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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를 넘어 포용으로 치유와 회복을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17.01.19 18:15

[여성소비자신문]“네, 그렇습니다. 우리의 발전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민주주의 역사란 항상 어렵고 난해하며 때로는 피를 흘려가면서까지 그러나 꾸준히 이루어져 왔습니다(The work of democracy has always been hard, contentious and sometimes bloody). 

가끔 두 걸음 앞으로 나가는가 싶다가도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고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긴 흐름으로 볼 때 미국은 어느 특정인이 아니라 모두를 포용한다는 건국 초기의 신조를 꾸준히 확대 해옴으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진보를 거듭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But the long sweep of America has been defined by forward motion, a constant widening of our founding creed to embrace all, and not just some).” 

47세의 젊은 나이에 미국 44대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Barak Obama) 대통령이 8년의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2016년 12월10일 시카고에서 2만여명의 청중들 앞에서 행한 연설문 중의 한 대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인이 주류인 미국에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야당인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 양당의 다수당이 되어있는 상황에서도 레임덕(임기말 권력 누수) 현상을 겪지 않고 임기 말에도 50% 이상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미국 인터넷에는 ‘오바마가 떠나지 않기를 바란다.’라는 글이 넘쳐나고 과학자들은 자연에서 새로이 발견된 생물 9종에게 오바마 대통령의 이름을 올려주었다. 

지지율이 한 자리 수로 떨어지고 국회의 대통령 탄핵 의결로 인해 국정이 마비되고 국민들의 걱정거리로 전락해버린 우리 대통령을 생각할 때 오바마 대통령은 참으로 존경스럽고 부럽기도 하다. 

오죽 했으면 ‘우리도 이제는 대통령을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나?’라는 자조 섞인 넋두리가 튀어나오겠는가? 잘못된 지도자의 선택이 불러온 불행한 결과로 우리 사회에는 갈등과 증오심이 증폭되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가 ‘갈등사회’라는 진단은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 3월호에 잘 나타나있다. 

사회갈등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4개국 중 가장 나쁜 나라 가운데 5위라고 한다. 그런 와중에 박 대통령의 지인(?) 중의 하나인 어느 강남 아줌마의 분탕질 즉,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박 대통령 탄핵안 국회통과’로 이 병폐가 더욱 광범위하게 확장되고 국민들에게 더 크게 상처를 입히고 있다.

그간 잠재해오던 이념, 정파, 계층, 세대 및 지역 간의 분열과 갈등이 이제는 언어와 폭력으로 나타나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있다.

대통령 후보로 유력시되는 야당 지도자를 향한 욕설과 지지들과와 반대세력간의 폭행사태는 물론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초빙한 어느 성직자 조차도 당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정치적 할복자살이라는 말로 당사자들은 물론 온 국민이 상처받고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돈도 실력이야. 돈이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라는 최순실의 딸이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 촉매제가 된 최순실 게이트가 갈수록 국민들에게 좌절, 분노, 상처를 깊게 하고 있다. 

좌절, 분노, 역겨움 등은 순간적인 감정이지만 이것이 반복되면서 마음의 상처로 남을 때 이와 같은 혐오감과 분노는 증오심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일시적인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약해지지만 증오심은 참고 견딜수록 더욱 증폭돼 공격적인 충동을 낳는다. 

더욱 두려운 것은 어느 집단에 의해 형성된 증오심이 상대 집단에 대한 경멸로 나타나며 상대방에 대한 포용력이 없어지고 자신의 폭력성을 합리화시킴으로써 자신들이 저지른 불법과 폭력조차도 죄책감으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고별사에서 오늘날과 같은 미국의 발전은 ‘모두를 포용’한다는 국가 설립 기조를 꾸준히 고수해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세계 여러 지역으로부터 건너와 합중국 형태로 이루어진 미국이 오늘날 세계 최강국으로서 평화와 번영을 누리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포용이라는 미국의 국민의식에 기초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이 답답하고 우려스러울지라도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말자.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백만 여명이 모인 촛불 집회가 평화 속에 진행되고 이들이 떠난 자리에는 쓰레기마저 깨끗하게 치워지고 있는 데서 참다운 민주주의를 향한 우리의 염원과 희망을 엿볼 수 있다. 

단일 민족 국가인 우리나라가 20세기 말에 들어서면서 세계화로 인해 외국인 거주자가 늘어나고 국제결혼이 급증하였으며 해외노동력 유입 등으로 ‘다문화가족’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과 문화의 다양화 속에서 꼭 필요한 덕목이 포용과 관용성이다. 지도자나 통치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서 미국뿐만 아니라 동양에서도 강조되어 왔다. 

중국의 유가철학의 대표 저서인 ‘대학’에서도 ‘남을 포용하는 것이 나의 자손과 만 백성을 보존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몽골대제국의 건설도 칭기즈칸 황제의 포용성에 있었다고 역사학자들은 기술하고 있다.

포용과 관용은 또한 개인의 불안, 스트레스, 상처나 질병을 치유하는데 더없이 필요한 심리적 의식이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테레사(Teresa) 수녀가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미국 호킨스(David R. Hawkins) 박사는 그의 저서 ‘치유와 회복’에서 개인의 의식 수준 즉 의식 에너지에 의해 ‘자기치유’가 이루어진다고 했다. 

타인이나 외부환경에 대한 증오는 매우 낮은 의식에너지를 지니고 있어서 절망과 포기에 쉽게 다다르지만 관용과 포용은 긍정적인 의식 단계로서 높은 에너지를 나타내고 마음의 상처나 질병의 치유에 더없이 필요한 의식 즉 덕성이므로 우리도 한시 바삐 증오심을 관용과 포용심으로 바꾸어 우리 자신과 국가의 치유와 회복이 이루어지도록 하자.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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