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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숙의 행복한 시 읽기 '백골죽염'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17.02.15 11:43

백골죽염   

        

구이람

혼만 겨우 빠져 나온 하얀 소금
더는 푸른 바다를 넘보지 않고
백옥 살결도 점점 벗기우고 지워져서 
희읍스레 회색 자취뿐

아홉 번 죽고 살아나서야
무념무상, 
흐르는 구름도
그를 바로보지 못한다

펄펄 살아있는 청죽 대통에 담겨
푸르름도 대쪽 절의도 모두 태워버리고
그냥 재가 되어버린 

아홉 번이나 불구덩이에서 죽고 나서야 

비로소 소금이 되는 
백골 죽염 

                    -구이람 시집, ‘산다는 일은’, 시학, 2010-

-시평-

다 아시다시피, 죽염은 대나무 통에 천일염을 넣고 불가마에서 아홉 번이나 구워내야 하는 지극 정성이 없이는 탄생될 수 없는 것이다.

“아홉 번이나 불구덩이에서 죽고 나서야 
비로소 소금이 되는
백골 죽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렇듯, 죽염은 한 두 번이 아니라 9번이나 제 몸을 구워서 정화하고 또 정화하여 소금의 정제된 결정체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펄펄 살아있는 청죽 대통에 담겨
푸르름도 대쪽 절의도 모두 태워버리고
그냥 재가 되어버린” 

소금은 피나는 반복과 노력, 인내심으로 비로소 완벽한 소금이 되는 것이다. 이 구절에서는 자신을 다 버리고 독소를 모두 제거해야만 참 자아를 찾고 마침내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시인은 또한 “아홉 번 죽고 살아나서야
무념무상
흐르는 구름도
그를 바로보지 못한다”고 노래하고 있다. 

아홉 번 죽고 살아나는 그러한 자기 단련과 수행이 선행되지 않고는 반쯤 가짜로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인지도 모른다. 자신을 속이고 나아가서는 모두를 속이며 사회와 나라를 엄청난 혼란에 빠뜨려 놓고도 아랑곳없이 자기 한 몸 빠져나가려고만 하는 자들의 가련한 모습이 날마다 영상에 비치고 있다.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 이순신 장군의 일성(一聲)이 들려오는 듯하다. 이러한 정신이 곧 죽염으로 부활하는 것이겠지요. 이 시를 읽으며, 항상 의연한 대한민국을 떠올린다. 

“흐르는 구름도
그를 바로보지 못한다”는 높은 경지에 도달한 나라사랑의 푸른 마음이 모여 새봄을 싹틔우기를 바래본다.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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