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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숙의 행복한 시 읽기 '나, 지금까지 몇 만 걸음 걸어 왔을까'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국문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17.03.22 15:46

 '나, 지금까지 몇 만 걸음 걸어 왔을까'                         

         구이람


오늘도, 나를 꼿꼿하게 세워주는 두 발
지금까지 몇 만 걸음 떼어 왔을까

그 걸음걸음 속에 피고 진 꽃송이들은 얼마 
그 걸음걸음 따라 흘러간 강물은 또 몇 천리 
그 걸음걸음으로 비워낸 밥그릇은 또 얼마이랴 

나는 내 두 발로 걸어 나이를 먹어가고
육십갑자 지구를 한 바퀴 돌아

걸어서 제자리에 돌아왔네
아직도 내 발자국 하나 어디에도 
새겨두지 못한 채

-시평-
 
이 지상의 모든 생명들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들 나름 기거나 걷거나 날거나,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몸을 움직여 다른 세계와 만나고 헤어진다. 내딛어야 할 영역이나 고지를 정하고 적당한 보폭을 알아서 실행하건만 걸음은 종종 바람에 흔들리고 천둥에 넘어지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숱한 아픔과 괴로움, 즐거움과 기쁨, 행복도 맛보고 깨달으며 조금씩 성장해 가는 것이 아닐까. 인간은 일생을 걷고 또 걸으며 희망의 길을 향해 나아가지만 때로는 타고난 본성대로 순수함을 간직한 채 제 자리로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구이람의 시 ‘나, 지금까지 몇 만 걸음 걸어 왔을까’를 읽어본다. 이 시에는 걷는 것을 통해 자기성찰과 새로운 생의 인식, 삶에 대한 자세를 잘 드러내 보이고 있다.

 “그 걸음걸음 속에 피고 진 꽃송이들은 얼마/ 그 걸음걸음 따라 흘러간 강물은 또 몇 천리/ 그 걸음걸음으로 비워낸 밥그릇은 또 얼마이랴” 삶은 바른 길을 올바로 걷는 것이다.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길을 돌아보면 각양각색의 스펙트럼이 비추고 있을 것이다. 깜깜한 어둠 속을 두려움에 떨며 걷기도 하고, 울창한 숲을 걷기도 하며 장미 향기를 걷기도 하고, 산과 바다를 걷는 삶이 아니었던가.

그 걸음걸음에 강물은 말없이 곁을 지키며 흐르고, 그러면서 비워낸 밥그릇은 또 얼마이며, 정녕 나를 꼿꼿이 살찌워주었는가?

사는 일이란 이처럼 걷고 걷고 또 걸으며 소리 없이 다가오는 작별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리라. 그 지나간 발자국들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가야할 길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리라. “아직도 내 발자국 하나 어디에도/ 새겨두지 못한 채”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국문학과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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