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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에 관대한 대한민국, “이번엔 변할까”
이호 기자 | 승인 2018.03.21 16:21

[여성소비자신문 이호 기자]대한민국이 성추행, 성폭행으로 연일 뜨겁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인물이 성추행, 성폭력에 거론되는 등 서지현 검사로부터 시작된 성추행 폭로가 문화계, 정치계 등 사회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성추행, 성폭행은 일어나서는 안되는 파렴치한 범죄다. 문제는 확산되는 미투, 위드유 운동과 이에 대한 악플이다. 가해자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피해자를 비롯해 가해자 가족 모두가 고통받고 있다는 거다. 미투 운동의 전과 후에 대한 반성과 준비가 필요할 때다.

2018년 1월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안태근 전 법무부 국장의 성추행을 폭로했다. 서지현 검사는 JTBC 방송에 출연해 당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자신의 옆에 앉아 허리를 감싸고 엉덩이를 쓰다듬는 등 추행을 계속했으며, 당시에는 너무 황당하고 어찌해야 할지 몰라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미투 운동의 촉발점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될 부분이 과거 성추행 폭로와 다른 점이다.

첫째는 검사라는 신분이다. 범법자를 가려내 재판에 회부해 법 질서를 바로세우는 직업이 검사다. 위계질서가 강하고 폐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검찰조직에서 서 검사의 폭로는 검찰조직을 뒤흔드는 일대 사건이다. 둘째는 과거 성추행 피해자는 보호를 위해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서 검사는 당당히 실명과 자신의 얼굴을 공개했다. 자기를 희생하더라도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성추행 폭로는 과거에도 문제시 된 적이 있다. 2016년 박범신 성추행 논란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가명과 모자이크로 처리되면서 미투 운동을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이에 반해 서지현 검사는 당당히 자신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면서 미투운동의 시발점이 됐다.

이후 연극연출가 이윤택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고발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널리 퍼지면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 고발 움직임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시인 고은, 극작가 오태석, 배우 조민기, 배우 조재현, 배우 오달수 등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은 수십여명으로 늘어났다. 미투 운동에 동참한 피해 여성들도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면서 미투 운동의 확산은 더욱 커졌다.

이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도 2월 26일 “미투 운동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피해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고,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한다”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아울러 “피해자들의 폭로가 있는 경우 형사고소 의사를 확인하고, 친고죄가 폐지된 2013년 6월 이후의 사건은 고소 없이도 적극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계, “미투에서 안녕” 설전 오가기도

미투 운동은 오는 6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계에도 태풍의 눈으로 부각됐다. 먼저 대권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폭풍의 눈이 됐다. 김지은 정무비서의 성폭행 폭로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실정. 안 지사는 충남도지사 자리도 사임했다. 여기에 정봉주 전 의원, 박수현 충남도지사 예비후보, 민병두 의원이 미투 가해 의혹의 당사자로 줄줄이 지목되면서 여권이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민주당 복당과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했던 정봉주 전 의원은 성추행 의혹에 휩싸이면서 복당 심사 통과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지난 18일 그는 “어떤 시련과 난관도 10년 만에 돌아온 저 정봉주를 막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충남지사 유력 후보였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미투 운동 확산과 맞물려 ‘내연녀 폭로’로 인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으면서 자진 사퇴했다. 민병두 의원도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자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면서 대외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이같이 미투 운동이 정치계에도 영향을 주자 이에 대한 설전도 오간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7일 청와대 본관 충무전실에 도착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나 “미투 운동에 무사한 걸 보니 천만다행”이라고 말을 꺼냈다. 이에 임 실장은 “대표님이 무사하니 저도 무사해야죠”라며 뼈 있는 농담으로 맞받았다.

미투 운동 본질 훼손 우려도

미투 운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Me Too(나도 고발한다)’라는 해시태그를 달아(#MeToo) 자신이 겪었던 성범죄를 고백함으로써 그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이다.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문 사건 이후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2017년 10월 15일 처음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성범죄를 당한 당사자들이 ‘나도 피해자(Me Too)’라며 글을 쓴다면 주변에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있는지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알리사 밀라노가 미투 캠페인을 제안한 지 24시간 만에 약 5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리트윗하며 지지를 표했고, 8만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MeToo 해시태그를 달아 자신의 성폭행, 성추행 경험담을 폭로했다.

특히 미투 운동은 올해 성폭력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그들을 지지하고 함께한다는 의미로 SNS에 ‘위드유(#WithYou·당신과 함께하겠다)’ 해시태그(#)를 다는 ‘위드유(With you) 운동’으로도 확산됐다.

이처럼 미투, 위드유 운동은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운동이다. 하지만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시장조사기관 두잇서베이와 함께 국내 성인남녀 391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미투 운동’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3.4%가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범죄 및 성폭력 문제를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한 이는 85.7%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응답자의 75.5%가 ‘미투 운동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미투 운동의 ‘허위 사실 유포’나 ‘정치적 이용’ 등 악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53.4%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답변과 ‘별로 그렇지 않다’는 답변은 각각 8.9%, 3.7% 수준이었다. 인크루트 서미영 대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여성 폭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거짓 폭로나 2차 폭력 등과 같은 부작용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회적 여건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뒤흔든 미투 운동

우리나라는 보수적이고 가부장적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인 남성중심의 사회생활을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여기서 빚어진 게 권력형 성폭력이다. 사법부를 비롯해 우리 사회도 성추행에 관대했다. 여성 차별과 남성우월의식이 잔재돼 있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성추행, 성폭력 관련 의무교육 등이 있지만, 내용면에서는 허술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남녀고용평등법 제 13조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을 위한 교육을 연 1회 이상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문제는 동영상 강의나 인쇄물 배포 등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2015년 교육부가 6억원을 들여 개발한 ‘학교 성교육 표준안’은 ‘여자는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이성친구와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무수한 질타를 받았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공공기관의 성희롱 등 폭력예방교육 실시율도 논란이다. 3년 연속 99%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종사자의 교육 참여율은 88.2%라며 폭력예방교육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고위직의 교육 참여는 여전히 70%대에 머물고 있다. 신보라 의원실이 여가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공공기관 폭력예방교육 기관장 및 고위직 미참석 기관 현황’에 따르면 고위직(국가기관 국장급, 공직유관단체 임원급, 대학 전임교수 이상)이 교육을 전혀 듣지 않은 기관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김정순 대구여성의전화 대표는 “성폭력 피해 신고율은 여성가족부 기준 2.2%, 전국여성의전화 통계 기준 1.9%로 매우 낮다. 가해자 처벌에 대한 불확실성과 보복의 두려움이 신고율을 낮게 만든다”고 말했다. 신미영 대구여성회 고용평등상담실장은 “가해자가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해야 피해자들이 무고에 대한 두려움 없이 피해 사실을 문제제기 할 수 있다”며 “시민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호 기자  rombo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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