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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숙의 행복한 시읽기 '제국의 위안부 1'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18.03.26 10:12

[여성소비자신문] 제국의 위안부 1        
             -소녀상
                     
                        구이람


소녀시절 나를 누군가가 부숴놓았다면
내 꿈 하늘을 빼앗아갔다면

내 푸르른 청춘을 분질러 놓았다면
눈물동이로 용서의 마음이 흘러도
단발머리 내 소녀를 망가뜨려 놓았는데
용서로 용서가 아니 되리라

그 크다란 흑암 세월 고여 쌓여

바다로 흐르고 산이 되어도
그 시절 영원한 소녀로서만 나 일 수 있도다!
듣고나 있느냐? 알아나 듣겠느냐? 너희들은

-시평-

모든 생물은 정령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가. 시를 쓰다가 갑자기 쓰러져 한 줌 흙으로 돌아가 버린 젊은 시인의 시와 그가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강아지, 풀, 꽃, 나무 그리고 바람과 하늘을 올려다보니 울컥 서럽다. 하물며 치욕적 폭압으로 세상에서 죽임을 당하고 한 줌 흙으로 빚어진 소녀상의 눈빛과 침묵을 어찌 그냥 바라볼 수가 있으랴.

평화로운 고향집에서 어느 날 갑자기 악마의 손아귀에 끌려가 온몸을 찢기고 멍이든 소녀의 마음을 안고 비밀의 역사를 들여다보게 된다. 인생사 치유할 수 없는 아픔도 상처도 억울함도 ‘세월이 약’이라는 노랫가락처럼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믿음을 더는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그 시절 영원한 소녀로서만 나 일 수 있도다!/ 듣고나 있느냐? 알아나 듣겠느냐?” 제국주의 너희들은 아직도 귀 막고 모른 체 잘못을 숨기려고만 하지만 끝내 마음을 시간이 이길 수는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어떤 독한 물결에도 씻기지 않는 그 마음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 시절 영원한 소녀로서만 나 일 수 있도다!”라는 절규로 답하고 있다. 여기서 그 소녀는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운다. 그리고 오직 사랑과 평등과 평화를 소망하며, 오늘도 인간적 회복을 기원하며 하늘에 빌고 있는 것이다.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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