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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개정과 소비자기본권의 보장
연기영 동국대 법대 명예교수 | 승인 2018.03.26 09:34

[여성소비자신문]청와대는 지난 3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전문을 공개하고, 제 10장 경제부문에서 소비자의 권리 강화를 명시했다. 즉, 개헌안 제 131조에서는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비자의 권익을 위해 소비자의 권리를 국가가 보장하도록 하고 국가가 보호하는 소비자보호운동을 보다 폭넓은 개념인 소비자운동으로 변경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대통령의 헌법개정안 발의

이러한 헌법개정안이 발표되기 전인 3월 15일 세계소비자권리의 날(WCRD)을 맞이하여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소비자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소비자기본권 헌법 개정 촉구를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했으며,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10차 헌법개정안을 마련하고 3월 13일에 청와대에 제출한 바 있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올해 세계소비자 권리의 날 주제를 '소비자기본권를 헌법 개정안에 촉구'로 정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헌법개정 논의에 있어서 기본권으로서의 소비자 권리에 대한 중요성을 알려야 한다는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매년 새로운 주제를 선정해 진행하던 세계소비자 권리의 날과는 다르게  국민주권으로서의 소비자 권리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자 한국소비자단체 소속의 11개 단체가 이 캠페인에 동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결의대회와 캠페인은 시의 적절하였다고 볼 수 있다. 현행헌법에는 제124조에 ‘국가는 건전한 소비행위를 계도하고 생산품의 품질향상을 촉구하기 위한 소비자보호운동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소비자보호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 헌법개정 당시에 조항이다. 그 당시 환경권의 보장 조항과 함께 소비자보호운동을 헌법에 규정하여 국가가 이를 보장한 것은 대단히 큰 의미가 있었다. 이러한 헌법적 근거에 따라 1980년에 ‘소비자보호법’이 제정되었고 ‘소비자 보호의 시대’를 보냈다. ‘소비자 보호의 시대’에서 소비자는 기업이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제품을 소비하는 수동적 구매자였고 국가의 은혜적 보호 아래 놓인 객체라는 한계가 존재했다.

그 후 21세기 소비자주권시대가 열리면서 2006년에  ‘소비자보호법’이 ‘소비자기본법’으로 개정되었지만 헌법에  이러한 소비자기본권을 명문화하지는 못했다.

소비자주권시대의 소비자기본권의 본질

소비자는 더 이상 국가경제 정책의 단순한 객체가 아니라 국가에 대해 기본권 실현을 주장하고 소비자 정책의 추진과정에서 협의의 당사자가 되어야 하는 시대적 요청을 헌법에 수용해야 할 시대적 요청을 오랫동안 지나쳐온 것이다. 제품의 생산, 유통, 소비구조가 크게 변화하면서 소비자주권론은 ‘시민론적 소비자정책’으로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렇듯 소비자 주권시대가 열리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사회적 기업이 많이 창설되었으며 ‘시민론적 소비자정책’의 요청으로 소비자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강조되기에 이르렀다. 이는 기업과 소비자 간의 대립적인 관계를 벗어나 정치, 경제, 사회적 상호의존과 상생의 관계를 정립해 건전한 소비문화의 창달과 소비자시민사회의 건설이 중요한 화두가 된 것이다.

이제 소비자는 사회변혁의 주체로서 소비자 주권의 실현을 위해 건전한 소비자운동을 전개하며 이를 뒷받침해 줄 소비자정책과 법제의 수정보완을 요구하게 되었다. 소비자 주권이란 시장에서의 소비자 주도권을 말한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이 공정한 거래를 하기 위해 선택권, 안전권, 심의권, 사후 봉사권, 고충 처리 등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소비자 주권이란 말은 1936년 미국의 허트가 “민주 사회에서 국민들이 정치적 주권을 가지고 있듯이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경제적 주권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처음 사용했다.

앨빈 토플러는 1970년 그의 저서 ‘미래쇼크’에서 프로슈머(prosumer)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프로슈머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합성한 말로 제2의 물결인 산업사회의 양축이었던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등장했다. 과거의 소비자가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강요당했다면 현재는 신제품 개발에 직접, 간접적으로 참여해 소비자의 선호나 요구가 시장을 지배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는 1992년에 발간한 ‘제3의 물결’이란 저서에서 프로슈머의 이론을 보다 구체적으로 발전시켰다.

소비자권리를 최초로 선언한 문서는 1962년 케네디 대통령이 연방의회에 보낸 ‘소비자의 이익보호에 관한 특별교서’라고 알려져 있으며 그 안에 ‘소비자권리장전’이 선언되어 있다. 여기에 담긴 소비자의 권리는 안전할 권리, 알 권리, 선택할 권리, 의견을 반영시킬 권리이다.

이후 1964년 존슨 대통령은 ‘소비자특별교서’를 통해 이를 재확인시켰다. 1969년에는 닉슨 대통령이 ‘소비자보호입법계획의 내용에 관한 교서’ 중에 ‘매수인의 권리장전’에서 위 4가지 권리에 배상받을 권리를 추가했다. 그 후 1975년 경제협력개발기구가 5대 권리, 1980년 국제소비자연맹이 8대 권리, 1985년 UN이 소비자보호지침을 발표하면서 소비자의 6대 권리를 명시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우리나라에서도 1986년 소비자보호법에서 소비자의 7대 권리를 보장하게 되었고 개정된 2006년 소비자기본법에는 8대 권리가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그동안 소비자 권리는 현행 헌법상 기본권 편에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고 다만 경제생활 편에 소비자보호 규정(제124조)으로만 두고 있을 뿐이어서 과연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인가라는 헌법해석론상 논란이 되어 왔다.

헌법개정안의 새로운 과제는

이번에 발표된 대통령의 헌법개정안에도 기본권 편에 소비자기본권을 명확히 규정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경제 질서를 규정한 현행 헌법의 내용을 유지하면서 약간 수정 보완해 내놓았다. 죽, 개헌안 제 131조에서 국가는 안전하고 우수한 품질의 생산품과 용역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시행하도록 명시했고 국가는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소비자운동을 보장하도록 했다.

이러한 규정은 현행헌법보다는 소비자의 권리에 대한 언급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권 편에 명문으로 규정된 것이 아니라 소비자운동의 활성화를 보장하여 경제 질서를 공정하게 운영하려는 국가의 책무로 규정한 것은 소비자 주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헌법 해석상의 논란의 여지가 있을 뿐만이 아니라 소비자기본권 보장의 측면에서는 미흡한 면이 있다,

또한 경제조항에 소비자의 권리를 규정한 것이 헌법의 체제에 적합한 것인지도 의문이 들 수 있다. 현행 경제 조항(제124조)에 규정되어 있는 소비자보호운동 보장에 관한 내용을 소비자의 권리로 확장하규정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문제로 남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주권을 헌법에 기본권으로  명문화하는 추세로 볼 때 기본권 편에 규정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헌법에 소비자기본권을 명문화하고 있는 외국의 헌법을 살펴보면 유럽연합(EU) 기본권 헌장을 비롯하여 포르투갈 헌법, 스위스 헌법 및 스페인 헌법 등이 있다.

예를 들면, 포르투칼 헌법에는 소비자기본권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 헌법 제60조에는 “(1) 소비자들은 좋은 품질의 제품 및 서비스를 소비할 권리, 교육 및 정보에 대한 권리, 건강, 안전 및 경제적 이익의 보호를 받을 권리, 손해에 대한 배상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2) 광고는 법규를 통해 규제하며 모든 형태의 비밀광고, 간접광고 또는 허위광고는 금한다. (3) 소비자 단체와 소비자 협동조합은 법률로 정한 바에 따라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을 권리와 소비자 보호문제에 관해 발언할 권리가 있으며, 구성원들을 옹호하거나 집단의 이익 또는 일반 이권을 변호하기 위해 원고 적격을 가진다”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스페인헌법 제51조에는 “⑴국가는 소비자 및 이용자에 대한 보호를 보장하고, 효율적인 수단에 의하여 그들의 안전, 건강 및 적법한 경제적 이익을 보호한다. ⑵국가는 소비자 및 이용자의 정보 및 이용을 장려하고, 그 조직을 육성하며 또한 법률이 정한 조건하에서 구성원에게 영향을 주는 문제에 관하여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여야 한다. ⑶ 제1항 및 제2항에 규정된 범위 내에서 법률은 국내의 거래 및 상품의 인가제도를 규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외국의 헌법을 참고해 소비자주권이 보다 확실하게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헌법개정안에 들어가는 것이 시대에 부합하는 것임을 재삼 강조하고자 한다.

 

연기영 동국대 법대 명예교수  yeunky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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