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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합의문 “파기하고 싶은데…정답이 없네”
이호 기자 | 승인 2018.01.22 12:59

[여성소비자신문]2015년 12월 28일.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일 정부가 합의했다는 뜬금없는 공동 발표가 나왔다.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종결됐다는 내용이다.

아무 전조 없이 발표된 만큼 절차상 하자 등 위안부 합의문은 많은 논란을 가져왔다. 이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협상 타결 직후 발표한 담화에서 “시간적 시급성과 현실적 여건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인 만큼 대승적 견지에서 이해해 달라”며 설득에 나섰다.

한일 위안부 합의는 발표 직후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고, 합의에 앞서 국민들에게 합의 내용을 공개하지도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절차창 논란을 가져왔다. 당시 야당 대권 주자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국민의 권리’를 포기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국회의 동의조차 없었으니 ‘무효’라고 선언했다. 2년여가 흐른 현재, 촛불 민심으로 대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에 한일 위안부 합의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논란 요소는

당시 합의의 핵심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총리 자격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죄와 반성의 뜻 표명(기시다 후미오 외상 대독), 피해자 지원재단 기금 10억엔 출연 등이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위안부 TF의 종합결과를 보면 일부 항목에 대해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소녀상 이전 등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먼저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을 살펴보자. 기존의 고노 담화보다 역사 인식이 후퇴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고노 담화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번 협상은 강제성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군이 주체가 되었다는 내용은 없고 군이 관여했다고만 되어 있다. 피해자 지원재단 기금 10억엔 출연의 성격도 문제다. 일본은 “배상이 아니라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기금”이라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뤄진 반인륜적 범죄의 희생자들에게 훨씬 많은 배상이 이뤄져야 했다고 지적했다. 사과 역시 일본 정부가 아닌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아베 개인이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했다고만 되어 있다.

위안부 합의문이 절차상 문제 외에도 논란이 커진 것은 위안부 TF의 합의 종합결과 발표 이후다. 일본과의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거다.

일본 정부는 이번 발표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됐으므로 정대협 등 단체가 불만을 표하지 않도록 설득해 달라는 것과 제3국에서의 위안부 관련해 소녀상 등을 설치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또한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과 앞으로의 성노예 단어를 사용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이면 합의를 요구했다. 박근혜 정부의 무리한 위안부 합의 추진이 외교참사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문 정부의 위안부 2라운드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위안부 합의에 대한 파기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야당 시절 무효라고 강력히 주장한 것도 대중의 인식에 남아있어서다. 하지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9일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 발표를 통해 2015년 합의가 양국간 공식합의였기에 일본에 재협상을 요구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기본적으로 위안부 문제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의해 해결될 수밖에 없기에 일본이 그 진실을 인정하고 피해자 할머니에 대해 진심을 다해 사죄하는 것이 완전한 위안부 문제 해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도 기존 합의를 파기하고 재협상을 요구하며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합의에는 문제가 있지만 무효가 아니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의해 일본과 야당, 전국은 다시 2라운드로 접어들면서 뜨거워졌다.

당사자인 일본은 거센 항의 중이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우리 정부의 2015년 위안부 합의 처리방향 발표와 관련해 “한일 위안부 합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추가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한일 합의는 국가와 국가의 약속이며, 정권이 변했다고 하다라도 책임을 가지고 실시해야 하는 것이 국제적이고 보편적인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아베 일본 총리도 12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단에게 “한국 측이 일방적으로 추가 조치를 요청하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아베 총리가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보류하는 방침을 굳혔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다. 한일 관계가 다시 갈등으로 접어든 부분이다.

국내 여론도 좋지는 않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사죄와 배상 등 아무런 관련이 없는 2015 한일합의는 재협상이 아니라 당연 무효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대협은 “일본 아베 총리가 ‘국제적이고 보편적인 원칙이자 약속’이라고 고집하는 정치적 야합의 결과물은 생명윤리, 정의와 진실, 인권과 평화 등의 ‘인류 보편적인 가치’보다 우선할 수 없다”며 10억엔 일본 반환과 화해치유재단 해산 등을 촉구했다. 특히 정부가 일본 정부에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등 자발적 조치를 기대하는 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윤미향 상임대표는 “정부는 법적 책임을 추궁해야 될 책임이 있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각계 시민단체도 아베 총리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고 2015 한일 위안부 합의 전면 무효와 일본의 공식적인 사과와 조치를 요구하는 등 강한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2015 한일 위안부 합의에 책임이 있는 자유한국당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윤종필 여성가족위원회 간사는 “정부가 위안부 합의에 결정적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도 폐기나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면서 “이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가슴에 다시 한 번 대못을 박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도 합의 무효화 선언이 없고 재협상 요구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위안부 합의 재협상 공약 파기’라면서 위안부 할머니와 국민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바른정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파기라는 목소리를 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재협상 아니고 합의의 파기도 아니고 10억엔을 돌려주는 것도 아니다”라며 “국민 앞에 한 약속을 왜 지키지 않았는지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국민 앞에 분명히 설명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의 고민은 지난해부터 불거진 중국과의 사드 문제, 북한의 핵 관련한 한반도 위기 이에 따른 한미일 공조다. 2015 한일 위안부 합의 전면 무효를 주장하지 못하는 이유다. 하지만 형식은 살리면서 실리는 챙기겠다는 정책은 여전히 매끄럽지 못하다. 중국과의 사드도 그렇고, 이번 위안부 합의도 그렇다. 때로는 강한 목소리도 필요하다. 국민의 마음만 더 답답해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 외무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후속 조치로 인해 한일 간에 갈등을 빚고 있는 위안부 합의 문제가 한미일 간 안전보장상 협력에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전날(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한반도 안보·안정을 위한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후 기자회견을 통해 위안부 문제와 관련, 이같이 언명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위안부 문제가 “대단히 감정적인 사안으로 한일만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북한 핵문제를 염두에 두고 더 큰 안전보장상 위협에 대한 노력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틸러슨 국무장관은 위안부 문제가 한일 양국에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며 한일이 “더욱 해야 할 일이 있다. 우리는 한일이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도 16일 밤 캐나다에서 수행 기자단에 위안 문제에 관한 한일 간 입장 차이가 한미일의 대북 협력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확인했다.

앞서 고노 외상은 오전 강경화 외교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해결을 보았다”고 한 2015년 말 한일 합의가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문재인 정부의 새 방침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로 인해 한일 사이의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대립이 대북 안전보장 관련 협력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이호 기자  rombo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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