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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시(啐啄同時)와 콜럼버스 계란의 지혜로 누란지위(累卵之危) 극복을
강창원 건국대 명예교수 | 승인 2017.02.15 17:03

[여성소비자신문]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날아온 철새들이 옮겨온 독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우리나라 오리와 양계산업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질병확산을 막는답시고 닭 3천여만 마리 이상을 매몰 처리하다보니 식탁에 올릴 계란이 부족하여 미국, 호주 등지에서 흰색계란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갈색계란만을 놓아두던 식료품점 진열대에 외국산 흰색계란이 등장한 것이다. 종이컵에 담긴 커피 한 잔 값에도 미치지 않을 만큼 싼 값에 팔리던 30개들이 계란 한 판 값이 이제는 두배 세배로 폭등하고 덩달아 다른 식료품 값도 뛰어 오르고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포장된 계란이 명절 선물로 팔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취할 수 있는 방역 대책으로 24시간 내에 매몰 처리해야할 닭들이 매몰에 투입할 인력부족으로 일주일까지도 방치되다보니 바이러스는 더 빨리 확산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전에는 군인들의 손을 빌려 닭들을 매몰처리 했었는데 국방부에서 더 이상 병사들의 투입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악성 바이러스가 이웃나라 일본의 양계장에도 발생했으나 그 피해가 우리나라의 십분의 일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물론 온 국민들이 힘을 모아 철저한 가축 방역을 실시하여 질병 확산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보다 더욱 독한 악성 바이러스가 우리사회 전체를 덮치고 있는 듯하다. ‘잘 되면 내 탓, 잘못 되면 네 탓’으로 반대편을 향해 삿대질하는 분열과 갈등의 바이러스이다. 

나라밖으로부터 다가오는 어마어마한 군사적, 경제적 도전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상대방을 향한 비난과 분풀이에만 몰입하는 증상이다. 상대방의 이야기는 듣지 않는 불통의 사회가 된 것이다. 

휴전선 북쪽에는 세계에서 가장 포악한 정권이 개량형 잠수함발사탄도 미사일(SLBM)을 쏘아 올려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다. 액체를 연료로 쓰던 방식을 이제는 고체 연료를 써서 육지에서도 쓸 수 있는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2형’의 제조, 발사시험에 성공한 것이다. 그것도 우리의 우방인 미국과 일본의 정상들이 미국에서 우의를 다지는 중에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국배치를 두고 찬성파와 반대파가 격렬한 논쟁을 벌이며 상대방을 향한 손가락질을 계속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독성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으로 문을 닫는 축사는 물론 음식점마저 늘어나며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가히 공포상태이고 해운, 조선, 철강 등 기간산업이 몰락위기에 몰리고 있다. 

졸업을 앞둔 젊은이들은 사상 유례 없이 좁은 취업문을 바라보며 절망하고 있다. 나라가 이 모양임에도 광화문광장, 서울역광장을 비롯한 각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둘러싸고 촛불을 든 탄핵 찬성파와 태극기를 든 반대파가 충돌직전의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나타나는 초저출산과 고령화,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격차확대, 자살률 세계 1위 등 국내외적으로 암울하고 어두운 전망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은 국가의 미래나 안위,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아랑곳 하지 않고 오직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만 열중이다. 

이러한 상황이야말로 쌓아올린 계란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누란지위(累卵之危)의 위태함이 아니겠는가? 여러 개의 계란을 포개어 쌓아 놓은 것처럼 위태로운 형편에 놓인 상황을 일컬어 ‘누란지위’라는 사자성어로 표현한다.

중국의 사기(史記)에 의하면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위나라의 범저(范雎)라는 가난한 선비가 자신의 재능을 시기하던 상관의 모함으로 죽게 되자 꾀를 내어 위나라를 탈출하여 이웃 진나라로 가게 된다.

후원자의 도움을 받은 범저는 이름을 ‘장록’으로 바꾸고 진나라의 소양왕에게로 가서 진나라가 처한 위태로운 지경 즉, ‘누란지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교로서 나라를 평안하게 할 수 있다는 말로 왕의 신하가 되고 후에 통일제국 수립의 기초를 닦는데 기여했다고 한다. 

기원전 221년 진나라에 의해 중국 최초의 통일제국을 세우기 이전 춘추전국시대의 진나라를 계란을 쌓아올린 것처럼 위태하게 보고 외교 전략을 세웠던 범주의 지혜가 오늘의 한국에도 필요하다. 백색계란 갈색계란을 갈라놓고 어느 편이 진짜라고 다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계란껍질의 색깔이 다를 뿐 내용물의 맛과 영양소가 색깔에 따라 달라지지는 않는다. 우리는 갈색계란을 그리고 일본 사람들은 흰색계란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는 사람에 따라 선호도가 다를 뿐이다. 

내 귀는 막고 ‘네 탓, 내 탓’이라고 고함을 쳐대기 이전에 우선 먼저 내 귀를 열고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는 소통이 있을 때 국가는 물론 개인의 발전도 있다. 힘없는 병아리 태아가 딱딱한 알 껍질을 깨고 나오는 것은 소통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알에서 병아리가 부화되는 과정을 보면 알 속에서 자란 병아리는 껍질 안쪽에서 알껍질을 쪼아대면(줄, 啐) 어미는 이 미미한 소리를 듣고 알의 밖을 쪼아(탁, 啄) 껍질이 깨지면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처럼 병아리와 어미가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여 병아리가 부화하는 것을 줄탁동시(啐啄同時)라고 한다. 

사람에 비하면 하찮은 닭에게도 줄탁동시의 소통이 있는데 왜 우리는 귀를 막고 소통을 거부하는가? 계란과 관련된 이야기 가운데 우리가 곱씹어 보아야할 또 다른 일화가 ‘콜롬버스 계란’이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를 환영하고자 멘토차 추기경이 베푼 연회(1493년)에 있었던 일이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비아냥거리는 내빈들에게 콜럼버스는 탁자에 놓인 계란을 세워 보라고 했다. 아무리 애를 써도 계란이 세워지지 않자 콜럼버스는 계란의 한 쪽을 깨고 계란을 세웠다. 과거의 고정된 사고나 관행에 맞지 않는다고 상대방을 비난하고 훼방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이 시대의 환경에 걸 맞는 사고의 전환으로 누란지위의 위기를 극복하자.

강창원 건국대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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