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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젠더폭력’에 지속적인 대응 필요친족 성폭행 당하고도 가족관계 붕괴 두려움에 적극 대응 못해
김희정 기자 | 승인 2018.01.22 12:52

[여성소비자신문 김희정 기자]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데이트폭력 등 여성에 대한 ‘젠더폭력’에 대한 경찰의 지속적인 관심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경찰 내부의 보고서가 나왔다.

경찰대학 산하 치안정책연구소가 지난 1월 18일 2018년 치안환경 변화에 대한 예측과 경찰의 분야별 정책 수립 방향을 제안한 ‘치안전망 2018’ 보고서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 수가 감소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신고 건수는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촬영범죄의 기승으로 성폭력 예방 필요성 증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절도, 폭력 등 5대 범죄의 전체 발생건수는 2012년을 기점으로 전반적인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비해 5대 범죄 중 유일하게 강간·강제추행 범죄는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 젠더폭력 범죄 중 채팅앱과 스마트폰을 악용한 청소년 대상 성매매 대책도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경찰청이 2017년 1월부터 9월까지 일어난 성매매 범죄를 분석한 결과 전년대비 총 성매매 범죄 검거 건수는 1만643건에서 8671건으로 줄었다. 그러나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매매 건수는 305건에서 549건으로 8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7월부터 8월까지 33일 동안 경찰이 스마트폰 채팅앱에 대한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성매매 범죄 523건, 인원 830명을 단속했는데 이중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는 120건, 168명이 적발됐다.

데이트 폭력 지속 증가세

특히 데이트 폭력은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이후 3년 동안 데이트 폭력 사건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7년 9월말 기준 사건처리 인원이 7888명으로 전년 동기간 발생건수(6674건)에 비해 18.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데이트폭력 문제는 직접적인 개념 정의나 행위 규제를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살인, 성폭력 등 개별적인 행위 유형에 따른 대응 외에는 경찰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최근 데이트 폭력 관련 특별법 제정의 움직임이 본격화됨에 따라 법안 설립과 이를 근거로 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경찰권의 적정한 행사가 데이트 폭력을 예방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에는 전 남자친구의 보복을 우려해 주면등록번호를 변경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A씨는 얼마전 자신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바꿨다. 감옥에 있는 전 남자친구 B씨의 보복을 우려해서다. B씨는 A씨를 강간하고 감금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B씨가 A씨의 주민번호를 알고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주민번호 변경을 신청했다.

친족 성폭행에도 적극 대응 못해

A씨처럼 주민등록 변경을 신청한 사람들 중 가정폭력 피해 63건(20.7%), 폭행·감금·데이트 폭력 등으로 인한 생명·신체상의 피해가 33건(10.9%)으로 집계됐다.

데이트 폭력 이외에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은 친족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나 형사사건으로 비화되기전까지는 피해자인 여성이 일방적으로 당해도 결국 가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제대로 신고를 하지 못하거나 지속적인 폭력에 그대로 방치되는 피해 여성들이 많다.

지난 1월 13일에는 6살 친조카를 상습적으로 성폭행 한 큰아버지가 항소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청주제1형사부(부장판사 이승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55)씨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0년 막내 조카인 B(당시 6세)양을 성폭행하거나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친족인 피해자를 상대로 반윤리적인 성범죄를 저질렀다”며 “피해자와 가족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고려하면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20일에는 외국인 처제를 성폭행한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30대 남성의 항소심에서 증인채택 문제를 두고 검사와 변호인이 공방을 벌였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이재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검찰 측이 4명의 증인을 신청하자 “당사자가 아닌 심리치료사나 다문화센터장의 경우 사건 이후에 이뤄진 치료를 받은 경험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변호인 측이 강하게 반발했다.

변호인은 “(1심 재판 당시) 법정에서 변론하는 내용으로 피해자에게 상처를 주고 사건이 좀 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달될 수도 있어서 소극적으로 방어한 측면이 있다”면서 “상담치료사 등이 (재판에) 나와서 공소사실에 대한 입증이 아닌 피해자의 (치료과정) 대해 설명한다는 것은 조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증인채택의 필요성을 부인했다.

반면 검찰은 “피고인이 결혼을 3일 앞두고 처제에게 그렇게 했다는 것 자체가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고 이 부분은 충분한 심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심리치료사와 이주여성센터 직원들을 불러 객관적인 물음에 대해 묻고자 한다”고 했다.

이에 변호인은 “이 사건 범죄 혐의는 친족강간치상이다. 법정 최고형은 징역 7년 이상이다. 피고인이 사실대로 진술하지 않고 법정에서 유죄의 심증을 받았다면 7년 이상이 아니라 범행 이후의 태도와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인해 더 큰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감수하고서 이 사건 재판에 임했다”며 “그런데 지금에 와서 피고인에게 유죄가 판단될 것이 충분히 예상됐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사건은 지난해 2월 15일 언니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처제 B(20여)씨를 형부인 A(39)씨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발단이 됐다.

재판부는 B씨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2월 15일 A씨와 단둘이 차를 타고 결혼식에 사용할 답례품을 찾고, 함께 해수욕장 인근 카페를 찾아 사진을 찍는 등의 행위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또 사건 당일 집 안에 피해자의 오빠와 아버지 등이 함께 있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닥친 절박한 위험을 벗어나기 위한 시도가 없었다는 점도 B씨에게 불리한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무죄 판결 이후 여성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1심 재판부가 친족성폭력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판결로 이주여성을 한 번 더 커다란 고통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시 이주여성 친족성폭력 사건에 따른 공동대책위원회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이 친족성폭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족관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친족성폭력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은폐하는 경향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 것. 또 “피해자가 형부 초청으로 입국한 외국인 가족이다”며 “많은 외국인 가족들은 비자 때문에 한국인 가족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어쩔 수 없이 참고 지냈다”고 설명했다.

공동대책위는 “피해자도 이러한 이유로 가해자가 가슴이 커서 좋다든지, 머리를 감겨주거나 어깨를 주무르고 포옹하는 등 과도한 스킨십을 정색하며 대응할 수 없었다”고 했다. 특히 “피해자가 자신의 오빠와 아버지가 이 상황을 알게 됐을 때 받을 수 있는 충격과 분노를 상상할 수 있었기에 평상시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며 “언니가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떠난 그 날에 언니 친구에게 (사건을)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성폭력 피해가 아무리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대응했는지에 따라 범죄 여부가 판단되고 있다.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로 보는 게 옳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검찰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외국인 처제 강간 사건의 항소심 공판과 관련해 1심 공판검사와 성폭력전담 검사를 투입해 유죄선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의붓손녀 수년간 성폭행

10대 의붓손녀를 수년 간 성폭행해 출산까지 하게 한 50대 인면수심의 남성에 대해 2심 법원이 처벌을 내린 사건도 발생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는 지난해 11월 1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친족에 의한 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53)씨에 대해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프로그램 16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달 김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프로그램 160시간 이수를 명령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형사사건에서 징역 20년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피고인의 범죄사실 내용, 양형요소 등을 고려해보면 20년도 다소 가볍다”며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며 이 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범행수법, 전후 정황 등을 봤을 때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양육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도외시하며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한 반인륜적 범죄”라고 강조했다.

또 “범행을 부인하다 원심부터 자백은 했지만 피해자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여기에 피해자는 사회에서 피고인을 영원히 격리시키고 엄벌을 내려달라고 탄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가 받았을 상처 치유는 어떤 방법으로도 충분히 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엄중한 사회적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자신과 사실혼 관계에 있던 60대 여성의 손녀 A양을 11세이던 2011년부터 최근까지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A양이 부모의 이혼으로 친할머니에게 맡겨져 같이 살게 되면서 이 같은 인면수심 범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A양에게 “할머니에게 말하면 너도 할머니도 다 죽는다”는 등 협박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A양은 김씨의 지속적인 성폭행으로 2015년과 지난해 두 차례 아이를 출산했다.

1심 재판부는 선고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 사건 범죄사실은 누가 보더라도 정말 일어난 것이 맞는지 두 번, 세 번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악을 표시하기도 했다. A양은 현재 지방에서 요양 중이며 두 아이는 A양 할머니가 보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가족-친족 성폭행 사례는 이밖에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청주에서는 정신지체 소녀를 성폭행한 큰아버지, 할아버지 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에 반대해 여성단체가 시위를 벌인 바 있다. 가해자가 과거 피해자를 돌봐왔고, 앞으로도 돌볼 사람들은 피고인들뿐이라는 이유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네티즌들은 해당 판사를 탄핵하자는 운동을 벌였다.

친족 성범죄자 40% 집행유예로 풀려나

그러나 막상 친족 성범죄자 가운데 40% 이상이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있다.

실형을 받더라도 친족 강간범은 평균 3년형, 강제추행범은 평균 2년형에 그친다. 뿐만 아니다. 처벌 이후 가해 아버지가 다시 찾아올까 걱정하는 여성 피해자도 있고 남은 가족의 따돌림에 시달리는 또 다른 피해자도 있다. 또 아버지에 대한 친권상실소송을 거부당해 고통당하는 여성도 있다.

변혜정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은 “여성폭력을 중대한 사회문제로 인지하고 예방과 근절을 위한 목소리들이 많다. 국가적 차원의 제도 정비와 더불어 전 국민적인 관심과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안이다”고 말했다.

또 “여성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해서는 현장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피해자들이 더욱 전문화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폭력은 불평등한 사회성역할 고정관념에서 시작되므로 민관 거버넌스, 그리고 국민들의 폭력근절에 대한 감수성 고양이 매우 종요하다. 이를 이해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여성가족부가 성폭력 상담소 및 여성 긴급전화(1366) 등을 통해 데이트 폭력에 대응하고 있지만 신고접수 및 상담 정도만 가능하다.

피해자가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나 상담소, 가해자에 대한 격리조치, 피해자 의료지원, 사법경찰관리 출동, 법률지원 등 적극적인 지원은 현행 성폭력 방지법, 가정폭력방지법 등에만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여성폭력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여성과 청소년이 사회적 약자이다 보니 폭력으로부터 쉽게 노출되어 있다”며 “특히 강남역 사건처럼 불특정 대상을 향한 막무가내 분노의 표출은 참으로 안타깝다. 정부가 하는 폭력 예방 활동과 피해자를 보호하고 구조하는 지원 체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정폭력 및 피해자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주변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시선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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