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오피니언 칼럼
‘사고의 함정’ 극복으로 축복받는 최장수 국가를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17.03.21 16:23

[여성소비자신문]앞으로 13년 후인 2030년에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장수 국가가 될 것이다. 세계 보건기구(WHO)와 영국 의학연구원(UK Medical Research Council) 기금으로 수행된 각국의 기대수명 변화에 대한 연구결과로 지난달 세계 저명 의학학술지인 랜싯(The Lancet)에 발표된 내용의 핵심이다. 

대표 연구자인 영국 임페리얼 대학(Imperial College)의 에자티(Ezzati) 박사에 의하면 2030년에 한국에서 태어난 여자아이는 90.8년을 살 것이고 남자아이의 기대수명은 84.2년으로 예상되어 우리는 세계 최장수 국민으로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게 될 것이다. 

에자티 박사의 설명에 의하면 인간 수명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사람의 평균수명을 최대 90세로 보고 있었는데, 한국 국민들은 이 마의 90세 평균수명을 깨뜨리고 기대 평균수명을 계속 높여 나갈 것으로 보았다.

물론 한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평균수명도 갈수록 길어진다. 이 연구팀의 발표에 의하면 2030년 기준으로 여성의 경우 프랑스(88.6세), 일본(88.4세)순이고 남성의 경우 호주(84.0세) 그리고 스위스는 84.0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았다. 

한편 미국의 평균 수명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져 여성은 83.3세 그리고 남성은 79.5세로 예상했다. 미국의 의학자들은 미국의 평균 수명이 오히려 이보다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비관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마의 평균수명 90세를 뛰어 넘는 비결은 무엇인가? 발표된 논문이 의하면 유년시절의 양호한 영양상태, 국민들의 낮은 혈압, 낮은 흡연율, 우수한 의료제도 및 새로운 의학 지식과 기술의 신속한 적용 등을 꼽았다.

이러한 연구논문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를 다녀간 이 분야의 외국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의 식생활, 높은 문화수준, 우수한 의료제도에 대한 부러움과 함께 장수국가의 가능성을 예상하곤 했다.

혼란과 분열, 분노와 좌절이 넘쳐나는 우리들에게 참으로 삶의 의욕과 희망을 안겨주는 기쁘고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도 이처럼 희망찬 기사를 전해들은 노인들의 반응은 오히려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오래 살아 뭐 좋을 게 있다고. 외롭고 살기 힘들어 주위 사람들의 걱정거리만 되지.” 소위 말하는 ‘장수의 역설’이다. 

2030년 세계 최장수 국가로 기록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는 예상보다 빨리 한 해를 앞당겨 올해를 기점으로 65세 노인이 총인구의 14% 이상인 ‘고령사회’로 접어든다.

즉, 우리나라 사람 7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이 되는 것이다. 이미 고령사회 이전 단계인 총인구의 7%가 노인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노출 되었다.

준비도 없이 이미 ‘고령사회’에 들어섰고 8년 후이면 5사람 중 1사람이 노인(20%)인 ‘최고령 사회’가 되면서 해결해야할 도전들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13년 후인 2030년 세계 최장수 국가가 되는 것이 축복은커녕 재앙이 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그런데 내가 만난 일본 노인들의 경우를 비추어 보면 그리 비관적이진 않다.

약 10여년 전인 2006년에 이미 다섯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노인이 된 ‘초고령 사회’를 맞이한 일본은 ‘노인 파산’으로 사회적인 문제가 있었으나 2005년부터 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지키고 있는 ‘고령화 사회’의 우리나라 노인보다 훨씬 행복하다. 

그렇다고 일본 정부가 돈이 많아 노인들의 노후를 모두 책임지지도 않은데도 말이다.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의 주된 요인은 경제적 어려움(40.4%), 건강(24.4%), 외로움(13.3%) 순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노인 자살자의 50% 이상이 술에 취한 상태로 자살을 시도한다. 한마디로 돈도 없고 몸도 약해지고 외로움을 달랠 방법도 마땅치 않으니 값싼 술을 마시고 세상을 하직한다는 뜻이 아닌가? 

오래 산다는 것이 축복이 아닌 재앙이라는 ‘장수의 역설’이 너무 심각하다. 그저 정부의 노인 복지 정책 부재로 탓을 돌릴 것인가? 노인 각자의 책임은 없는가?

이미 초고령 사회를 살고 있는 행복한 일본 노인들은 장수의 역설을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 생각해 볼 때 정부 시책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생각과 사고에서 오는 원인이 더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수많은 ‘사고의 함정’을 지니고 있으나 이를 극복하고 피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현재 우리나라를 뒤덮고 있는 분열과 갈등, 분노와 좌절, 부정과 부패 또한 ‘사고의 함정’을 극복하지 못한 때문이다.

아들과 딸들이 나의 분신이며 나의 노후라는 커다란 사고의 함정이 있다. 자식들의 교육과 결혼은 물론 결혼 후의 생계까지 뒷바라지 하다 보니 ‘대책 없는 말년’을 맞이하는 노인이 얼마나 많은가.

퇴직 후에는 시간에 구속되지 않고 여가를 즐기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야 하고 또 그렇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또한 장수의 역설을 부르는 생각의 함정이다. 이제는 퇴직과 함께 새로운 일거리나 활동을 시작함으로써 삶의 활력을 찾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AI) 발달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은 노인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다. 일본에서는 도요타나 소프트뱅크 같은 회사들이 농업에 투자하여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농사를 짓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로봇 바리스타가 주문, 결제, 커피 내리기를 훌륭하게 해낸다. 우리나라 평생교육원에 가면 무료로 ‘3D 프린트’ 강의를 듣고 기술을 익힐 수 있다. 이 모두가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이며 축복이다.

또 한 가지 극복해야 할 큰 함정은 체면에 목숨 거는 허영심이다. 나이든 사람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내일보다는 과거에 좋았던 추억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마따나 노인들은 과거 속에 살며 희망보다는 기억에 의존한다. 

우리나라 사람들 만큼 남과 비교하기 좋아하고 하찮은 자존심에도 목숨 거는 민족이 있는지 모르겠다. 허영심과 교만은 자존감이 낮기 때문이다. 없어도 있는 척, 몰라도 아는 척, 병약해도 강한 척, 실속 없는 자존심과 허영심 때문에 친구나 이웃은 물론 배우자나 가족 친지들로부터 따돌림 받고 외로움은 더해간다.

중국의 저술가인 사오유에도 ‘일생 동안 꼭 피해야할 17가지 생각의 함정’ 가운데 하나로 ‘곧 죽어도 체면’을 경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생각의 함정’을 극복함으로써 노후를 위한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 자산을 미리 준비 했을 때 ‘장수의 역설’ 대신에 멋있는 세계 최장수인의 축복과 감사가 우리를 반기리라.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