은 노동이 해방되는 그 날, 여성 노동자들 역시 자연히 해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성 노동자들이 갖고 있는 고유한 문제들에 대한 인식은 당연히 없었던 시기였다.

이 가운데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여성 노동자들이 갖고 있는 고유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 인식 개선부터 여성들의 고민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지속해 오고 있다.

여성 노동자들의 법적 권리를 확보하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 실직여성가장이나 여성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사무처장을 만나 차별과 어려움 속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실태를 알아봤다.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창립될 당시 남성 노동자들과 노동운동 단체들은 노동운동을 하는데 있어 여성 노동자 고유의 문제들을 별도로 사회에 제기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배진경 사무처장은 “여성들의 문제를 따로 제기하는 것은 전체 노동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여성 노동자들의 문제를 인식한 이들은 생각이 달랐다. 모성보호 문제와 같이 여성들이 갖고 있는 고유한 문제들, 남성 노동자들과의 차별 등과 같은 문제들을 사회에 제기할 필요성을 느낀 이들이 모여 만든 단체가 바로 한국여성노동자회다.

이후 27년이 지나는 동안 전국에 11개 지부가 설립됐고, 그 중 9개 지부에서 노동상담실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노동상담실을 통해 여성들이 털어 놓는 고충과 문제들을 현장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이슈로 만들어내고 정책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역자활센터나 새로일하기본부, 여성능력개발센터 등 정부위탁사업과 직업훈련 부설기관도 운영 중이다. 


-여성 노동자들이 짊어지고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나.

“여성운동 상담을 받기 때문에 항상 현장 목소리에 민감하다. IMF 당시에는 해고 상담이 밀려왔다. 여성들이 집중돼 있는 직종이나 부서 자체가 사라졌다. 남성의 해고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가 문제 인식을 하고 이를 해결하기위해 노력했는데 여성들의 해고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라는 인식조차 하지 않았다. 남편이 벌고 있다는 전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해고된 여성 가운데는 여성 가장들이 많았다. 이에 여성 가장의 해고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고 여성 직종이나 부서가 사라지는데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

당시 여러 정책이 만들어졌는데 여성가장 채용 시 우선채용 장려금을 주거나 여성가장 직업훈련우선정책이 우리가 제기해서 만들어졌다. 사회적으로도 여성들이 집중적으로 퇴출되는데 대해 문제라는 이슈를 제기한 바 있다.

또, 출산휴가 제도가 만들어질 당시 출산휴가를 아이 기준으로 올리라는 요구를 해왔다. 당시 출산휴가는 60일 기준이었다. 이후 출산휴가는 90일, 육아휴직 비용의 사회분담화, 출산전후 휴가 비용도 일부 사회분담화가 이뤄졌다. 이와 같은 활동들을 우리 단체가 주도적으로 하고 다른 단체들과 함께 계속 바꾸는 노력을 했다.

최저임금 인상도 최초로 주장했다. 특히 용역 노동자의 경우 입찰로 임금을 받기 때문에 최저 단가로 낙찰이 될 수밖에 없다. 최저 임금이 올라야 이들의 임금도 오를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그 당시 전국여성노동조합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집회를 집행했다. 이후 최저임금 연대와 같은 연대체들이 꾸려지고 사회적으로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 최저 임금이 오르기 시작했다.”

-모성보호제도 이용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여성 노동자가 많다.

“대부분 사람들은 출산․육아휴직 신청할 때 해고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다르다. 임신과 동시에 회사에서 퇴사 압력이 들어와 출산휴가 육아휴직까지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상당수의 여성노동자들이 자의로든 타의로든 회사를 떠나게 되는데 그것을 사회에서는 본인의 선택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은 여성들이 선택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여성 노동자의 경우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규모 사업장 특징상 사장, 상사와 관계가 틀어지면 이동도 힘들고 일의 범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동료와 일을 나눠서 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성보호제도가 있음에도 이를 이용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2년 전 ‘축하해 90일을 응원할게’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90일은 출산휴가 90일을 가리키는데 회사에서 축하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우리 사회에서 모성보호제도가 정착해 제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는 아직 쉽지 않은 문제다.

사실 법이나 제도적으로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은 여성노동자들이 그냥 신청해서 이용하면 된다. 회사의 허락을 받을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발생 할 수 있는 회사와의 마찰, 복귀에 대한 걱정, ‘수당을 받을 수 있을까’하는 시스템적 문제도 결부돼 있긴 하지만 직장의 분위기가 가장 중요하다. 법제도가 구비돼 있다하더라도 문화적으로 따라가 주지 못하면 현장에서 실효성을 발휘할 수 없다.”

-여성 노동자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일․생활 균형 문제가 해결되야 한다.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생활 균형은 여성에게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 남성도 함께 해야 일․생활 균형 성립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박근혜 정부가 현재 밀어 붙이고 있는 것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이다.

그러나 이것은 여성에게만 강요된 것이다. 남성들이 정시퇴근 후 함께 아이를 돌보지 않는 이상 일․생활 균형은 이뤄지기 어렵다. 여기서 걸림돌이 되는 것이 바로 장시간 근로문화다. 일․생활 균형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법․제도적으로 정착되는 동시에 장시간 근로문화가 개선돼 남성과 여성이 골고루 육아와 가사를 함께 짊어지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아빠의 달’ 공약을 기대했었다. 우리도 아버지들에게 통상임금을 지급하는 영아육아휴가를 내세운 적이 있다. 그러나 현재 아빠의 달은 말만 있을 뿐 그 실체가 없다. 앞으로 박근혜 정부가 약속한 공약들이 지켜질 수 있도록 정부에 계속 요구해 나갈 계획이다.”

-가사노동자들의 노동 현실은 더욱 열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 어떤가.

“지난 2004년부터 전국가정관리사협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협회가 만들어질때까지만 해도 가사노동자들의 문제는 이슈화되지 않는 문제였다. 협회가 만들어진 이후 돌봄연대가 만들어지는 등 가사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가사노동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근로기준법 상에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가사사용인데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돼있다. 이는 우리나라 노동법이 만들어진 초기에 들어간 조항이다. 당시 가사사용인은 주로 식모로 일하는 집에서 자고 식사를 책임져주는 노동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일의 형태 자체가 바뀌었다.

가사노동자들이 노동자로 인정이 안 되면서 일하다 다쳐도 산재혜택은커녕 치료받는 동안 일을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때문에 가사노동자들에게는 사대보험적용이 시급안 실정이다.  이런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 왔고 결국 재작년 ILO에서 채택된 가사노동협약을 우리나라도 비준해야 하고 근로기준법도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성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질 것 같다.

“법제도가 있어도 사회 문화적 분위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책이 반영되지 않는다. 일단은 제도를 바꾸고 사회문화적으로 정착시키며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

예전에는 여성 노동자의 결혼 퇴직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바로 국가의 역할이다. 여성들의 경우 육아 출산휴가 경우 대체인력 채용장려금이 있다.

사실 금액은 높지 않지만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비용이기도 하다. 남성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현재 남성이 육아휴직를 사용해 아이를 돌본다는 것에 부정적이지만 이를 장려하기 위해 정부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가장 열악한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최저임금을 높이는 것이다. 최저임금 노동자의 태반은 여성이고 임금격차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에서도 최저임금의 역할이 크다.

그리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정부가 솔선수범하면 민간기업에서는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예로 들면 서울시는 간접고용을 정규직화 하면서 오히려 예산을 절감했다. 서울시의 경우 간접고용에 오히려 더 많은 돈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비정규직으로 2년 이상 근무 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제도가 생긴 이후 민간기업에서 일하던 비정규직의 상당수가 정규직으로 무사히 전환됐다. 이것이 바로 법제도의 효과다. 정부가 기준을 제시하면 기업도 기준을 따라가려고 노력한다.”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대안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20년을 결산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여성노동자운동을 해 온 결과 ‘여성들 삶이 나아졌는가’하는 고민을 했다. 한 가지 결론은 이 사회의 주류가치가 주장하고 있는 경쟁논리와 사회적 강박에 대한 부분들을 정리하면서 대안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 끝에 다른 방향의 여성노동자운동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희망품앗이 활동 등 경쟁 가치에 매몰되지 않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사고방식을 통해 회원들 사이에서 가치확산을 하고 그것을 통해 서로 다른 방식의 삶을 모색하는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대안사회 활동은 ‘즐거운 5대 불편 운동’과 ‘희망품앗이’다.  

우선 ‘즐거운 5대 불편 운동’은 일회용품 안 쓰기, 장바구니 들고 다니기, 손수건 들고 다니기, 안 쓰는 전기코드 뽑기,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등 5가지 운동으로,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소비를 줄이고 다른 생활 방식을 고민하고자 진행 중이다.

또한 ‘희망품앗이 장터’에서는 회원들에게 씨앗(지역화폐) 통장을 나눠줘 안 쓰는 물건이나 만든 물건을 서로 씨앗만으로 거래하는 장터를 열고 있다. 
여성들의 지위를 높이고 법제도를 바꾸는 등 활동을 하는 동시에 생활적으로는 이런 활동을 도입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활동계획에 대해 알려 달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와 시간제 여성 노동자 문제에 집중하고자 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의 경우 박근혜 정부가 공약을 내세웠고, 박원순 시장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지자체 장이 의지가 있으면 가능하다. 올해는 이에 대한 지역별로 현황을 조사하고 실태 조사 후 내년에 있을 지자체장 선거 후보들에게 공약을 제시할 계획이다.

또, 열악한 시간제 여성 노동자들의 실태조사를 위한 사전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계속해 왔던 모성보호 관련 문제, 직장내 성희롱 문제, 최저임금 문제 등 꾸준히 해 오던 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정효정 기자  hj@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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